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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큐정리] 빼먹고 빼먹어도…아무도 몰랐던 '순살자이'

콘크리트 벽이 무너져 내린 건설 현장 철근은 삐져나와 이리저리 휘어져 있습니다.

[입주 예정자 : 지금 분노해 있는 상태고요. 하루하루 입주할 날만 손꼽아 기다렸는데…]

한밤중에 갑자기 무너진 신축 아파트의 지하 주차장.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그 위에는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가 들어설 예정이었습니다.

공사가 중단된 아파트단지 바닥에 검은 천이 덮여 있습니다.

완공을 5개월 앞두고 들려온 날벼락 같은 소식에 입주 예정자들이 달려왔습니다.

[입주 예정자 (5월 2일) : 어린 아이들이 뛰노는 공간이 예정돼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입주 이후에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고 생각하면 정말 아찔하거든요.]

국토부 장관도 나섰습니다.

[원희룡/국토부 장관 (5월 2일) :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진심으로 깊이 사죄를 드립니다. 안전 확보 조치, 그리고 비슷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인 책임을 묻고…]

시공사인 GS건설이 자체 조사에 나섰고 국토부도 국민 불신을 해소하겠다며 별도로 조사단을 꾸렸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철근.

이 아파트 지하 주차장 기둥에는 지붕을 떠받치는 철근 다발이 반드시 들어가야 합니다.

기둥은 모두 32개, 그런데 설계 도면에는 17곳에만 이 철근 다발이 들어가도록 돼 있습니다.

감리 단계에서도 이 부분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시공 단계, 철근 다발을 보강하기는커녕 여기서 4개가 더 빠졌습니다.

공사를 발주한 LH가 설계 단계부터 반 정도 빼놓고, 공사를 진행한 GS건설도 또 반 정도를 빼다 보니 전체 기둥의 60%에 철근이 없었던 것입니다.

[홍건호/국토부 조사위원장 (7월 5일) : 설계에서 전단보강근이 누락됐으니 저항력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고 볼 수 있고요. 또 시공 시에도 전단보강근 설치가 누락됐었다.]

콘크리트도 문제였습니다.

콘크리트 강도가 설계 기준보다 30% 정도 낮았지만 이 역시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힘없이 세워진 지붕 위에 조경 공사를 위해 흙이 쌓이자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린 것입니다.

'순살자이'.

'이영애 아파트'로 불리던 GS건설의 브랜드가 뼈 없는 치킨에 비유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LH와 GS 건설은 모두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 사과했습니다.

그리고 25층까지 올라간 이 아파트, 다 허물고 다시 짓기로 했습니다.

지난 3월 서울역 센트럴자이 아파트에서는 외벽에 균열이 생기는 일이 있었고, 입주한 지 3개월밖에 안 된 개포자이 아파트에서도 지하 주차장에 물이 고여 이미 '하자이'라는 오명을 쓴 상황.

브랜드 평판이 바닥을 치자 GS건설이 고육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파트 건설 비용 2천400여억 원, 여기에 철거 비용, 또 입주자들에게 줘야 할 지연 보상금까지 계산하면 재시공 비용은 1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습니다.

지난해 1월 광주 아이파크 아파트가 붕괴해 6명이 숨진 사고.

당시 충격이 잊히기 전에 '총체적 부실', 낙제점을 받은 건설 현장이 또 한 번 드러났습니다.

'대형 건설사가 이 정도인데 다른 곳은 어떨까', 'GS건설이 만든 다른 아파트들은 안전할까', 불안과 불신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GS건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그들이 산정한 것보다 더 클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편집 : 장현기 / 제작 : 디지털뉴스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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