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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료인도 의료법인 통한 병원 개설 가능…대법 "유령 회사 · 자금 유출은 처벌"

비의료인도 의료법인 통한 병원 개설 가능…대법 "유령 회사 · 자금 유출은 처벌"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을 설립한 뒤 병원을 운영했더라도 실체가 없는 '유령 법인'이거나 수익금을 빼돌린 경우가 아니면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의료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 씨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고법에 돌려보냈습니다.

의료법에 따라 병원은 의료인 또는 의료법인만 설립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의료법상 비의료인도 의료법인을 설립해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을 세운 뒤 법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설립한 경우가 쟁점이 됐습니다.

1·2심 법원은 판례에 따라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 신고, 의료업의 시행, 자금 조달, 수익 귀속 등을 '주도적으로' 처리했다면 의료법을 위반해 병원을 개설·운영한 것으로 보고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의료법상 비의료인의 의료법인 설립이 허용되기 때문에 '주도성' 기준만으로 의료법인 명의 의료기관을 처벌하면 죄형법정주의 원칙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고 대법원은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비의료인이 개설 자격을 위반해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했다고 판단하려면 비의료인이 외형상 형태만을 갖추고 있는 의료법인을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해 적법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것처럼 가장했다는 사정이 인정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실체가 없는 의료법인을 의료기관 개설·운영 수단으로 악용한 경우와 비의료인이 의료법인의 재산을 부당하게 유출해 공공성·비영리성을 해친 경우를 제시했습니다.

대법원은 "의료법인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의료기관을 개설한 후 정상적으로 운영해 왔다면 설립과정에 다소 미비점이 있었다거나 운영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위법 행위가 존재했다는 사정만으로 의료법인의 규범적 본질을 부정해 탈법적인 수단으로 악용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비의료인인 A 씨는 의료법인을 설립한 뒤 이사장 자격으로 요양병원을 설립해 영업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적법한 의료기관으로 위장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137억 8천만 원의 요양급여를 챙긴 혐의도 받았습니다.

1심 법원은 A 씨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습니다.

의료법인 이사회 구성원이 모두 A 씨 가족과 지인이었고 운영에 관한 결정권이 실질적으로 A 씨에게 있었던 점이 근거가 됐습니다.

2심 법원은 유죄 판단은 유지하면서도 형량이 너무 무겁다는 A 씨의 항소를 받아들여 집행유예로 감형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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