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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피해 키운 '가설 도로'…위험 경고에도 철거 지연

<앵커>

지하차도의 참사 원인을 놓고 조사가 계속되는 가운데 근처 공사 현장에 있던 가설 도로가 피해를 키웠다는 정황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저희 취재 결과 사전에 국토부에서는 그 도로 때문에 홍수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내용은 노동규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공사 중인 미호천교 양옆, 길이 400m가 넘는 거대 가설 도로가 놓여 있습니다.

철제 빔으로 촘촘하게 설치된 다리 사이로, 하천이 범람하며 떠내려온 덤불과 나무판자 등이 가득합니다.

하천수리공학 전문가는 교통 우회 목적으로 세워진 이 가설 도로가 물 흐름을 방해해 범람을 불렀다고 분석합니다.

[조원철/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명예교수 (하천수리학) : 이게 다 걸려 있잖아요! 이 쓰레기들이 왜 걸려 있습니까? 못 빠져나가니까 막힌 거라고요. 물이 흐르는데 장애물이 있으면 수면이 올라가요. 수위 상승, 유속 증가, 와류 증가, 그렇게 해서 제방을 갉아먹는….]

그런데 SBS 취재 결과 국토부는 사전에 가설 도로로 인한 홍수 위험을 우려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 2020년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대전지방국토관리청에 교각과 가설 도로 건설을 위해 하천 점용 기간을 늘려달라 요청했는데, 대전국토청은 내부 검토 결과 홍수가 우려된다며 추가 수리 계산 등을 요구하고 연장 신청을 반려합니다.

행복청은 이후 단 이틀 만에 홍수위 변화가 미미하다는 근거를 제출했고 결국 연장 허가를 받습니다.

문제는 행복청의 수리 검토가 2018년 갱신된 미호천 수치가 아닌 그 이전 자료에 근거했다는 것입니다.

하천 환경이 매우 빠르게 변해 5년마다 정보를 업데이트 하는데, 그 기준을 준용하지 않았습니다.

[조원철/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명예교수 (하천수리학) : 아 그건 엉터리죠. 하상이 변해버렸거든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서. (물 흐름이) 강바닥을 쓸어내리고, 위에서 또 흙이 들어오고 밑으로 빠져나가고 바뀌었기 때문에, 가장 사용할 수 있는 최근의 자료를 가지고 (수리 검토에) 사용해야 하는 거예요.]

지난해 9월 공사가 지연되며 행복청은 또 연장 요청을 했는데, 물 관리 업무를 이관받은 금강유역청은 서류 한 장으로 검토를 끝내고 승인해줍니다.

첫 연장 때, 홍수 위험이 있는 가설 도로를 철거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지만, 추가 승인 때 들여다보지 않았습니다.

SBS의 해명 요청에 국토부는 환경부로 물 관리 업무가 이관돼 답변이 적절치 않다고 했고, 행복청은 가설 도로 철거가 의무사항은 아니라고 봤다고 밝혔습니다.

하천 점용 기간이 관행적, 반복적으로 연장되는 과정에서 국토부와 환경부 조치는 적절했는지 정부 조사에서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영상취재 : 김승태, 영상편집 : 박춘배, 자료출처 : 윤미향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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