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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장마가 사라진다고? 이제는 우기라고?

[마부뉴스] 데이터로 보는 장마

✏️ 마부뉴스 네 줄 요약

· 우리나라 여름 강수량 변동 특징은 1993년과 1994년 전후로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과거엔 두드러지지 않았던 2차 우기의 강수량이 최근엔 늘어나면서 '장마' 표현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습니다.

· 거기에 최근에 '극한 폭우'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한 번에 많은 양의 비가 내리는 강수 특징이 관찰되고 있습니다.

· 이러한 강수 변화의 원인은 지구온난화입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우리나라는 아열대성 기후로 변하고 있습니다.

·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 결과를 살펴보면 미래에는 강수량과 강수일수 자체는 감소하지만 극한 강수는 증가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스프 마부뉴스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장마가 잠깐 소강상태로 들어서니까 바로 폭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어젠 제주도와 동해안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더라고요. 비가 무섭게 쏟아진 게 언제 그랬냐는 듯 뜨거운 햇살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주말부터는 다시 또 강한 장맛비가 예보된 만큼 대비 철저하게 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오늘 마부뉴스에선 '장마'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혹시 독자 여러분은 장마가 예전 장마 같지 않다는 생각 해본 적 있나요? 갑자기 엄청난 비가 쏟아졌다가 또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국지성 폭우가 잦아지기도 했고, 뭔가 예전 장맛비와는 다른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오늘 마부뉴스가 독자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우리나라에서 장마가 사라진다고?

장마를 장마라고 부를 수 없는 날씨?

먼저 우리가 사용하는 장마라는 단어부터 살펴볼게요. '장마'라는 단어를 뜯어보면 '長 + 마' 이렇게 나눠 볼 수 있을 겁니다. 여기서 '마'는 비의 옛말입니다. 즉, 장마는 긴 비, 길게 오는 비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거죠. 우리가 사용하는 그 뜻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여름철에 오랫동안 내리는 비를 모두 장맛비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기상학적으로 엄밀하게 따지면 장마는 여름철 정체전선의 영향으로 내리는 비를 의미하거든요.

정체전선은 찬 기단과 따뜻한 기단의 양쪽 세력이 비슷할 때 생기는 전선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기단은 거대한 공기덩어리를 의미하죠. 두 개의 기단이 세력이 비슷하니 어느 한쪽으로 이동하지 않고 일정한 자리에 정체되는데, 그때 생기는 게 바로 정체전선입니다. 여름철 우리나라 근처에선 한랭다습한 오호츠크해 기단과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기단이 충돌하면서 장마전선이 발생합니다. 정체전선이니만큼 한 곳에 머물러 많은 비를 뿌리게 되는 거고, 그게 바로 장마죠.

물론 장마전선이 생겼다고 해서 비가 항상 오는 건 아닙니다. 장마전선이 우리나라에 오지 않고 북쪽에 가 있거나 아니면 남쪽에 위치할 경우엔 이른바 '마른장마'가 발생하기도 하죠. 또 장마전선이 우리나라에 비를 뿌리더라도 장마 이후에 비가 더 자주 오기도 하고요. 거기에 여름철 소나기나 국지성 폭우가 잦아지면서 무언가 우리가 예전에 경험했던 장마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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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에서 제공하는 전국 평균 강수량 데이터를 활용해 그래프를 그려봤습니다. 1973년부터 1993년의 여름철 강수량 분포와 1994년부터 2023년까지의 양상이 좀 다르죠? 두 시점 모두 장마가 시작되는 때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1994년 이후의 최근 그래프에선 장마 이후 2차 우기의 규모가 도드라져요. 물론 과거에도 2차 우기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장마철 강수량이 2차 우기보다 더 컸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장마철만큼 2차 우기의 강수량이 늘어난 걸 확인할 수 있죠. 게다가 8월 중순 즈음엔 2차 우기의 두 번째 피크가 관측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작년 여름철에 내린 비 중에 장마철에 내린 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42.1%에 불과했어요. 장마철 외의 강수량이 여름철 강수량의 절반을 넘었다는 거죠. 1973년 이후 주욱 살펴보면 80년대 10번 중 9번이 장마 기간의 강수량이 여름철 강수량의 50%를 넘었거든요. 하지만 2010년엔 10번 중 5번은 장마 때보다 그 외 기간의 강수량이 더 많습니다.

