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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夜] '그알' 살인 자백했던 아크말의 고백 "난 살인자가 아닙니다" …창원 택시기사 살인사건 조명

그알
아크말은 왜 살인자가 되었나.

22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이하 '그알')에서는 '살인자의 자백 그리고 아크말의 고백'이라는 부제로 14년 전 벌어진 창원 택시기사 살인 사건을 추적했다.

지난 2009년 3월 25일 오전, 경남 창원의 한 주택가에 주차된 택시 안에서 시신이 발견됐다.

당시 58세였던 택시 기사 강 씨는 자신이 몰던 택시 뒷좌석에 치명상을 입고 쓰러져있었던 것. 그는 공업용 커터칼에 목 혈관이 절단되는 치명상을 입었고, 목에는 끈으로 졸린 삭흔과 손에는 방어흔들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차 내부에는 깨진 유리병 파편들과 혈흔이 곳곳에 흩뿌려져 있어 충격을 안겼다.

자녀들의 학비를 벌기 위해 식사도 도시락을 싸서 차에서 할 정도로 알뜰하고 성실했던 강 씨는 손님인 척 택시에 오른 범인에게 참혹하게 살해당한 것이다. 그리고 범인은 그를 살해하고 돈을 훔쳐 사라졌다.

경찰들의 수사는 순조롭지 못했다. 차량 내부 어디에서도 범인의 지문이나 DNA는 발견할 수 없었고, 사건 전날 강 씨를 보거나 수상한 손님에 대해 기억하는 목격자도 나오지 않았던 것. 특히 경찰은 창원 일대의 198곳 CCTV를 확인했지만 범인을 특정할 수 없었다.

경찰이 알아낸 것은 속도를 통해 이동 거리를 추정하는 타코미터로 범인이 3월 24일 밤 9시 50분경 택시에 탑승해 시외지역으로 가자고 한 뒤 30분 후쯤 범행을 저질렀고, 이후 택시를 몰고 요금 23,410원이 되는 지점인 명서동 주택가에 밤 11시 10분경 주차를 했다는 것이었다.

지지부진한 수사가 이어지던 중 그해 7월 옆 관서에서 택시 강도 사건을 벌인 용의자 3명이 검거되었다. 이들은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외국인 3명으로 경찰들은 이들 중 한 명을 3월에 벌어진 택시기사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의심했다.

경찰은 유학 비자로 입국한 당시 19살 보조로 브 아크말을 택시기사 살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했다.

그는 학교를 다니다가 생활고로 취업을 하게 됐고, 불법체류자 단속 강화로 실직했다. 그리고 2주 후 택시기사 살인사건이 벌어졌던 것. 이에 경찰은 생활고로 인해 강도 목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아크말은 7월 강도 사건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3월 살인 사건에 대해서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후 그는 말을 바꾸었고 범행을 자백했다.

아크말은 범행 도구를 구비한 장소와 범인만 알만한 정보들을 자백했고, 그는 강도살인 및 상해 등의 혐의로 무기징역 선고를 받았다.

그런데 어느 날 제작진에게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천안교도소에 수감 중인 무기수 아크말. 그리고 그는 이 편지를 제작진보다 먼저 한 사람에게 보냈다. 그의 편지를 받은 주인공은 바로 재심 전문 변호사 박준영 변호사.

아크말은 신문과 사전을 보고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했다며 자신이 꼭 전하고 싶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14년 전 창원 택시기사 살인사건에 대한 자신의 자백은 강압 수사에 따른 허위 자백이라는 것이다. 특히 당시 수사했던 형사들은 불법체류자였던 누나와 매형을 언급하며 협박했고, 죄를 인정하면 2년 후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회유했던 것이다.

또한 형사들은 한국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크말에게 자신들이 원하는 진술을 유도하고 현장검증은 미리 교육을 시키기도 했다.

폭행과 반복된 협박으로 두려웠던 아크말은 형사들의 말을 따랐고, 그들의 말을 맞추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모든 것을 외워서 검사 앞에서는 스스로 진술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형사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당시 그를 담당했던 형사들은 그를 잔인하고 극악무도한 범죄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한국어를 잘하는 그에게 DNA를 확보한 게 있다고 운을 띄우니 눈물을 흘리며 시인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범행 장소에 가서 5분씩 정차를 하자 자꾸만 해당 장소로 시선을 보냈고, 그런 아크말을 데리고 돌아와 불법체류자인 누나를 추방할까 하고 겁을 주니 바로 실토를 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택시와 시신을 유기한 장소는 이전에 거주한 적이 있어서 잘 알고 있었다며 아크말이 틀림없는 범인이라 확신했다. 그러면서 "조금이라도 강압에 의한 건 없다. 오로지 형사의 직감으로 알아낸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제작진은 취재를 통해 아크말이 1차 현장 검증과 2차 검증에서 사용한 범행 도구가 달랐던 것을 포착했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범행의 핵심적인 내용들이 계속 변화하는 것에 의아해했다.

