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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붙였는데" "한순간 물거품"…귀농 꿈이 참담한 현실로

<앵커>

경북에서도 피해가 가장 큰 곳이 예천입니다. 그중에서 한 마을을 저희 취재진이 다녀왔는데요. 귀농인들이 많이 모여 살던 곳입니다. 인생 2막을 꿈꾸며 꾸린 터전이 참혹한 현장이 돼 버렸고 귀농 부부 가운데 남편이 숨진 안타까운 사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김덕현 기자입니다.

<기자>

소백산 자락에 자리 잡은 경북 예천의 한 마을입니다.

흙더미에 덮인 도로를 지나 1km 정도를 더 걸어 올라가자, 무너져 내린 집터와 과수원 사이로 황토색 물줄기가 쏟아져 내립니다.

마을 산비탈을 따라 흐르는 한 개울입니다.

비가 거세게 내린 탓에 이곳 가득 흙탕물이 밀려 내려왔는데, 뿌리가 뽑힌 나무와 쇠파이프, 건물 자재 등이 이곳에 뒤엉킨 채 쌓여 있습니다.

엄청난 양의 흙더미가 산비탈에 있던 민가를 연이어 덮치면서 이 마을에서 모두 3명이 실종됐습니다.

60대 아내는 가까스로 구조됐지만 남편은 끝내 숨진 채 발견됐고, 또 다른 60대 남성도 실종 상태입니다.

이 마을 주민의 60%가량이 제2의 삶을 꿈꾸며 도시에서 이주한 귀농인들이었습니다.

[김유종/금곡2리 주민 : 마을에 한 해 한 번씩 행사를 하는데 총무를 맡아서 재미나게 하는데, 얼마나 안됐는지 몰라요. 정을 붙이고 이제 재미나게 살려고 했는데….]

산꼭대기에 살던 귀농 주민은 삶의 터전이 고스란히 사라졌습니다.

[박병배/금곡2리 주민 : 여기 와서 살아야겠다 해서 4년 동안 그나마 이렇게 만들었는데 이게 다 쓸려버렸고 한순간에 물거품이 된 거죠. 어디서부터 손을 봐야 할지 모르겠어요.]

가까스로 화를 면한 이웃들도 참담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정달/금곡2리 주민 : 이런 재해가 없었으니까 '설마 올해도 그냥 넘어가겠지' 이런 생각을 했죠. (안내) 방송을 하려고 하니까 전기가 끊겨서 아무것도 안 되잖아.]

한평생 이곳을 지켜온 토박이에게도 이번 산사태는 날벼락이었습니다.

[엄장현/금곡1리 주민 : 제가 올해 64살인데 이렇게 된 건 생전 처음이에요. (산사태) 느낄 만큼 없었어요. 물 한 잔 마시고 나오니까 마구 막 밀어내는데….]

간신히 지켜낸 집과 축사에 가득 쌓인 흙더미를 힘껏 퍼내 보지만, 언제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막막합니다.

[김민자/은산리 주민 : 둘이서 몇 날 며칠 치워내서 입구 저만큼 밖에 못 치워낸 거야. 잠이나 오나요. 사료도 지금 다 떠내려가고 연장이고 뭐고 다 떠내려가고….]

(영상취재 : 이상학, 영상편집 : 황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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