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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어 올해도 폭우 참사…"막연하던 기후위기 피부로"

작년 이어 올해도 폭우 참사…"막연하던 기후위기 피부로"
▲ 16일 경북 예천군 감천면 벌방리 산사태로 부서진 터전

"폭우로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는 걸 보니 정말 '생사가 달린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서울에 사는 직장인 이 모(29) 씨는 "작년과 올여름을 거치면서 그동안 막연하게만 느꼈던 기후위기가 피부로 와닿았다"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작년 여름 경북 포항의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폭우로 침수돼 7명이 숨지고 서울 강남 일대가 물에 잠겨버린 기억이 여전히 생생한 와중에 올여름에도 무섭게 내리는 장대비에 각지에서 사상자가 속출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한층 경각심을 갖게 됐다는 얘기입니다.

해가 갈수록 기후위기가 '기후재난'으로 일상에 침투하는 강도가 세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옵니다.

여름이 오기 전 올해는 엘니뇨의 영향으로 역대급 폭우가 예상된다는 뉴스를 봤다는 한 모(28) 씨는 "실제 여름에 비가 쏟아지고 직접적인 피해가 늘어나니까 기후위기로 인한 기상 이변이 심각하다고 체감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폭염과 홍수에 시달리는 다른 나라를 보면 우리나라도 점점 심해질 것 같다"고 우려했습니다.

서울에 사는 박 모(30) 씨도 "5년, 10년 후에는 이상기후가 더 심해질 것 같아 걱정된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습니다.

이번 기회에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일상의 실천으로 눈을 돌리는 시민도 있었습니다.

박 모(63) 씨는 호우 인명피해 소식을 접하며 이번에야말로 플라스틱 감축에 동참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는 "평소에 환경 운동을 실천하려고 해도 자꾸 배달 음식을 시키게 됐는데 지금부터라도 당장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덜컥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물에 잠긴 공산성 만하루

전문가들은 실제 기후변화가 올여름 폭우에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합니다.

기후변화를 집중 연구해 온 예상욱 한양대 해양융합공학과 교수는 "지구가 더워지면 대기가 품을 수 있는 수증기의 양이 많아지기 때문에 강한 비가 내리게 된다. 얼음으로 덮여 있어야 할 시베리아에 최근 잔디가 자라는 등 지대가 따뜻해지면서 찬 공기가 우리나라 쪽으로 유입된 영향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구 온도가 올라갈수록 앞으로 '극한호우' 발생 빈도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정기철 한국환경연구원 통합물관리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최근 발간한 간행물에서 "지구 표면 온도는 21세기 전반에 걸쳐 상승할 것이며 극한강수현상의 발생빈도와 강도 또한 늘어날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경우 기후변화 영향으로 인한 단기간의 국지적 집중호우 발생으로 홍수 피해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의 김원상 커뮤니케이션 담당은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 역시 기후변화로 폭염·가뭄·홍수 등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며 "많은 시민이 기후변화를 인식하고 대응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는다면 앞으로 다가올 피해를 완화하고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뉴욕타임스와 CNN방송 등 주요 외신도 한국의 폭우 피해와 수습 상황을 비중 있게 다루면서 기후위기로 동아시아에서 기상이변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이번 호우로 전국에서 오늘(17일) 오전 6시 기준 39명이 목숨을 잃고 9명이 실종됐습니다.

특히 충북·경북권에는 지난 13일부터 사흘 여간 평년 장마철 강수량을 넘는 비가 쏟아지면서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아직 7월 중순인데도 호우 사망·실종자는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가 있었던 2011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많은 수준입니다.

(사진=문화재청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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