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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화영 부부싸움에 변호인은 불출석?

김성태 전 회장 증인신문 2주 뒤로 연기

[취재파일] 이화영 부부싸움에 변호인은 불출석?
"정신 똑바로 차리세요."

어제(25일) 오전 10시 4분, 수원지법 법정 방청석에서 한 여성이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쌍방울 대북 송금에 연루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의 아내 A 씨였습니다. 수의를 입은 이 전 부지사를 포함해 법정에 있던 모든 사람이 A 씨를 쳐다봤고, 법원 직원은 급히 다가가 '발언권이 없다'며 제지했습니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라"는 말은 바로 남편 이 전 부지사를 향한 말이었습니다.

그제 A 씨는 남편인 이 전 부지사의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해광 소속 B 변호사를 해임해달라는 신고서를 재판부에 제출했습니다. 'B 변호사가 이 전 부지사의 뜻과 다르게 변호하고 있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법정에 선 이 전 부지사가 "(해임 신고는) 내 의사가 아니다"라며 상반된 입장을 말했고, 이에 A 씨가 급히 나서 말을 막은 겁니다.

수원지법, 수원고법 전경. (사진=연합뉴스)

"검찰에 유화적이라 해임"…비어있는 변호인석

A 씨가 어제 재판 시작 전 공개한 입장문엔 B 변호사를 해임하려는 이유가 구체적으로 적혔습니다. A 씨는 "우리 변호인단 중 일부 변호사들의 태도가 '검찰에 유화적'이다"라고 표현했습니다. 입장문을 보면, 지난주 옥중서신을 낸 이 전 부지사는 변호인 도움 없이 혼자 검찰에 출석했고, 이때 해당 옥중서신의 취지가 무엇인지에 대해 검찰의 압박과 회유를 받았다고 합니다. 앞서 이 전 부지사는 검찰 조사에서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에게 쌍방울 대북 송금과 관련된 보고를 했다며 지난 수개월 동안 보여오던 입장을 뒤집은 것으로 지난 18일 알려졌는데, 이 진술이 이 전 부지사가 직접 작성한 옥중서신 내용과도 다르고 사실과도 다르단 게 A 씨 주장입니다.
 
2023년 7월 25일 '이화영 배우자 입장문' 中

지난주, 남편은 옥중편지로 인하여 변호인의 도움 없이 혼자서 검찰에 출석했습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검찰의 압박과 회유가 이어졌습니다. 이에 저는 정의와 진실을 위해서 싸우고 있는 우리 변호인단 중 검찰에 유화적인 일부 변호사들의 태도에 대해 우려가 커졌습니다.

변호사의 입은 곧 이화영 피고인의 말입니다. 본인이 하지 않았다고 밝힌 옥중서신과 다르게 비공개 재판에서 변호인이 말한 혐의 내용 일부 인정은 사실과 다름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그리하여 저희 가족과 본인의 명예를 위해서 더 이상 정당한 변론이 힘들 것 같아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의 의사를 반영해 B 변호사의 해임 신고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A 씨가 수임 계약을 했더라도, 변호인을 선임한 주체는 피고인인 이 전 부지사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A 씨의 해임 신고 사실이 알려져서인지, B 변호사는 어제 오후 재판까지도 법정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재판이 변호인 없이는 진행될 수 없어, 원래 계획된 재판 절차는 다음 달 8일로 연기됐습니다.

어제 법정 방청석은 평소와 달리 취재기자, 쌍방울 직원들, 경기도 관계자들로 자리가 가득 찼습니다. 만약 재판이 진행됐다면, 이 전 부지사가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관련된 이야기가 법정에서 나올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제 이 전 부지사 측은 법정에서 공개적으로 증인 신문이나 피고인 신문을 받는 대신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이 사실과 다르지 않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할 예정이었습니다. 이 대표의 방북 비용으로 알려져 있는 300만 달러를 북한에 쌍방울이 내는 과정 중에, 이 대표에게 보고가 어느 정도 이뤄졌단 내용입니다. 또 어제는 진작부터 '이 대표가 대북 송금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고 폭로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이 증인신문을 받을 예정이기도 했습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아내 주장에도…이화영 "해임 원치 않아"

재판부의 허락을 얻은 A 씨가 다시 일어서서 발언했지만, 어제 이 전 부지사는 명확하게 B 변호사를 해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재판부에 전달했습니다.

