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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화술 사라졌다 부활…한국 오면 달라지는 뮤지컬 [더스페셜리스트]

<앵커>

뮤지컬 한 장면 잠깐 보실까요?

지금 내한공연 중인 브로드웨이 뮤지컬 '시카고'입니다.

그런데 많은 뮤지컬 팬들이 시카고, 하면 복화술을 떠올립니다.

복화술이란 이렇게 '입술을 움직이지 않고 이야기하는 기술'을 뜻하는데요, 저는 형편없는 수준이지만, 인형극에서 종종 쓰이는 기술입니다.

뮤지컬 시카고에는 여론 조작의 달인인 변호사가 나옵니다.

그럴듯한 이야기로 대중을 현혹하는 장면이 있는데요, 피고인을 연기하는 배우는 입만 벙긋거리고, 실제로는 변호사가 이야기한다는 설정입니다.

2년 전 한국 공연에서 이 역을 맡았던 배우 최재림 씨는 감쪽같은 복화술을 구사하며 그야말로 장안의 화제가 됐습니다.

그런데 이번 내한공연은 개막 초기에는 복화술을 볼 수 없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사실 뮤지컬 영화를 봐도 그렇고, 이전의 공연들을 봐도 그렇고, 이 장면에서 복화술은 필수가 아닙니다.

배우의 해석과 선택에 맡겼던 거죠.

[제프 브룩스/배우·변호사역 : (복화술을 하지 않은 이유?) 변호사가 여론 조작자라는 걸 보여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모두가 그의 입술이 움직이는 걸 보면서도 다른 사람이 얘기하고 있다고 믿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개막하고 1달여 지난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한국 관객들이 복화술을 기대한다는 걸 알고, 연출팀과 협의를 거쳐 오리지널팀의 배우도 복화술 연기를 시도하고 있는 겁니다.

[블레이크 키네어/음악감독 : 우리는 1주일에 8,9회 공연하는데요, 같은 작품이지만 각각의 공연들이 다 다르고 특별합니다. 그건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관객이요!]

우리나라에 와서 달라진 건 시카고뿐만이 아닙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 한국에 찾아왔던 뮤지컬 '캣츠'는 사상 처음으로 마스크 위에 분장을 시도했습니다.

외국 배우들이 하는 '오리지널' 공연도 한국에 오면 이렇게 달라지는데, 우리 배우가 우리말로 하는 라이선스 뮤지컬이라면 더 많이 달라지겠죠.

특히 원작을 그대로 '복제'하지 않고, 대본과 음악에 로열티를 지불하되 나머지는 새롭게 창작하는 '논 레플리카 프로덕션'의 경우에는, 거의 새롭게 태어나는 수준입니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무대와 의상을 한국에서 제작하고, 대본도 더 긴박하게 수정해서 공연 시간을 30분 가까이 줄였습니다.

한국 버전은 폭발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해외에 수출까지 됐습니다.

데스노트는 한국 초연 때 일본 원작을 복제하는 방식으로 공연됐지만, 2번째 시즌부터는 논 레플리카로 제작돼서, 조명과 영상으로 빈 공간을 채운 혁신적인 무대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공연 제작 역량이 축적되면서 요즘은 논 레플리카 프로덕션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똑같은 외국 작품이라 해도 한국에서는 한국색을 띨 수밖에 없다는 것, 이건 공연이라는 예술장르의 특성이기도 하죠.

영화는 다시 편집하지 않는 이상 세계 어디서나 똑같지만, 공연은 라이브죠,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떤 관객을 위해 공연하느냐에 따라 같은 작품이라도 달라집니다.

마치 살아 숨 쉬는 생명체처럼 그렇게 공연은 날마다 진화합니다.

(기획 : 이호건, 구성 : 박정현, 영상취재 : 한일상·전경배·조창현, 영상편집 : 오영택, CG : 조수인·김한길, VJ : 오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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