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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 없는 교권 추락에…교사 지도, 아동학대 면책권 부여 힘 받나

서초 교사 추모 화환 (사진= 연합뉴스)
▲ 서초구 초등학교 앞 추모 화환

초등학교 교사가 학생에게 폭행당한 사건에 이어 또 다른 교사가 교권 침해 의혹으로 극단적 선택한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교권 보호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모양새입니다.

오늘(21일) 교육계에 따르면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이태규 의원이 지난 5월 발의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습니다.

개정안의 핵심은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해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아동복지법상 정서적·신체적 아동 학대, 방임 행위로 보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야당에서도 비슷한 법안을 발의한 상태입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강득구 의원은 지난달 법령과 학칙에 따른 교사의 학생 생활 지도는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강 의원은 또 교원의 학생 생활 지도가 아동 학대 범죄로 신고돼 조사·수사 등이 이뤄지는 경우 학교장이 조사·수사기관, 법원에 의견을 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 법률안도 발의해둔 상태입니다.

여야를 불문하고 교원의 교육 활동 보호를 위해 법안 개정에 나선 것은 최근 일부 학생에 의한 수업 방해, 교육활동 침해가 심각해졌는데도 아동학대 신고 위험 때문에 교원이 학생들을 정당하게 지도할 방안은 거의 없다는 문제의식 탓입니다.

교육계에서는 2000년대 들어 아동복지법이 계속해서 강화하면서 학생의 인권만 지나치게 강조됐고, 상대적으로 교사들의 교권 보호는 미흡했다는 인식이 우세합니다.

실제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지난 12일 교권옹호기금운영위원회를 열고 올해 교권 침해 사건 관련 소송과 행정 절차 87건을 심의한 결과 44건(51%)이 교원의 지도와 학교폭력 대응 등을 문제 삼은 아동학대 고발·고소·소송 건으로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그중 상당수는 불기소로 종결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경기교사노조가 2018∼2022년 5년간 교사를 대상으로 한 아동학대 고소·고발 사건을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53.9%)이 기소되지 않고 마무리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전체 아동학대 신고 불기소율(2021년 기준)이 14.9%라는 점을 고려하면, 교사를 상대로 예민하고 과한 아동학대 고소·고발이 심각하다는 뜻으로 볼 수 있습니다.

최근 연이은 교사들의 폭행·사망 사건에 현장 교사들이 들끓고 있는 것은 교권 추락에 대한 현장 교사들의 공분이 적지 않다는 신호로 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지난 18일에는 서울 양천구 초등학교에서 6학년 담임교사가 다른 학생들이 있는 교실에서 남학생에게 폭행당해 전치 3주 진단을 받은 사건이 알려졌습니다.

해당 교사가 소송을 제기하기로 하고 엄벌 탄원서를 요청하자 교사 탄원서가 순식간에 1천800장 접수됐습니다.

이어 서울 서초구 한 초등학교에서 신규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이 사망 경위를 파악 중인 가운데 특정 학부모가 지속해서 악성 민원을 제기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상태입니다.

교원단체는 해당 학교와 서울시교육청, 교육부에 근조 화환을 보내는가 하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프로필을 검은 리본으로 바꾸고 애도를 표하는 교사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법 개정안이 학교 현장에서 아동 학대 위험을 키울 수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입니다.

그러나 연이은 교권 추락 사건에 반대 여론에 힘이 실리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정교한 입법을 통해 학생 인권과 교사의 교육권이 균형을 맞출 수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충남 지역 한 초등학교 교사는 "아동학대 신고를 받으면 학교도 몸 사리는 경우가 많아 교사가 개인적으로 변호사를 알아보는 경우가 많다"며 "교육 활동 보호를 위해서는 무고성 아동학대에 대한 제어장치가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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