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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소수자 우대 정책 철폐는 시작에 불과하다

[뉴욕타임스 칼럼] By 대런 워커

스프 nyt 뉴욕타임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대런 워커는 포드 재단(Ford Foundation) 회장이다.
 

불편한 진실 하나를 솔직하게 마주해 보자. 미국 역사에서 민주주의가 온전히 구현된 역사는 길지 않다.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선거권을 보장하는 걸 민주주의의 기본 요건이라고 정의한다면, 미국 민주주의의 역사는 한 사람의 일생보다도 짧다. 실제 우리 민주주의는 나보다도 젊다.

내가 태어난 1959년 미국은 노골적인 인종 분리 정책을 뜻하는 아파르트헤이트가 만연한 사회였다. 내가 어렸을 때 미국 국민이라면 성인 모두에게 투표권이 있었다. 법적으로는 분명 그랬다. 그러나 내가 자란 루이지애나, 텍사스주에서 어떤 사람들은 사회적, 문화적 규범에 따라 법이 보장한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수 없었다. 이른바 미국 남부의 규범이 그랬다.

내가 태어난 뒤 첫 20년 동안, 즉 1960년대, 70년대를 거치면서 미국 사회는 마침내 이 불편한 진실을 마주했다. 그리고 표현을 빌리자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affirmatively) 노력했다. 새로운 세대가 미국이란 나라를 새로 건설하는 것과도 같았다. 미국은 다양한 인종이 공존하는, 수정헌법 14조가 추구하던 이상에 부응하는 더 위대한 국가로 마침내 거듭나기 시작했다. (수정헌법 14조는 19세기 중반에 비준된 뒤 한 세기 가까이 사실상 묵살됐지만, 헌법을 어긴 이들은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지난주 미국 대법원은 소수 인종을 향한 적극적인 우대 정책(Affirmative Action)을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다수의견을 쓴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진정으로 인종차별을 철폐한다는 건 인종차별에 얽힌 모든 것을 없앤다는 뜻"이라고 썼다. 16년 전 "인종에 근거한 차별을 막으려면 인종을 근거로 한 모든 차별을 멈춰야 한다"고 했던 말의 자구를 바꿔 다시 쓴 셈이다.

이는 겉만 번지르르하게 치장한 말에 불과하다. 이런 주장을 지지하고 대변하는 이들은 미국 사회 전반에 악의적인, 그릇된 도덕적 관념을 심었다. 인종에 우열이 있다는 미국의 오랜 차별주의를 상징하는 짐 크로우(Jim Crow) 법을 지켜온 이들과, 반대로 더 공정하고 정의로운 미국을 만들고자 부단히 싸워 온 사람들은 근본적으로 결이 다르다.

이건 그저 추상적인 논리가 아니다. 나는 인종분리정책을 둘러싼 찬반으로 바람 잘 날 없던 텍사스의 작은 마을에서 학교를 다녔다.

초등학생 때 나는 짐 크로우 시대의 흔적과 유물을 수없이 목격했다. 흑인들이 사용하던, 지금은 다 허물어진 낡은 시설, 법원 근처의 교수대, 법원의 분리 명령에 따라 폐쇄돼 물 대신 콘크리트를 채워 넣은 수영장 등이었다.

내 어린 시절 미국 정부와 여러 기관은 변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수많은 위선과 그로 인해 일어난 피해를 바로잡기 시작했다. 이는 곧 다른 사람의 권리를 빼앗은 대가로 누려 온 권력과 특권을 반성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잃어버린 한 세기의 잔해 위에서 그들은 마침내 미국다운 미국을 건설하는 데 필요한 법과 정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나는 이때 도입된 여러 정책과 프로그램의 수혜자였다. 린든 존슨 행정부가 헤드스타트(Head Start) 프로그램을 만들었을 때, 존슨 대통령이 내가 네 살 때인 1964년 7월 2일 민권법(Civil Rights Act)에 서명했을 때, 1년 뒤 그가 투표권법(Voting Rights Act)에 서명해 우리 어머니를 포함한 수백만 명이 난생처음 선거에서 투표하는 감격을 누렸을 때가 모두 그랬다.

내가 받은 혜택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내 모교인 텍사스대학교는 개교 이래 나 같은 흑인 학생의 입학을 절대로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다 정책이 바뀌어 흑인과 라티노 학생을 받아들이기 시작한 덕분에 나도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이어 많은 기업, 재단들이 모두 다양한 인종을 포용하는 노력에 동참했기에 나는 지금까지 경력을 쌓을 수 있었다. 온 사회가 앞세대, 전임자들이 잘못했던 것을 바로잡고 굳게 걸어 잠근 문을 열어젖힌 덕분이다.

소수자 우대 정책을 폐지하자는 사람들은 레거시 입학 정책과 같이 부잣집 출신 백인에게 막대한 특혜를 줌으로써 이들의 기득권을 강화하고, 사회 전체적으로는 불평등을 심화하는 잘못된 제도를 그대로 두자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되면 인종을 가리지 않고 저소득층 출신 학생들은 도태될 수밖에 없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 학교를 넘어 정부, 기업, 시민사회 전반에 퍼진 다양성을 강화하는 수많은 제도, 프로그램이 법적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다양성을 강화하는 제도와 프로그램들은 서굿 마셜 대법관이 지적했듯 "차별의 유산"을 완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들이다.

벌써 40년도 더 지난 일인데, 당시 루이스 파월 대법관이 미국인에게 다양성이 왜 중요한지를 너무 얄팍하게 설명했던 게 두고두고 아쉽다.

미국 대법원은 1978년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평의원회 대 바크(University of California v. Bakke) 판결을 내렸는데, 이때 파월 대법관이 쓴 판결문을 보고 사람들은 다양성이 가져다주는 혜택과 불공정한 제도의 폐해를 비교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파월 대법관이 다수 의견에서 다양성을 증진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역차별을 용인하거나 실력이 부족하고 자격 미달인 이들도 받아들여야 하는 점을 암묵적으로 인정했다고 수군댔다.

물론 데이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정반대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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