최근 장마 상황이 기존에 우리가 봐 왔던 장마의 모습이 아닌 만큼 학계에서도 고민을 시작하고 있어요. 장마라는 표현 대신 '우기'라는 표현을 써야 하는 것 아니냐는 거죠. 위에서도 살펴봤지만 장마 이후에 비가 더 많이 오고 있는 상황이니까요. 실제로 9월 20일 기후예측전문가단 회의가 있을 예정이고, 8월 말 집중호우전문가 회의에서도 관련 내용이 논의될 예정입니다.
Q. 중국와 일본에서는 장마를 뭐라고 부르죠?

우리나라가 6월 말 ~ 7월 중순의 긴 여름비를 '장마'라고 불러온 것처럼, 중국과 일본도 6월 중순부터 시작하는 여름비를 부르는 이름이 따로 있어요. 중국에서는 메이유(Meiyu, 梅雨), 일본에서는 바이우(Baiu, 梅雨)죠. 발음은 다르지만 한자는 똑같습니다. 매화나무의 열매인 매실이 5, 6월 열릴 때 내리는 비라고 해서 이렇게 부릅니다.

한국의 장마, 중국의 메이유, 일본의 바이우를 통틀어 '동아시아의 여름 몬순 현상'이라고 볼 수 있어요. 몬순은 계절마다 바람이 바뀌는 현상인데, 한중일 모두 비에 따로 이름을 붙인 것에서도 알 수 있듯 동아시아에서는 바람의 방향보다 강수의 변화에 초점을 맞춰 바라보고 있습니다.

한 번 비가 오면 왕창 쏟아진다

기후 위기 시대에 우리나라를 포함해 동아시아 지역은 과거에 비해 극한 기상 이변이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에 나온 IPCC 제6차 평가보고서(AR6) 제1실무그룹 보고서에도 동아시아 지역의 상황을 알 수 있는 자료가 있어요. 전 세계를 대상으로 기상이변 발생 상황을 분석해 보니, 특히 동아시아 지역은 폭염, 폭우, 가뭄 모두 맞은 지역 6곳 중 하나일 정도거든요. 작년에 수도권에 닥친 폭염과 폭우, 그리고 남부지방을 강타한 가뭄. 우리는 이미 작년에 그 삼중고를 겪었고, 앞으로 그 강도와 빈도는 더 세질 수 있습니다.

이미 우리는 이번 장마를 통해 극한의 폭우를 피부로 느끼고 있죠. 혹시 독자 여러분은 3년 전의 장마 기억나나요? 지난 2020년에 있었던 장마 때는 6월 말부터 8월까지 진득하니 비를 뿌렸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6월 말과 7월 초까지 단기간에 집중적인 폭우가 쏟아졌고 많은 지역에 큰 피해를 입혔죠. 당장 지난 11일엔 1시간에 70mm가 넘는 비가 서울 신대방동에 쏟아졌고, 신대방동을 비롯한 7개 동에 극한 호우 긴급 재난 문자가 발송될 정도였습니다.

스프 마부뉴스
극한 호우가 내리면 발송되는 긴급 재난 문자는 6월 15일부터 수도권에서 시범 운영하고 있는 제도입니다. 기상청에서는 1시간 강수량이 50mm가 넘으면서 3시간 강수량이 90mm가 넘을 경우에 해당 지역에 재난 문자를 발송하고 있죠. 그런데 아마 독자 여러분 중에는 '극한 호우'라는 표현이 조금은 생소할지 모릅니다. 왜냐면 이 표현 자체가 최근에 새로 생긴 거거든요. 이렇게 새로운 말까지 써 가면서 극한 호우를 경고하는 문자가 생겨난 이유는 바로 지난해 있었던 수도권 집중호우 사태 때문이죠.

마부뉴스에서도 지난해 <수해는 사회적 약자를 먼저 삼킨다> 레터를 통해 다루었지만 작년 서울 신대방동에선 시간당 141.5mm라는 말도 안 되는 비가 쏟아졌습니다. 서울시에서 기상이 관측되기 시작한 1907년 이래로 작년만큼 비가 한 번에 쏟아진 경우는 없었어요. 기상청에선 기존의 경보, 주의보로는 이러한 극한의 상황을 커버할 수 없다는 판단이 들었고, 특정 기준을 만족하는 극한의 비가 내리는 경우엔 해당 지역에 사는 주민들에게 경고 문자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수도권에서 먼저 시범적으로 운영해 보고, 내년 5월엔 전국으로 확대 운영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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