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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한반도 '극한 호우', 50년 동안 ○배 늘었다

[사실은] 한반도 '극한 호우', 50년 동안 ○배 늘었다

극한 호우. 한꺼번에 쏟아지는 엄청난 양의 비를 직감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언론이 비유적으로 쓰는 말 같지만, 기상청 공식 표현입니다.

기상청은 올 여름부터 기존의 호우 주의보와 호우 경보를 넘는 극단의 강우 상황이 발생하면 '극한 호우 재난문자'를 보내는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극한 호우는 1시간 동안 누적 강수량 50㎜를 넘고 3시간 동안 90㎜에 도달한 때를 뜻합니다. 호우로 인한 피해 사례 연구 결과, 약 80%가 이 같은 조건에서 발생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입니다. 

긴급재난문자

기상청 자료를 찾아보니까, 폭우 피해가 컸던 지난 주말만 하더라도 충남 부여는 14일 새벽 4시 47분부터 1시간 동안 57.7㎜, 전북 군산은 14일 오후 3시 23분부터 1시간 동안 54.1㎜의 비가 쏟아졌습니다.

극한 호우가 과거에 비해 잦아졌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얼마나 잦아졌는지, 최근 50년 치 기록을 전수 분석 했습니다. SBS 팩트체크 사실은팀이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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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극한 호우, 50년 동안 2.2배 증가


극한 호우 기준 가운데 하나인, 1시간 누적 강수량이 50㎜를 넘은 횟수가 얼마나 되는지 살펴봤습니다.

기상청 기상자료개방포털(https://data.kma.go.kr)의 '통계 분석'에서 확인이 가능했습니다. 특히, 기상청이 관측망을 전국적으로 대폭 확충한 시기가 1973년이라, 그 때부터 지난해까지 딱 50년 동안, 같은 기준으로 추이 분석이 가능했습니다.

1973년부터 기상청은 강수량을 비롯해 기온, 습도 등 여러 기상 조건의 '전국 평균'을 내고 있는데, 그 기준은 62개 주요 지점의 데이터의 평균 값입니다. 62개 지점에서 1시간 누적 강수량이 50㎜를 넘은 횟수를 살펴보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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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연도 별로, 1시간 누적 강수량이 50㎜를 넘은 횟수 분석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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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추세선이 우상향입니다.

1998년 46차례로 가장 많았는데, 전국적으로 호우 피해가 극심했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인명피해는 사망과 실종 324명, 총 이재민은 2만 4,531명, 재산 피해는 1조 2,478억 원으로 기록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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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좀 더 명확하게 보기 위해 연대 별로 확인했습니다. 197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10년 주기로 살펴보는 식입니다. 연 평균 횟수 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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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니 증가세가 눈에 확 들어옵니다. 1970년대에는 극한 호우가 연 평균 9.7차례였는데, 2000년대 들어 20차례를 넘어섰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른바 '극한 호우'는 50년 새 2.2배 증가했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올해 장마, 하루 평균 강수량 '역대 1위'


이번에는 올해 장마 기간, 하루 평균 얼마나 많은 비가 내렸는지도 분석했습니다.

올해 장마는 지난달 25일부터 시작돼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번 주말에도 비가 예보 돼 있습니다. 지금까지 내린 비는 평균 590.8㎜입니다. 역대 4위입니다. 1위는 704.0㎜의 비를 뿌린 지난 2006년, 2위와 3위는 각각 2020년(701.4㎜)과 2011년(600.9㎜)입니다.

올해 장마 기간 비가 내린 날은 전국 평균 17.6일입니다. 이를 하루 평균으로 계산해 보면, 33.6㎜입니다. 이 정도면 어느 정도일까요.

사실은 기상청 장마 극한 호우

사실은팀이 1973년부터 전수 분석을 해보니, 역대 1위였습니다. 1997년(31.6㎜), 2011년(31.5㎜)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보통 장마철 강우 일수 기준, 하루 평균 20㎜ 정도의 비가 내렸습니다.

하루 평균으로 따져 이렇게 많은 비가 내렸다는 것은, 한 번 내릴 때 그만큼 많은 양의 비를 쏟아냈다는 의미일 겁니다. 이번 장마철, 시간당 50㎜가 넘는 이른바 '극한 호우'도 공식적으로 12차례를 기록했습니다. 평년은 5.7차례였습니다.

이렇게 강수 패턴이 달라지는 원인, 이제는 식상하게 들리는 '이상 기후' 입니다. 이상 기후는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닙니다. 사실은팀이 90년대 신문을 찾아보니, 이미 90년대부터 이상 기후로 야기되는 피해를 우려하는 기사를 여럿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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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팀이 전문 자료를 검색하는 구글 스칼라(https://scholar.google.co.kr)에서 이상 기후, 기후 위기, 지구 온난화 등의 검색어로 관련 논문, 보고서 등을 검색했더니 올해 한 해에만 최소 1천 건 이상의 자료 검색됐습니다. 이미 우려는 할만큼 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수해 때마다 마냥 이상 기후 때문이라고 뭉뚱그릴 사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상 기후는 이미 예견돼 왔습니다. 핵심은, 방재 기술의 '발전 속도'가, 이상 기후의 '재앙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현실일 겁니다. 지금 당장 우리가 점검해야 할 사항은 이상 기후에 대처하는 우리의 의지, 그리고 실행력 입니다.

장마가 끝나면 이제 태풍입니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태풍 힌남노로 전국이 시름 했습니다. 복구 보다 예방에 자원을 투입해야 하는 게 당장의 첫 단추입니다.

지금 한창 내년도 정부 예산안이 만들어지고 있을 텐데,  SBS 사실은팀은 8월 말 정부 예산안이 나오면, 재난 예방 예산이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편성됐는지 집중 분석하겠습니다. 기후 위기에 대처하는 정부의 의지와 실행력의 지표, 바로 이 예산안이기 때문입니다.

경북 예천군 효자면, 산사태에 쓸려간 마을 (사진=연합뉴스)

(작가 : 김효진, 인턴 : 염정인, 여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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