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스프] 더 이상 기후를 정치 의제로 삼는 걸 피할 수 없는 이유

[뉴욕타임스 칼럼] Why We Should Politicize the Weather, By Paul Krugman

스프 NYT 뉴욕타임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폴 크루그먼은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다.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뒤 기후변화에 관한 질문을 받자 이렇게 답했다.

"날씨를 정치적인 의제로 삼는 건 늘 거부해 왔습니다."

문제를 슬쩍 피해 간 것이다.

사실 날씨의 정치화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환경 정책이 경제 문제나 다른 사회 이슈를 제치고 2024년 대통령 선거의 핵심 사안이 되는 일은 없겠지만, 우리는 가속화 중인 기후 재난 시대를 살고 있다. 더 합리적인 정치 토론 분위기 속에서라면 (세계 선진국의 어느 주요 정당보다도 기후 대책에 적대적인) 공화당의 환경 극단주의는 선거 정국의 최대 쟁점이 됐을 것이다.

우선 이 이야기가 나온 배경을 살펴보자. 2023년은 이제 겨우 절반이 지났지만, 예전 같았으면 충격 그 자체였을 이상 기후 현상이 이미 여러 차례 일어났다. 전 세계적으로 지난달은 역사상 가장 더운 6월이었다. 전례 없는 폭염이 세계 여러 지역을 훑고 지나갔다. 남아시아와 중동은 5월에 목숨을 위협하는 폭염을 겪었고, 얼마 전 재난 수준의 폭염을 경험한 유럽도 두 번째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역사상 최고 기온이 관측됐고, 미국 남부도 몇 주째 끝날 기미가 없는 위험한 수준의 불볕더위로 고통받는 중이다.

플로리다 주민들은 시원한 바닷물에 뛰어들고 싶은 유혹을 느끼겠지만, 플로리다 남부 해안의 수온 역시 화씨 100도(섭씨 약 38도)에 가까워 온탕 수준이다.

남부를 제외한 다른 지역 날씨는 그렇게 뜨겁지 않지만, 동북부 주민이라면 최근 캐나다 산불로 인해 끔찍했던 대기질과 오렌지빛 하늘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극단적인 기상 이변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기후변화가 특정 재난을 일으켰음을 증명할 방법이 있을까? 딱히 없다. 그러나 이 질문에 답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르는 '기상 이변 원인 규명(extreme event attribution)' 분야가 급성장 중이다. 기후 모델에 따르면 온난화가 지속되면 지구에서는 특정 종류의 기상 이변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커진다. 일례로 과거에는 평균적으로 수십 년에 한 번 발생하던 폭염이 이제는 거의 매년 발생하고 있다. '기상 이변 원인 규명'은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상 이변 발생 확률과 기후변화가 없었을 때 같은 사건이 일어났을 확률을 비교하는 연구다.

이에 더해 나는 기상 이변 원인 규명이 언제나 같은 답을 내놓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기후변화가 어떤 문제의 원인이 아니라는 답을 내놓기 때문에 신뢰성을 획득한다고 주장하고 싶다. 예를 들어 한 초기 분석에 따르면 이탈리아 북동부를 강타한 극심한 홍수의 경우에는 기후변화의 영향이 제한적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규칙을 증명하는 예외였다. 일반적으로 원인 규명 작업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최근 재난 발생 가능성이 훨씬 커졌음을 보여준다. 가장 최근에 일어난, 여전히 진행 중인 기후 재난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기후변화가 없었다면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기상 이변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라는 결론이 과장은 아니다. 그리고 이는 분명 앞으로 닥쳐올 수많은 재난의 작은 예고편이자, 위기의 서막에 불과할 것이다.

여기서 다시 "날씨의 정치화"로 돌아와 보자. 기후 위기에 대한 걱정은 당파적인 사안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적어도 미국에서는 그것이 현실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스프 배너
이 콘텐츠의 남은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하단 버튼 클릭! | 스브스프리미엄 바로가기 버튼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