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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엔 무관심, 실책엔 맹공…군을 향한 이중잣대 [취재파일]

헌신엔 무관심, 실책엔 맹공…군을 향한 이중잣대 [취재파일]
경북 예천에서 수색 현장을 살펴보고 있는 해병들

군은 무력 운용의 전문성과 함께 높은 도덕성, 그리고 헌신이 요구되는 집단입니다. 우리 사회도 군에 도덕성과 헌신을 기대합니다. 동시에 군인을 '군바리'라고 부르며 폄하하는 경향도 뚜렷합니다. 군에 도덕성과 헌신을 바라면서 군인을 낮잡아 보는 모순적 상황입니다.

군에서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언론과 시민단체는 폄하와 불신의 시각으로 군을 매도하기 일쑤입니다. 부풀려진 기사는 토씨 몇 개 바뀐 채 복제를 거듭합니다. 반면 헌신의 미담은 언론을 타기 어렵습니다. 사장되거나 뒤늦게 단편적으로 알려질 뿐입니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니 군의 실책은 실제보다 몇 배 확대되고, 군의 도덕성과 헌신은 실제보다 몇 배 축소돼 인식되는 악순환이 나타납니다.

경북 예천 수해 현장에서 채수근 해병이 순직한 사고를 놓고도 언론과 시민단체의 과도한 공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구명조끼 미지급은 변명의 여지 없는 실책입니다. 해병대는 뼈저리게 반성하고,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언론과 시민단체는 임무 중 복장 통일, 수색 공헌자 휴가 부여, 복귀 후 부대의 자체적 장병 관리 등 이해할 여지가 큰 사안들도 마치 부조리인 양 해병대를 조리돌림하고 있습니다. 엄격한 위계가 생명인 군대라는 배경을 감안해 해병대의 설명을 들어 보면 고개가 끄덕여질 일인데도 귀를 닫았습니다.

해병대를 뒤흔드는 공력의 십분의 일만 추려서 군의 도덕적 헌신을 알리는 데 쓴다면 군에 대한 신뢰와 존중은 커질 것입니다. 군에 대한 신뢰와 존중은 가공할 첨단 무기 못지않은 군사적 자산입니다. 또 헌신을 선양해 군의 자긍심을 높이는 것이 사건·사고를 무차별적으로 질책하는 것보다 군의 기강을 세우는 데 효과적입니다.

빛 보기 힘든 군의 헌신

위험에 빠진 시민을 보면 군인들은 본능적으로 몸을 던집니다. 위험이 해소되면 대개의 군인들은 손 털고 홀연히 부대로 돌아가 아무렇지 않게 제 임무를 합니다. 그래서 군인들의 헌신적 미담은 참 많지만 공개되는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현장을 목격한 시민들이 부대에 귀띔해 줘야 겨우 빛을 보는데 아래의 사례들이 그와 같습니다.

지난달 3일 강원도 원주의 소금산을 등반하던 육군 36사단 박관호 대위와 66사단의 권자솔 대위는 의식을 잃고 쓰러진 등산객 A 씨를 발견했습니다. 두 장교는 응급조치를 하며 119구급대와 공원 사무실에 알렸습니다. 이후 A 씨를 업고 산을 달려 내려와 구급대에 A 씨를 인계했습니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고 병원 치료를 받게 된 A 씨는 현재 회복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5월 금은방 절도범을 추격·격투 끝에 검거한 박건우·김보겸 해병

지난 5월 27일 해병대 1사단 킹콩여단 박건우 중사와 김보겸 하사는 경남 진해의 한 시장에서 저녁 식사를 하던 도중 "도둑이야"라는 외침을 듣고 식당 밖으로 나갔습니다. 바로 앞 금은방에서 뛰쳐나온 사람을 용의자로 직감하고 추격전을 벌였습니다. 박 중사가 쫓는 동안 김 하사는 퇴로를 찾아 막았고, 몸싸움 끝에 용의자를 검거했습니다.

지난 5월 30일 해병대 2사단 백호여단 간부들은 김포시 일대에서 차량을 타고 지형정찰을 하던 도중 주차장에 쓰러진 50대 남성을 발견했습니다. 김경수 대위, 윤민영 중위, 김정윤 중위, 김재성 중사, 안용희 하사는 지체 없이 차에서 내려 인공호흡을 실시했습니다. 해병대 간부들의 활약으로 깨어난 남성은 119구급대에 의해 병원에 옮겨져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야박한 인심들

채수근 해병 사고에 낙담하는 해병들

시민 안전을 위해 몸 사리지 않는 제복 중 단연 군인이 많을 것입니다. 군의 헌신은 당연합니다. 스스로 자랑하지 않습니다. 몇몇이 소문을 타고 뒤늦게 알려지는 편이라 스토리의 신선도가 떨어집니다. 안 팔리는 기사입니다. 지방 언론들은 인터넷 기사 정도로 처리하고, 주요 중앙지는 그나마 눈길도 잘 안 줍니다.

채수근 해병 순직 사고를 대하는 자세와 딴판입니다. 경향 각지의 매체들이 해병대를 흔드는 데 큰 힘을 쏟았습니다. 똑같은 내용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단독' 타이틀을 걸고 대서특필했습니다. 해병대에 문의 한번 않고 단순히 베낀 기사들도 수두룩했습니다.

군에서 은폐가 일상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세상이 변했습니다. 특히 임무 중 순직 사고의 경우 숨기려야 숨길 수가 없습니다. 언론과 시민단체도 잘 알 것입니다. 불신보다 관심과 애정의 눈길이 우리 군을 강군으로 키운다는 것도 명약관화입니다. 군을 존중 없이 매도하는 일은 이번 사고가 마지막이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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