지금까지 나온 정황들을 종합해 보면, B 변호사가 직접 법정에서 밝혔던 이 전 부지사의 달라진 진술과 이 전 부지사의 옥중편지 내용이 완전히 모순되지는 않습니다. B 변호사는 법정에서 "그동안 피고인(이 전 부지사)은 도지사 방북 비용 대납 요청 여부에 대해 전혀 모르고 관여하지 않았단 입장이었지만 최근 (검찰에) '쌍방울에 방북을 한번 추진해달라'는 말을 했다고 진술했다"고 이 전 부지사의 태도 변화를 시인한 바 있습니다.

검찰 조사에서 이 전 부지사는 2019년 7월 필리핀에서 열린 국제대회를 다녀온 뒤 이 대표에게 방북 관련해 돈이 많이 든다고 북한 관계자가 말했단 사실을 전달하고, 쌍방울의 대북 송금이 이뤄진 뒤에는 쌍방울이 돈을 썼으며 방북이 내년쯤 이뤄질 것 같다는 취지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대해 이 전 부지사는 옥중편지를 통해 "2019년 7월 필리핀에서 열린 국제대회에서 김성태 전 회장을 만나 이 대표의 방북을 신경 써달라고 했지만 이 대표에게 '사전 보고'는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이 당시 쌍방울과 나눈 방북 관련 대화를 이 대표에게 '사후에는' 보고했는지 등까지를 모두 세세하게 언급하진 않은 겁니다.

이화영 전 경기도평화 부지사

이 전 부지사와 B 변호사가 함께 재판을 이끌어 온 기간은 벌써 수개월째입니다. 이 전 부지사는 지난해 10월부터 뇌물·정치자금법 위반·외국환거래법 위반·제3자 뇌물 등 여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제 와서 새로운 변호사가 모든 사안을 다시 파악하고 변론에 나서기란 쉽지 않습니다. 한 법조인은 "혐의가 다양한 사건의 경우, 재판 도중 변호인이 빠지면 피고인에게도 불리한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이 전 부지사가 B 변호사를 해임할 이유가 많지 않습니다.
 

검찰 "외부 세력에 독립성 훼손 우려"

변호인 불출석 사태에 검찰은 "경험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며 당혹스럽단 입장을 밝혔습니다. 어제 법정에서 공판 검사는 재판부를 향해 "이 재판에서 수사 기록이 외부로 유출되고 증인신문 녹취가 SNS에 공개되더니, 이번엔 변호인이 갑자기 불출석했다"며 "외부 세력에 의한 재판 독립성 훼손이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직접적으로 말했습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이미 한 번 연장된 이 전 부지사의 구속 시한 만료가 다가오는데, 변호사 문제로 시간을 더 끌 수는 없다"고도 언급했습니다.

지지부진하게 이어지던 이 전 부지사 재판은 최근 갑자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그제는 더불어민주당 인권위 상임고문인 민형배 의원 등 4명의 민주당 의원이 수원지검을 방문해 "이 전 부지사 등에 대한 반인권적 조작 수사를 즉각 중단하라"며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혐의를 일체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던 이 전 부지사가 검찰 조사에서 이재명 대표를 언급했단 보도가 나왔기 때문인 걸로 보입니다. 새로운 국면을 맞은 겁니다.

수원지검 앞에서 농성하는 민주당 의원들 (사진=연합뉴스)

이렇게 재판이 산으로 가고 있다는 말도 나오는 와중에, 검찰은 내일, 당시 경기도 대변인으로 일했던 이재명 대표의 측근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합니다.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법정에서 직접 쌍방울의 대북 송금에 관련해 알고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정무 라인'으로 불리는 김 전 부원장을 비롯해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도 곧 검찰 조사 대상이 될 거란 시각이 많습니다. 보고가 되었다는 진술이 나온 만큼 그다음 수순으로 이재명 대표 조사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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