[취재파일] "초등생 3학년이 폭행, 변기 뚜껑으로 위협" 위기의 교단

　 　
　
부산의 한 초등학교에서 8년 차 교사로 일하던 A 씨.
A 씨는 아이들을 사랑했고, 꿈과 열정이 있는 성실한 교사였습니다.
하지만 올해 3학년 담임을 맡으며 A 씨의 삶은 송두리째 달라졌습니다.
　
결정적인 사건이 발생한 건 지난달 12일이었습니다.
다른 친구들을 방해하는 B 학생에 "그렇게 하면 안돼"라고 하자, 학생은 주먹으로 A 씨를 때리고 발로 차기 시작했습니다.
놀란 아이들이 다른 선생님을 데려오고 나서야 무차별 폭행은 멈췄습니다.
　 A 씨는 가슴뼈 등을 다쳐 전치 3주 진단을 받았고, 곧바로 병가를 낸 상태입니다.

하지만 교권보호위원회는 열 수 없었습니다. 폭력을 쓰는 아이를 말리려고 한 행동이 도리어 아동학대 신고로 이어지는 경우를 종종 봐왔기 때문입니다.
실제 A 씨 주위 동료들은 '교보위는 곧 아동학대 신고로 직결되니 조심하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런 문제는 어느 특정한 학교에서만 발생하는 일이 아닙니다.
최근 대구에서도 초등학교 5학년 학생이 담임교사에게 생활 지도를 받던 중 화장실에서 도기로 된 변기 뚜껑을 가져와 대치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부산교사노조에는 올해 상반기 동안 20건이 넘는 교권 침해 상담이 접수됐고, 경남교사노동조합도 기자회견을 열어 "아이들에게 손찌검과 폭언을 당하고 학부모에게 멱살을 잡혀도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다"는 현실을 토로했습니다.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이 전국 초등교사 2천39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전체의 99.2%인 2천370명이 "교권 침해를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하기도 했습니다.
　 부산에서 폭행 피해를 입었던 A 씨는 지금까지도 심각한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습니다.
최근 언론을 통해 사건이 알려지면서 지금은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라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다고 합니다.

A 씨에게 "어떻게 그동안 말하지 않았던 피해 사실을 언론에 공개할 용기를 냈냐"고 묻자, 그는 "내가 가만히 있었기 때문에 (서이초에서) 어린 후배가 죽었다"고 답했습니다.
　 　

교육부는 '학부모 등 보호자의 악성 민원' 대응책과 문제 행동을 제지할 수 있는 생활지도 기준을 고심하고 있고, 정치권도 교권 회복을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머리를 모으고 있습니다.

"아이들을 제대로 훈육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
다시는 신규 교사가 세상을 등지지 않도록, 교사가 학생의 폭력을 혼자 견디지 않도록 외치는 이들.

교육 현장이 변화하는 또 다른 신호탄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