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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나를 꼬신다"고 착각하는 유부남 상사…'사회생활용 웃음' 모르세요?

[대나무숲] "그건 아마 내 잘못은 아닐 거야. 착각한 네 잘못일 거야." (글 : 김세정 노무사)

스프 대나무슾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 드립니다.
 

직장이라는 곳은 본디 다종다양한 인적 속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만드는 공적 공간이며 관계다. 불특정 다수와 업무적으로 마주하면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가진 본연 그 자체의 인격이 아닌 사회생활용 인격을 가지게 된다. (일례로 나에게는 친구들을 만날 때와 직장에서의 MBTI가 네 자리 모두 달라지는 친구가 있다.)

저마다 서 있는 자리와 살아온 궤적이 다르기에 사회생활용 인격은 범용(汎用)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때문에 사회생활용 인격은 누구에게나, 언제나, 어디서나 예의 바르지 않다. 직장 생활을 하며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하는 인격, 자기 객관화가 안 된 인격, 자아가 비대한 인격, 약자를 무시하는 인격 때문에 고통받는 상황은 꼭 생긴다. 이러한 인격을 함양한 분들의 경우, 높은 확률로 사회화 과정을 거친 인간이라면 기본적으로 행하는 '공적' 웃음과 친절을 구분하지 못한 채 착각의 늪에 빠진다. B 씨도 B 씨의 사회생활용 웃음과 친절을 두고 직장 내 성희롱을 한 상사 때문에 피해를 경험했다.
 

"네가 나를 꼬신다" 상사의 도 넘은 성희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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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씨는 입사한 지 한 달 정도 된 신입사원이었다. 소속 부서에는 B 씨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유부남인 상사와 B 씨 단 두 사람뿐이었다. 상사와 조금씩 편해지면서 회식을 포함한 술자리가 잦아졌다. 언젠가부터 상사는 술이 들어갔다 하면 심한 성희롱 발언을 했다. 상사는 B 씨에게 "네가 나를 꼬신다, 너 나 좋아하냐"라며 헛소리를 하다가, "너에게 사심 있다, 연애하고 싶다"더니 심지어는 돈을 줄 테니 자신과 성관계를 하자는 암시가 담긴 말까지 했다.

B 씨는 수치스러웠다. 하지만 일에 욕심이 있었기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상사와 부딪히고 싶지 않았다. B 씨는 억지로 웃으며 참았다. 그러면 안 된다는 식으로 장단을 맞춰주기도 했다.

어느 늦은 밤 상사는 B 씨에게 전화를 걸어, 왜 그렇게 퇴근 시간만 되면 빨리 가려고 하냐며 "혹시 너 밤에 다른 일 하니?"라고 물었다. B 씨는 기가 막혔다. B 씨가 제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느꼈는지, 상사는 갑자기 "네가 날 거절했으니 내 말 잊어라, 내일부터 넌 혹독하게 일할 준비 해라"라고 말했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정말로 깐깐하게 굴기 시작했다. B 씨는 더 이상 억지로 상사의 비위를 맞추며 일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퇴사를 결심했다.

'성 인지 감수성' 높여야…


남녀고용평등법에서 규정하는 직장 내 성희롱이란, 사업주·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 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하여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 언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또는 그 밖의 요구 등에 따르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근로조건 및 고용에서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 B 씨의 상사는 본인의 지위를 이용하여 성적 굴욕감과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발언을 여러 번 했고, '자신을 거절했다'며 B 씨의 근무 환경을 악화시켰다. 상사가 B 씨에게 한 발언과 행위는 의심할 여지 없이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한다.

누군가는 상사와 자주 술자리를 '가져주고', 웃으며 장단 맞춰주고, 불쾌함을 티 내지 않은 B 씨를 탓할 수 있다. 만약 술에 취해 걸어가다가 별안간 뒤통수를 얻어맞고 금품을 갈취당하는 피해를 경험한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그 누구도 피해자에게 왜 술을 마셨는지, 왜 범행의 대상처럼 보이게 행동했는지, 왜 그 길을 걸으며 그 자리에서 벗어나지 않았는지를 결코 따져 묻지 않을 것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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