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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흥지구로 기소된 인사를 서울-양평고속도로 해결사로 내세운 양평군

 
"어디가 됐든 간에 IC(나들목)를 만들어야 지역에 기여가 되고, 주위 편의성이 더 높아진다…결국은 병산리안을 제시하게 된 거고, 병산리에 대한 얘기도 그전부터 설왕설래가 있긴 있었습니다. 문서화된 것은 작년 7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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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일 양평군청이 주최한 주민설명회에서 한 주민이 A국장을 상대로 질문을 하고 있다.

지난 11일, 양평군청이 주최한 주민설명회에서 A국장이 한 발언입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백지화로 성난 주민들을 다독이기 위해 양평군은 "주민 편의를 위해 IC 건설을 최우선으로 생각했고, 고심 끝에 강상면 병산리로 끝나는 노선안을 (대안으로) 제안했다"고 설명합니다.

당시 A국장은 50분 가까이 진행된 주민설명회에서 예비타당성 조사에 사용된 '양서면 종점안'이 아닌 '강상면 병산리 종점안'으로 바뀐 과정을 25분 이상 할애해 상세히 설명하며 주민설명회를 이끌어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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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7월 18일, 국토교통부가 관계기관에 보낸 서울-양평고속도로 지도에서 '양서면 종점안'이 표시돼 있다.
 

"병산리 종점안, 지난해 7월 문서화"…A국장이 최종 결재한 양평군의 제안

"병산리안이 지난해 7월 문서화 됐다"는 A국장의 발언은 '1차 관계기관 협의'를 뜻한 것으로 보입니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끝낸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7월 18일, 지자체 등 관계 기관에 서울-양평고속도로와 관련해 의견을 제시해 달라며 '양서면 종점안' 지도를 첨부해 공문을 보냈습니다.

이에 양평군은 8일 만인 지난해 7월 26일 3개 노선을 제시하며 회신했습니다. 당시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은 원안이던 '양서면 종점안'을 '1안'으로, 김건희 여사 일가 땅이 있는 '강상면 병산리 종점안'을 '2안'으로, 그 중간 노선을 '3안'으로 제시했습니다. 공공 기관이 작성한 문서에서 '병산리 종점안'이 최초로 등장한 게 지난해 7월이라는 뜻입니다.

A국장은 양평군이 국토부로 보낸 이 회신 공문의 최종 결재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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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7월 26일 양평군이 국토교통부에 보낸 의견에서 3개 노선이 제시돼 있다.
 

A국장, 공흥지구 관련 '허위공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

그런데 A국장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처가 비리 의혹 사건인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 사건' 수사에서 혐의점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 5월, 1년 6개월간의 수사를 마무리 지으면서 당시 과장이던 A국장을 비롯한 양평군청 직원 3명을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6월 검찰은 지난달 A국장 등 3명을 같은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ESI&D가 시행한 양평 공흥지구 내 아파트 전경

'공흥지구 특혜 의혹' 경찰 "유착 · 로비는 없어"…A국장 "민원 커질 걸 우려"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 사건'은 지난 대선 기간 굉장히 시끌벅적했던 사건입니다. 김건희 여사의 오빠인 김 모 씨가 대표로 있고, 김 여사의 모친이 21% 지분을 소유한(2017년 기준) 아파트 시행사 ESI&D가 양평 공흥지구에 350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지으며 각종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이었습니다.

경찰은 개발분담금을 내지 않을 목적으로 김건희 여사 오빠인 김 모 씨가 사문서를 위조했다고 보고, 검찰에 신병을 넘겼습니다.
A국장 등 양평군청 직원 3명은 공흥지구 아파트 사업 기간이 2014년 11월 종료됐는데, 1년 7개월이 지난 2016년 6월 ESI&D의 사업기간 연장 신청을 받은 뒤, 사업 시한을 '2014년 11월'에서 '2016년 7월'로 바꿔줬습니다. 사업 기간 연장과 사업 면적 변경은 도시개발사업 인가 변경 결정의 '중대한 사항'인데, 이를 '경미한 사항'처럼 보고서를 작성해 주민 청취 등 각종 절차를 건너뛰게 하였다는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다만, 경찰은 "ESI&D와 양평군 사이 유착, 로비 정황 등은 확인된 바 없으며, A 씨 등이 아파트 준공이 늦어지면 입주 예정자들의 민원이 쏟아질 걸 우려해 사업기간을 연장 시켜주는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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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7월 26일 양평군이 국토부에 제시한 3개 노선안이 포함된 공문 최종 결재자는 A국장이다.
 

양평군, A국장 등 기소에도 인사 조치 없어

이런 경찰 수사와 기소를 양평군은 모두 파악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지난해 1월, A국장 등에 대해 혐의점을 발견하며 수사 착수 내용을 양평군에 통보했습니다. A국장은 지난해 7월, 전진선 양평군수 출범과 거의 동시에 과장에서 국장으로 승진했으며, '병산리 종점안'이 포함된 노선안 3개를 국토부에 회신할 때 최종 결재자가 됐습니다. 올해 5월 경찰이 송치했을 때도, 6월 검찰이 기소를 했을 때도 양평군은 A국장 등 3명에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지방공무원법 65조 3항을 보면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공무원을 직위해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그리고 지방공무원법 69조는 "(직무와 관련된 사건으로 기소되면 군수가) 징계 의결을 요구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그런데도 양평군은 A국장 등을 직위해제도 하지 않고, 징계 여부를 결정할 인사위원회를 열도록 요구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양평군은 A국장을 이번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 재개를 위한 해결사로 지정해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A국장이 기둥 뒤에서 취재진에게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최종결재는 했지만, 내부 협의로 정리한 3개 노선안"

A국장은 저희 취재진을 만나 "공교롭게도 지난해 7월 국장이 됐고, 관련 업무라 최종결재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3개의 노선안은 사견을 통해 혼자서 결정한 것은 아니며, 내부적으로 다 보고하고 협의해 정리된 상태에서 결재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병산리가 영부인 고향인 건 알았지만, 소유한 땅이 있는 건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와 관련해선 말을 아끼면서도 "2011년 허가 단계에서 양평군을 찾아온 김건희 여사 오빠를 만났을 뿐, 그 이후에는 일절 접촉과 연락한 적이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연락한 증거가 있었으면 경찰이 자신을 더 강하게 수사했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재판에서 자신의 무죄를 입증할 것이라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습니다.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기소된 공직자들에 대해 업무 배제 등 인사 조치를 하지 않은데 대해 양평군은 "A국장 등 3명이 법리적으로 다툼의 소지가 있어 직위해제와 인사위원회 개최 요구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논란 키운 양평군, 사태에 책임없나

대선 후보와 연루된 사건으로 조사를 받은 인사를 승진시키고, 기소가 됐는데도 인사 조치를 하지 않은 건 인사권자의 재량권일 수도, 과거 일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양평군은 서울 양평 고속도로로 전 국민 이목의 한복판에 있습니다. 여야 간 극한 대립 속에 피해는 고스란히 양평군민들이 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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