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는 없지만, 한국인에게 필요한 뉴스"를 엄선해 전하는 외신 큐레이션 매체 '뉴스페퍼민트'입니다. 뉴스페퍼민트는 스프에서 뉴욕타임스 칼럼을 번역하고, 그 배경과 맥락에 관한 자세한 해설을 함께 제공합니다. 그동안 미국을 비롯해 한국 밖의 사건, 소식, 논의를 열심히 읽고 풀어 전달해 온 경험을 살려, 먼 곳에서 일어난 일이라도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도록 부지런히 글을 쓰겠습니다. (글: 이효석 뉴스페퍼민트 대표)
신기술이 기존의 직업을 위협하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닙니다. ATM 기기가 은행의 출납계원 수를 줄인 것처럼, 기술이 인간의 일을 적절한 방식으로 대체할 수 있을 때 해당 직업은 빠르게 사라지곤 합니다.
핵심은 새로운 기술이 무엇을 할 수 있느냐일 겁니다. 산업혁명 시기 인간은 인간과 동물의 육체적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는 동력원을 발명했습니다. 그리고 21세기 우리는 인간의 지적 능력을 대체할지 모르는 AI 기술의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최신 AI는 신경망이라는 인간의 뇌를 모방한 기술을 사용합니다. 이 기술은 수십 년 전에 제안됐지만, 당시 하드웨어 기술의 부족으로 그리 좋은 성능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기술의 꾸준한 발전과 딥러닝이라는 더 고도화된 방법 덕분에 지난 10년 동안 이들은 인류의 삶을 바꿀 가장 확실한 기술로 자리 잡았습니다.
인간의 뇌를 흉내 낸 AI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놀라운 기술이지만, 지난해 등장한 생성 AI 기술은 이제 그럴듯한 이미지와 음성을 원하는 대로 만들어 낼 수 있는 세상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특히 거대언어모델을 기반으로 한 챗GPT는 난공불락의 문제처럼 여겨지던, 언어를 사용해 자유롭게 대화하는 인공지능이 불가능한 목표가 아님을 보였습니다.
따라서 AI가 인간의 일을 상당수 대체하리라는 우려는 더 이상 상상 속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리고 그 우려는 의사나 변호사처럼 높은 수준의 인간 지성이 필요한 직업에서 더 두드러집니다. 지난 6일, 보스턴 브리검 여성병원의 의사 다니엘라 라마스는 뉴욕타임스 오피니언에 의사들이 이 문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칼럼을 썼습니다.
그는 글의 앞부분에 가장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의사가 만약 복잡한 의학적 지식을 머리에 쌓아두고 환자의 사례를 통해 진단을 내리는 사람이라면, 그 일을 AI가 하게 되었을 때 의사의 전문성은 과연 어디에 있다고 봐야 하느냐는 것입니다. 이 말은 결국 의사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지죠.
물론 AI가 의사를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정확한 진단을 내려줄 수 있다면, 그 자체로 기술적으로 놀라운 일이고 모두에게 좋은 일일 겁니다.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서도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며, 모든 사람이 더 저렴한 비용으로 의학적 조언과 진단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진단은 의사가 하는 수많은 역할 중 일부에 불과합니다. 환자를 직접 대하고 대화를 통해 종합적인 판단을 내리는 일이나 수술과 같은 직접적인 치료 행위도 의사의 일입니다. 또 AI 기술이 진단 하나에 대해서라도 그 결과를 책임질 수 있을 만큼 정확할 수 있을지도 아직은 확실하지 않습니다.
즉, AI 기술은 의사를 대체하기보다 의사의 판단에 도움을 주는 보조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이는 곧 이 기술을 잘 다루는 특정 의사들의 능률을 높여줄 가능성이 크다는 뜻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