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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여름철 '폭염 정전'을 피하려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뉴욕타임스 칼럼] By 마이클 웨버

스프 NYT 뉴욕타임스(폭염 정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마이클 웨버는 텍사스대학교에서 에너지 자원 분야를 연구하는 교수다.
 

기록적인 폭염이 텍사스를 비롯한 미국 남부 일대 여러 주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당분간 기온이 내려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맨발로 인도나 야외 수영장 바닥 타일을 밟으면 발에 화상을 입고, 운전대에 손을 올렸다가는 손이 익는다. 폭염에 나뭇가지도, 금속 전선도 모두 축 늘어졌다.

지난주 화요일  텍사스주의 전력 수요는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폭염에 사람들이 너도나도 냉방 시스템을 가동하면서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텍사스주 전력망을 관리하는 기관 ERCOT는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정전 사태가 일어날까 우려해 주민들에게 6월 20일 4시간 동안 전력 사용을 자발적으로 줄여달라고 부탁했다.

이번 주 ERCOT는 가스, 풍력, 태양열, 석탄, 원자력 에너지를 혼합해 전력을 공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력 수요가 역대 최고치를 또 경신하면 텍사스주 전력망은 위태로워질 것이다. 이미 낮 최고 기온이  43도를 넘는 도시들이 주 곳곳에서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정전이 일어나면 치명적인 피해가 날 수 있다.

기후변화로 폭염은 더 오랫동안 기승을 부린다. 이런 상황에서 자발적으로 에너지 소비를 줄여달라는 캠페인은 한계가 명확하다.

사람들의 선의에 호소하는 방법 말고 전력 회사가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시간대에 전기를 안 쓰거나 덜 쓰는 사람들에게 보상으로 돈을 지급하면 어떨까? 발전소를 새로 짓는 것보다 훨씬 더 싸고, 빠르고, 효율적인 묘책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수많은 전력 회사가 이미 공장, 대형 마트, 수질 처리시설, 심지어 비트코인 채굴업체 등 전기를 많이 쓰는 고객을 대상으로 이런 방법을 쓴다. 전력 수요가 높고 공급이 달리는 시간대에 시설 가동을 중단하거나 전력 사용을 줄이면, 그 대가로 많게는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보상금을 받는 식이다. 이제 이런 프로그램을 개인주택이나 임차인을 대상으로 확대해야 한다.

구체적인 방법은 다음과 같다. 폭염이 시작되면, 전력 공급업체는 전력 수요가 가장 큰 시간대에 스마트 계량기를 이용해 각 가정에 공급하는 전력을 줄인다. 어른들은 퇴근하고 나서, 방학 중인 아이들은 여름 캠프에서 집에 돌아온 뒤인 오후 4시에서 8시 사이에 전력 수요가 가장 크다. 사람들은 이때 전등을 켜고, 저녁 식사를 준비하며, TV를 보거나 컴퓨터로 무언가를 하므로 한꺼번에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

온수기나 의류 건조기, 수영장 펌프 같은 전기 시설은 부하가 많이 걸리고 전력 소모도 크기 때문에 적절히 제어하면 전력 수요를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큰 기회는 냉방 시스템이다. 전력을 가장 많이 쓰는 만큼 수요를 줄일 여지도 크다. 전력 수요가 가장 큰 4시간 동안 시간당 15분만 에어컨을 끄면 전체 전력 수요를 10% 이상 줄여 전력망에 가는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조금만 더 더운 걸 감내하는 대신 소비자들은 매일 적게는 1달러, 많게는 15달러까지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보상금 규모는 전기 공급 가격과 에어컨을 얼마나 오랫동안 끄고 지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정전을 확실히 예방할 수 있고, 부수적으로 돈도 벌 수 있다고 하면 많은 사람이 기꺼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것이다. 당장 내 주변에는 휘발유 가격 몇십 원 더 싼 주유소를 찾아 도시 반대편까지 기꺼이 차를 몰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

중국과 영국, 일본의 전력 공급업체들은 전기를 쓰는 사업체를 대상으로 이렇게 “수요에 맞춰 공급을 조절하는 프로그램”을 잇달아 도입했다. 몇몇 업체는 전력망의 부담을 덜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맞춤형 보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실험하고 있다. 전력망을 유연하게 관리하는 건 기후변화 대책으로도 좋다. 부족한 전력을 공급하려고 석탄을 더 때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제에너지기구는 2022년 이런 보상금 제도에 찬사를 보내며, 여러 나라에 비슷한 제도를 도입하라고 촉구했다.

도시들도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자체적인 실험에 나서고 있다. 뉴욕시의 전력 공급업체 중 하나인 콘에디슨(ConEdison)의 고객은 스마트 온도조절기를 50달러 할인된 값에 살 수 있으며, 기기를 회사에 등록하면 보조금으로 85달러를 받을 수 있다.

내 고향 텍사스주 오스틴에서도 2013년에 비슷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스마트 온도조절기를 설치하는 가정에 보상금으로 85달러를 지급하는 게 골자다. 집집이 스마트 온도조절기를 설치, 등록하면 전력 회사는 전력 수요가 가장 큰 시간대에 각 가정의 에어컨을 돌아가며 잠깐씩 꺼서 전체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다.

2021년 자료를 보면, 이 프로그램에 등록된 스마트 온도조절기는 총 4만 3천 개로, 오후에 전력 수요를 약간 줄일 수 있는 수준이다. 프로그램의 효과를 확인한 전력 회사와 시 정부는 더 많은 스마트 온도조절기 설치를 장려하고자 지난달 1일 스마트 온도조절기를 등록해 두면 매년 보상금 25달러를 추가로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제도 치고는 지금까지 거둔 성과가 고무적이지만, 오스틴에만 40만 가구가 산다는 점을 생각하면 더 잘할 수 있다. 프로그램에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게 하려면 더 적극적인 유인책을 써야 한다. 대단한 수고를 들이지 않고도 쉽게 동참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더 많은 보조금과 보상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전력 수요가 낮은 오전 시간에 에어컨을 틀어 실내 온도를 쾌적한 수준으로 낮춰 놓으면, 오후 내내 에어컨을 틀지 않아도 실내 온도를 적정 수준에서 유지할 수 있다.

전력 회사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얻는 혜택도 매우 크다. 당장 전력망을 더 효율적으로 관리함으로써 발전소를 새로 짓는 데 드는 막대한 비용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이득이다. 게다가 폭증하는 전력 수요에 맞춰 예비 전력을 유지하고자 급히 석탄 등 화석 연료를 때느라 배출되는 이산화탄소가 줄어드는 것도 모두에게 좋은 일이다. 그러나 지금껏 미국에서 이런 프로그램은 대개 자발적으로, 제한된 부문에서만 진행됐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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