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다독인 벨 감독 "다시 일어설 수 있다"

2023 국제축구연맹(FIFA)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 첫 경기를 진 한국 대표팀의 콜린 벨 감독은 선수들이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하면서도 압박감 속에 고전한 선수들을 다독였습니다.

벨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축구대표팀은 25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 풋볼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콜롬비아에 전반 연속 실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2대 0으로 졌습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벨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역량은 (지금 경기에서 나타난 것보다) 훨씬 더 좋았다고 생각한다"며 "페널티킥을 내준 상황은 안타까웠다"고 말했습니다.

전반 초반 고강도 압박을 통해 팽팽한 경기를 이어가던 '벨호'는 갑자기 실책을 연이어 저지르며 주도권을 내줬습니다.

전반 30분부터 10분 사이 2골을 내줬고, 이후 쫓아가기에 급급하며 준비한 것을 제대로 펼쳐 보이지 못했습니다.

벨 감독은 "결정적 기회를 포착하지 못했다. 그만큼 우리가 잘하지 못했다고 본다"며 "2∼3번 정도 공격을 잘하긴 했다. 하지만 콜롬비아가 공격력, 공 점유율 등이 훨씬 좋았다"고 돌아봤습니다.

이어 "페널티킥에 이어 두 번째 골도 내줬다. 항상 실수 직후 위험한 순간이 오니까 그렇게 쉽게 허용해서는 안 된다"며 "반면 콜롬비아가 실수했을 때 우리는 이를 살리지 못했다. 그게 큰 차이였고 경기력의 차이였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벨 감독은 상대 슈팅을 몸으로 막는 과정에서 핸드볼 반칙으로 페널티킥을 내주며 실점 빌미를 준 수비수 심서연(수원FC), 린다 카이세도(레알 마드리드)의 중거리 슛을 제대로 쳐내지 못해 실점한 골키퍼 윤영글(BK 헤켄)의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월드컵 첫 경기가 주는 압박감 탓에 제 실력을 내지 못했을 것이라며 선수들을 감쌌습니다.

벨 감독은 "첫 경기에 대한 불안, 긴장이 중첩됐다. 우리 선수들은 오늘 보여준 모습보다 훨씬 낫다"고 거듭 말했습니다.

그동안 벨 감독은 체격에서 밀리는 우리나라 대표팀의 '체질'을 개선할 방책으로 '고강도 훈련'을 제시했습니다.

타고난 체격을 바꿀 수 없으니 경기 내내 스프린트를 시도할 체력 조건을 만들어 세계적 강팀들을 상대로 경쟁력을 올리겠다는 시도였습니다.

'가상 콜롬비아'로 초청해 평가전을 치른 아이티전에서는 이런 구상이 통했지만, 이날 진짜 콜롬비아는 후반에도 여전한 활동량을 보여줬습니다.

대표팀과 뚜렷한 '체력 격차'를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이에 대한 지적에 벨 감독은 "나는 감독으로서 선수들의 능력을 믿는다"면서도 "그러나 신체 상태는 처음에 훈련을 시작한 '기반'을 살펴봐야 한다. 우리가 4∼5주 안에 어느 정도까지 (그 기반에서) 향상할 수 있는지가 중요했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도 이제 점점 내 말을 들어주고 있다. 고강도가 필요하다"며 "(월드컵이 펼쳐지는) 여기 이곳이 국제적 표준이다. 콜롬비아, 모로코, 독일 모두 그 수준에 올라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벨 감독은 "오늘처럼 해서는 이길 수 없다. 당연히 지면 좋지 않다. 하지만 오늘의 이 순간을 기억하겠다"며 "패배도 인생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너무 처지지 말고 계속 전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30년 이상 감독으로 일하며 계속 (마음에) 새기는 게 이런 자세다. 계속 나아가자. 2시간 정도가 지나면 나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제 대표팀은 30일 모로코와 2차전을 준비합니다.

벨 감독은 "어제 독일-모로코 경기를 마이클 뮐러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장이 관전했다. 어떤 부분을 중점적으로 연습할지 따져볼 것"이라며 "오늘 교훈을 얻었다. 우리 선수들의 의사결정이 빠르지 못했고, 피지컬도 더 끌어올려야 한다. 더 고강도 훈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