또한 당시 K형사가 우즈베키스탄 남녀를 데려 와서 아크말과 면회를 주선했는데, 이들은 그에게 "수사 잘 받아라 그러면 잘 될 거다"라며 아크말을 안심시켰다. 이에 대사관 직원들이라 여긴 아크말은 형사들이 시키는 대로 허위 진술을 했고 이후 그들이 가짜 대사관 직원임을 알고 크게 후회하기도 했다.

아크말은 편지를 통해 "제가 방송에 얼굴이 나와서 나중에 어떠한 반발이 있어도 감당하겠다. 저의 억울함을 풀 수만 있다면 뭐든지 다 하겠다"라고 호소해 눈길을 끌었다.

아크말이 살인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는지 몰랐던 가족들, 아크말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도 한국어가 능통하지 못해 통역이 반드시 필요했던 것. 그러나 아크말의 조서에는 한국어를 말하고 듣는데 어려움이 없어 통역이 필요 없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아크말의 지인은 "당시 한국어가 전혀 안 됐다. 재판받을 때 타지크어를 유창하게 하는 사람이 정확하게 통역했을까 의구심이 든다"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아크말이 사용하는 타지크어는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 말 정도로 같은 나라 사람들도 알아듣기 어려운 방언이었던 것. 그럼에도 그가 제대로 된 통역을 이용할 수 없었던 것으로 드러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실제로 아크말은 검찰이 구형한 사형의 단어를 몰랐고, 이를 통역해 주는 이가 없었다.

그럼에도 그의 사건 자료 중에는 그가 한글로 작성한 진술서가 존재했다. 6하원칙을 지켜 요점만 작성한 진술서에 대해 전문가는 "잘못을 인정하고 자백을 쓴다고 할 때는 감정이 먼저 드러난다. 그런데 이 진술서에는 감정은 없고 정보만 가득하다. 그리고 주 언어가 아닌 외국어로 작성했다는 것이 의문인데 이는 본인이 작성했다기보다 필요로 하는 누군가가 불러준 대로 그대로 쓴 것이 아닌가 싶다"라고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냈다.

형사들은 강도 사건 피해자에게 들은 묘한 말 때문에 아크말이 처음부터 범인이라는 심증을 가졌다. 강도 피해자는 범인 중 한 명이 "내가 전에도 한국 놈 한 놈 반 죽여 놓은 적이 있다. 가지고 있는 것 다 내놔라"라는 말로 자신을 위협했다고 했던 것.

그러나 당시 피해자의 주장은 달랐다. 그는 "손을 뒤로 묶는 게 아니고 앞으로 묶었는가 그랬다. 그러니 내가 트렁크 안에서 열 수가 있었지"라며 당시 칼로 위협을 한 인물은 공범 A이며, 아크말은 조수석에서 연고지로 끌고 갔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자신을 때리고 협박한 인물로 공범 A를 일관되게 지목했던 피해자. 그러나 경찰은 아크말을 주범으로 판단했다. 공범 A는 1차 조사에서 강도 사건을ㅎ 인정하고 자신이 칼로 위협한 것도 인정했다. 그러나 4일 후 말을 바꿔 칼을 가지고 있던 아크말이 피해자가 반항하면 찔렀을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칼을 왜 준비했겠냐"라고 했다.

이후 항소를 한 공범 A는 아크말의 살인 고백 들었다는 진술도 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전문가는 "처음에는 아크말이 악성이 높은 주요 행위들을 안 한 것처럼 보였다가 조사가 반복되면서 아크말이 흉기까지 사용해서 협박한 걸로 변한다. 이는 7월 사건에서 혼자 주도하고 협박하고 잔인하고 폭력성을 보였던 아크말이니 3월 사건에서 잔인성과 폭력성도 그랬으리라 가정할 수 있고 3월 사건의 유무죄 판단에도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라며 7월 강도 사건의 주범을 아크말로 판단한 것이 3월에 있던 살인 사건의 범인이 아크말이라는 증거처럼 작용했을 것이라 분석했다.

