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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톤백' 쌓고 천막 덮겠다더니 당일 임시제방 보니

<앵커>

이번에는 왜 도로 근처의 강물이 흘러넘쳤었는지도 짚어보겠습니다. 임시 제방이 허술해서 피해가 더 커진 것이라고 이곳 주민들이 주장하는 가운데, SBS가 임시 제방 시공계획서를 입수해서 그 내용을 살펴봤습니다. 장마철을 앞두고 과연 계획대로 시공된 것이 맞는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 적지 않습니다.

노동규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불어난 하천 옆에서 굴착기가 위태롭게 흙을 다집니다.

침수 사고 직전인 지난 15일 아침, 미호천 교각 공사 현장에서 임시 제방 긴급 보강이 진행됐습니다.

이런 작업에도 제방은 제구실을 못 했고 넘쳐난 강물은 지하차도를 삼켰습니다.

[충북 청주시 궁평리 주민 (16일) : 자기들이 메운다고 메웠는데, 물이 터진 거예요. 이거는 재해가 아니고 인재에요, 인재.]

SBS가 발주처인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 제출된 시공사의 임시 제방 시공계획서를 입수해 살펴봤습니다.

장비와 인원 투입 계획, 도면과 상세 시공 순서 등이 담겨 있습니다.

제방을 다 지은 뒤에는 꼭 천막을 설치하고 개당 500kg에서 1톤의 흙을 채워 넣어 만든 '톤백'을 쌓을 것이라고 돼 있습니다.

[최동호/한양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 흙속에는 공극이 있으니까. 물이 들어가면 흙이 아무런 기능을 못 하니까 (톤백은) 흙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하는 거고, (천막은) 물이 흙속에 침투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하지만 사고 당일 범람 전 영상과 사진들을 보면 천막은 일부 위치에만 덮여 있습니다.

톤백은 보이지 않고 흙이나 바위로만 쌓아 올려진 부위가 눈에 띕니다.

계획대로 시공한 것인지 의심이 가는 대목입니다.

사고 직후 중장비를 동원해 톤백을 쌓고 천막 덮느라 분주했던 모습과도 비교됩니다.

또 장마 대비 공사는 6월 29일에야 시작돼 9일 동안 진행됐고, 투입 인력은 7명으로 관리자와 반장 등을 제외하면 실제 직업자는 4명이었습니다.

[박창근/가톨릭관동대 교수 (대한하천학회장) : 우리나라는 6월 21일부터 9월 20일까지가 법정 홍수기입니다. 홍수기가 되면 제방에 손을 안 대는 게 기본 원칙입니다. 우기 전에 제방 공사를 다 해놨어야 하는 거죠.]

SBS의 구체적 시공 기록 요청에 대해 행복청과 시공사는 답하지 않았고, 행복청은 "공사 과정에서 어떤 불법 행위도 한 사실이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영상취재 : 이상학, 영상편집 : 박기덕, CG : 장성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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