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의 명목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세계 13위로 잠정 집계돼 3년 연속 '톱(Top) 10'을 유지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오늘(1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명목 GDP(시장환율 적용)는 1조 6천733억 달러로, 전 세계 13위 수준으로 추정됐습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25조 4천627억 달러로 1위를, 중국이 17조 8천760억 달러로 '빅2'를 형성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일본이 4조 2천256억 달러, 독일이 4조 752억 달러, 영국이 3조 798억 달러로 '톱 5'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어 인도(3조 96억 달러), 프랑스(2조 7천791억 달러), 캐나다(2조 1천436억 달러), 러시아(2조 503억 달러), 이탈리아(2조 105억 달러)가 전 세계 경제대국 10위 안에 들었습니다.
브라질이 1조 8천747억 달러로 11위, 호주가 1조 7천23억 달러로 12위였고, 우리나라에 이어 스페인이 1조 5천207억 달러, 멕시코가 1조 4천597억 달러로 각각 14위와 15위를 차지했습니다.
명목 GDP란 한 나라에서 재화와 서비스가 얼마만큼 생산됐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로, 한 나라 경제의 크기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명목 GDP는 시장가격(당해연도 가격)을 기준으로 집계합니다.
지난해 한국의 경제규모를 100(한국=100)으로 봤을 때, 전 세계 1위 미국은 15배가 넘는 1천522, 중국은 10배가량인 1천68에 달했습니다.
일본(253), 독일(244)은 2.5배 정도, 영국(184), 인도(180), 프랑스(166) 등도 우리나라 경제규모의 1.5배 이상이었습니다.
한국의 경제규모 순위는 2021년 10위에서 지난해 13위로 3계단 하락했습니다.
유엔(UN) 통계에 따르면 2021년 한국의 명목 GDP는 1조 8천109억 달러로 11위였던 러시아(1조 7천787억 달러)와 12위 호주(1조 7천345억 달러), 13위 브라질(1조 6천89억 달러)을 앞섰지만, 이들 모두 지난해 우리나라를 추월했습니다.
한국의 GDP 순위는 2005년 10위를 기록한 이후 줄곧 10위권 밖에 있다가 2018년 비로소 10위에 올랐습니다.
이듬해인 2019년 12위로 두 계단 하락했다가 2020년 재차 10위를 탈환했고 2021년에도 유지했지만 2022년 13위로 뒷걸음질 쳤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제규모가 세 계단 하락한 것은 전반적인 성장 활력이 떨어진 데다 지난해 달러 강세로 인해 달러화로 전환한 명목 GDP가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명목 GDP는 2천161조 8천억 원으로 전년보다 3.9%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미 달러화 기준으로는 환율 상승(연평균 12.9%) 영향으로 전년 대비 7.9% 감소했습니다.
원화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은 2019년 1천924조 5천억 원, 2020년 1천940조 7천억 원, 2021년 2천80조 2천억 원, 지난해 2천161조 8천억 원 등으로 계속 증가한 반면, 미 달러화 기준으로는 2019년 1조 6천510억 달러에서 2020년 1조 6천446억 달러, 2021년 1조 8천177억 달러, 지난해 1조 6천733억 달러 등으로 증감을 반복해왔습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달러 강세로 인해 환율 전환 지표들이 대부분 안 좋게 나오고 있다"면서 "(강달러 상황 속에서도) 자원 수출국들의 경우 다른 통화에 비해서 환율이 강세를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의 명목 GDP 순위가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지난해 우리나라를 제친 러시아와 브라질, 호주 등은 모두 석유나 광물 등 원자재 수출국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올해 우리나라가 다시 '톱 10'에 오를 가능성도 크지 않은 것으로 전망됩니다.
우리 경제 실질 성장률이 올해 1%대 중반 내외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강달러 현상이 여전한 만큼 달러 환산 명목 GDP 역시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내놓은 세계경제전망에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5%로 낮췄습니다.
반면 선진국 성장률 전망치는 1.1%에서 1.2%로 높여 잡았습니다.
경제규모 면에서 우리를 추월한 호주의 경우 올해 1.6% 성장할 것으로 전망돼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러시아(0.7%), 브라질(0.9%)의 경우 올해 우리나라보다 저조한 성장이 예상되지만, 명목 GDP 격차나 환율 등을 감안하면 다시 추월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