제작진은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석방 후 자신의 나라로 돌아간 두 명의 공범과 만났다. 이들은 교도소에서 열심히 한글 공부를 해 자신들의 재판기록을 살펴보았다며 수사 기록에 자신들이 했던 진술과 전혀 다른 내용들이 담겨 있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들도 경찰들에게 폭력과 협박을 당했음을 고백했다. 그리고 공범 A는 "아크말로부터 살인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라는 진술에 대해 "아크말이 살인했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들었다고 한 것"이라며 번역이 잘못되었다고 했다. 공범 A의 공소이유서 7장을 단 3장으로 번역한 통역가는 결정적인 오역까지 했던 것. 이에 사법 통역 전문가는 "사법 통역은 철저하게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라며 중립성을 지키지 못하고 자체적으로 내용을 축약하고 오역한 것을 지적했다.

공범들은 당시 아크말이 집에 돌아간다고 믿고 있었다며 "우리도 설득시켰다. 우리 집에 가니까 빨리빨리 하자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날 제작진은 K형사를 다시 만나 강압 수사에 대해 물었다. 이에 그는 "맹세코 형사 생활 중에 단 한 번도 폭행한 적 없다 "라며 오히려 아크말을 잘 챙기고 잘 대해줬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당시 촬영한 현장 검증 비디오 영상의 존재 여부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또한 아크말의 주장이 허무맹랑하다며 자신의 행동에는 일절 부끄러움이 없다고 자리를 떠났다.

14년 전 그가 강압수사를 했다는 근거는 오직 아크말의 고백뿐이다. 그러나 아크말이 살인자가 된 이유 또한 아크말의 자백뿐인 상황이었다.

제작진은 우즈베키스탄에서 아크말의 가족을 만나던 중 아크말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아크말은 거짓 자백을 한 이유에 대해 "네가 자백을 하든 말든 택시기사를 죽인 사람을 너로 만들 거야라고 했다. 누나와 누나 남편도 감옥에 들어갈 거야라고 협박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범행 장소도 경찰이 보여준 것일 뿐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아크말이 종신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된 지 1년 반이 지나서야 어떤 혐의로 어떤 처벌을 받게 된 것인지 알게 된 그의 가족들은 이제라도 아크말의 억울함을 풀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눈물을 흘렸다.

조사 당시 2번의 현장 검증을 했던 아크말. 전문가는 이는 이례적인 일이라며 "아마도 여러 가지 모순들을 제거하고 가장 현장 상황에 부합하도록 조율된 이러한 결과물이라고 봐야 될 것 같다. 최종적으로 조율된 결과물만을 가지고 현장 상황과 비교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당시 수사기록과 당시 아크말의 진술을 토대로 범행과정을 직접 시뮬레이션해 객관적 검증을 했다. 이에 단독 범행 보다 2인 이상, 공범이 있었다고 판단했고 그의 진실과 현장 상황이 불일치함을 확인했다.

또한 유일한 단서인 타코미터를 최초 개발자와 함께 분석했다. 이에 개발자는 "누군가 가려놓은 것처럼 번호도 다 지워져 있다. 누가 일부러 지운 것이다"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지워진 속도롤 복원한 자료를 제작진에게 보냈다.

이를 가지고 제작진은 GIS 기술을 이용해 범인이 운전한 진짜 경로를 추적했다. 이에 아크말이 주장한 경로와 진짜 경로에는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타코미터 개발자는 "범인이 최종 정차한 뒤 먼저 택시 미터기의 지불 버튼과 승차 버튼을 연달아 누른 뒤 택시 시동을 껐을 때 이런 데이터가 남는다"라며 보통 사람들은 알 수 없는 미터기 사용법을 지적했다. 이는 실제 범인이 택시를 몰던 습관이 있는 자이거나 미터기에 대해 잘 알아 자신의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이러한 행동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리고 이는 우즈베키스탄인 아크말에게는 양쪽 모두 어려운 것이었다.

전문가는 "그가 범인이라 하더라도 수사 단계에서 범인임을 입증해 내는 데 결과적으로 실패한 사건이다. 정황, 선입견, 유죄의 심증 이런 것에 지나치게 경도된 상태에서 분명히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많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합리적 의심의 여지를 해소하려는 노력이 치밀하게 끝까지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사법절차의 과정에 흔적들이 너무 많이 보여서 무척 아쉬운 사건이다"라고 안타까워했다.

현재 아크말은 박준영 변호사와 재심 청구를 준비 중이다. 외국인이기에 벌어진 그만의 비극이라고 치부할 수만 없는 사건. 우리 주변에는 자신의 무고함을 설명할 수 있는 그 언어를 제대로 갖지 못한 이들이 또 다른 아크말이 되어 온 모습들을 목격한 바 있다. 이에 방송은 아크말로 대변되는 사회적 약자들의 이야기를 같이 지켜보고 함께 지켜주지 않는다면 결코 비극이 끝나지 않을 것이라 경고해 눈길을 끌었다. 

(SBS연예뉴스 김효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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