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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차별 양산되는 해병대 의혹들…"군 무시의 폐해" [취재파일]

고 채수근 해병이 그제(22일) 대전 현충원에 영면했다.

시민들이 군을 대하는 경향에 따라 국가는 삼분(三分)됩니다. 군을 존중하는 국가, 군을 두려워하는 국가, 군을 무시하는 국가입니다. 미국 등 선진국은 군을 존중하는 국가이고, 북한 등 권위주의국가 또는 후진국은 군을 두려워하는 국가입니다. 한국은 선진국임에도 군을 무시하는 국가에 속합니다. 국가적으로, 안보적으로 어떤 국가가 좋을지는 불문가지입니다.

군을 무시하는 한국에서 군 내 사건·사고가 발생하면 언론과 시민단체 등 여론 주도 세력은 군을 맹폭합니다. 군은 맹수에 목덜미 물린 초식동물 마냥 신음 몇 마디 못 내고 속수무책 당합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니 한국군의 신뢰는 회복 불가능한 나락까지 추락할 판입니다. 더불어, 군부독재 흑역사에 뿌리를 둔 반군 의식에 기인한 군 무시의 조류는 강화됩니다.

경북 예천 수해 현장에서 수색 임무 중 고(故) 채수근 해병이 순직한 사고를 둘러싸고 고질적인 군 무시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언론과 시민단체 등이 거악(巨惡)이나 절대 권력에도 들이대지 않는 가혹한 잣대로 해병대를 흔드는 것입니다. 채 해병을 지키지 못한 해병대의 책임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제기되고 있는 각종 의혹들은 도를 넘는 수준입니다. 해병대를 사랑한 채수근 해병의 명예와 해병대의 발전을 기원한 채 해병 부모의 의연한 품위에 누가 되는 일들이라 보기에 안타깝습니다.

휴가가 잘못?…은폐 위해 외출·외박 금지?

고 채수근 해병의 어머니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을 붙잡고 오열하고 있다.

지난 주말 여러 매체들은 "14박 15일 포상 휴가를 당근으로 급류 속 맨몸 수색을 독려했다"며 해병대를 비난했습니다. 휴가를 내걸어 해병들을 급류 속으로 내몰았고, 결과적으로 채수근 해병이 희생됐다는 투입니다.

군의 속성을 모르는 지적입니다. 힘든 임무에 투입된 장병에게 휴가는 필수입니다. 부대가 휴가 줄 생각이 없었다면 오히려 그것이 문제입니다. 해병대가 "시신 수습 장병 등의 정서적 안정을 위한 휴가"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매체들은 이를 핑계처럼 다룰 뿐입니다.

한 시민단체는 오늘 "이번 사고 부대가 소속 해병들의 출타를 전면 통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가족들이 아들 걱정에 면회, 외출 등을 요청했는데 부대가 모두 반려했고, 이는 진실이 외부에 알려질까 두려워 통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매체들은 이 단체의 보도자료를 토씨 그대로 받아 적었습니다.

해병대에 따르면 채수근 해병이 소속된 7포병대대의 계획된 외출, 외박, 휴가는 정상적으로 실시되고 있습니다. 진실 은폐를 위해 입을 막지 않은 것입니다. 정작 채 해병과 함께 현장을 누볐던 해병들은 휴일 출타를 신청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부모들 마음처럼 다들 집에 돌려보내면 좋겠지만 7포병대대는 수해복구 외에도 본연의 임무가 산적한 해병대의 핵심 조직입니다. 해병대는 "군의관, 병영생활담당관 등을 투입해 7포병대대의 해병들을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군은 존중받지 못할 존재인가

그제 고 채수근 해병 영결식에서 동료 해병들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시민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 미군에서도 사건·사고는 빈발합니다. 최근 판문점을 통해 병사 한 명이 월북했고, 몇 해 전 성폭행 후 살해 사건도 벌어졌습니다. 장군들 비리 사건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미국 사회 전체가 들썩일 정도로 군을 매도하는 보도 경쟁이 뒤따르지 않았습니다. 군에 대한 존중이 옅어지지도 않습니다. 원인 찾고, 대책 마련하고, 책임자 처벌하는 외과수술식의 냉정한 절차가 이어질 뿐입니다.

한국의 경우는 참 다릅니다. 종종 사건·사고가 발생합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군은 특수한 위계의 조직이라 사건·사고는 부조리한 양상을 띨 때도 있습니다. 툭하면 마녀사냥의 광풍이 붑니다. 해당 군 전체가 휘청일 때까지 무차별 공격이 펼쳐집니다. 책임이 분명한 지휘관뿐 아니라, 포괄적 지휘책임과 여론의 덫에 걸려 무고한 지휘관들도 해임됩니다. 군 신뢰를 좀먹고, 군 전력을 약화시키는 악순환입니다.

대한민국 해병대는 가장 먼저 적진에 들어갔다 가장 늦게 적진에서 빠져나오는 국가전략기동군입니다. 해병대는 강하고, 해병들의 DNA는 특수합니다. 그래서 채수근 해병은 해병대를 사랑했고, 그의 부모도 해병대의 발전을 기원했습니다. 육해공군도 제 위치에서 힘겹게 제 임무를 수행 중입니다. 많은 군인들이 위국헌신(爲國獻身)을 소명으로 삼고 삼복더위에 두꺼운 군복 입고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존중받을 자격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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