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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흔적 그대론데 벌써…" 장대비 속 초조한 자구책

"작년 흔적 그대론데 벌써…" 장대비 속 초조한 자구책
▲ 배수 펌프가 설치된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반지하 주택

"그제도 하수가 역류해 복도에 물이 정강이까지 찼어요. 구청에서 빌려준 배수펌프는 (호스가) 짧아서 아무 소용이 없었어요. 결국 돈 주고 긴 걸로 빌려왔어요. 가재도구도 다 높은 곳에 올려뒀고요."

서울 동작구에 시간당 최대 39㎜의 폭우가 쏟아진 어제(13일) 오후 상도동의 한 반지하 주택에 사는 박 모(71) 씨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 세찬 비에 불안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8월에도 폭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박 씨는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는 침수 흔적을 가리키며 하소연했습니다.

그는 "여기 보이는 자국이 다 작년 침수 흔적이다. 오늘 밤새 비가 내린다고 해 배수펌프를 설치해뒀다"며 "주택 1층 입구에 물막이판은 설치돼 있지만 이 동네는 역류로 인한 피해가 더 크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복도에 물이 차도 집에는 들어오지 못하게 현관 앞에 모래주머니를 쌓아뒀는데 얼마나 효과가 있을진 모르겠다"며 울상을 지었습니다.

같은 시각 근처 성대전통시장에선 '비가 많이 내릴 예정이니 피해가 없도록 퇴근 시 차수막을 설치하라'는 안내 방송이 연신 흘러나왔습니다.

성대전통시장은 지난해 8월 시간당 141.5mm의 폭우로 시장 안 도로와 건물 곳곳이 침수되는 피해를 입었습니다.

인근 반지하 주택에서는 50대 여성 A 씨가 들이닥친 빗물을 미처 피하지 못해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처참한 당시 상황을 오롯이 기억하는 상인들은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자 이틀 전 강한 비에 쓰고 치워뒀던 물막이판을 다시 꺼내 설치했습니다.
반지하 주택 현관에 쌓여 있는 모래 주머니

지난해 일가족 3명이 참변을 당한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 인근에 사는 주민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어제 오후 이 골목에선 구청 직원들이 거센 빗줄기를 맞으며 구청 막힌 빗물받이를 뚫으려 안간힘을 썼습니다.

빗물을 따라 흘러들어온 흙과 각종 쓰레기가 물길을 막아 역류가 우려되는 상황이었습니다.

흙과 쓰레기를 일일이 치워가며 물길을 트는 작업이 계속됐습니다.

인근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는 이 모(49) 씨는 "집중호우 예보가 있었고 작년에도 피해가 있었던 만큼 미리 대비할 수 있었을 텐데 왜 이제 와서 저러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혀를 찼습니다.

또 다른 반지하 주택 현관 앞에선 박 모(78) 씨가 혼자서 모래주머니를 옮겨가며 고군분투하고 있었습니다.

반지하 주택 세입자가 집을 비우는 바람에 집주인인 박 씨가 대신 모래주머니를 쌓아 침수에 대비했습니다.

박 씨는 반지하 주택 창틀에 설치된 물막이판을 가리키며 "창이 있는 곳은 지대가 높고 오히려 현관 쪽이 지대가 낮아 피해가 날 수 있는데 (구청에) 여러 차례 요청해도 (현관 쪽에는) 물막이판을 설치해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그는 "피해를 조금이라도 막고자 직접 모래주머니를 이고 지고 가져와 쌓아뒀다"며 "작년과 달라진 건 물막이판 하난데 침수를 피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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