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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죄수나 먹던 싸구려 음식이 어떻게 최고급 식재료의 대명사가 됐을까

[스프칼럼] 랍스터? 로브스터? 뉴욕에 가면 반드시 찾아먹는 그 Lobster (글 : 김한송)

스프칼럼
뉴욕을 찾는 사람들이 꼭 찾아서 먹는 것이 바로 '랍스터(Lobster)'다. 살짝 쪄낸 뒤 레몬을 뿌리고 버터에 찍어 먹는 미국식과 여전히 초장에 찍어먹기를 고수하는 한국분들. 어떻게 먹어도 누구에게나 인기 있는 맛있는 랍스터가 과거에는 대단히 인기 없는 식재료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랍스터는 많은 분들이 알고 있듯이 두 개의 집게다리와 긴 꼬리를 가지고 있는 바닷가재류로 미국에서는 발음 그대로 '랍스터, 랍스타'라고 불린다. 미국 내 수산물 중에서도 많은 인기가 있으며, 미국 조리사 협회 실기시험 시 필수 식재료로 등장할 만큼 미국인들에게도 일반화된 식재료다.

스프 스프칼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흥미롭게도 많은 사람들이 랍스터를 떠올릴 때는 빨간색 표면을 생각하곤 하는데, 랍스터의 본래 색깔은 붉은빛을 띠는 흑갈색이다. 대부분의 갑각류처럼 랍스터는 조리하는 과정에서 빨간색으로 변하게 되는데 이는 아스타크산틴(Astaxanthin)이라는 카로티노이드(Carotenoid) 색소가 껍질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요리 이전에는 루스타시아닌(Crustacyanin)인 단백질이 아스타크산틴을 덮고 있지만, 열기가 가해지면서 단백질 체인이 풀리고 그 결과 분홍색으로 변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랍스터는 좀 더 먹음직스러운 식재료로 변신을 하게 된다.

1620년 미국. 영국의 청교도인 102명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미 동부 매사추세츠 주의 플리머스(Plymouth)에 도착한다. 18세기만 하더라도 미 동부 지역에서는 골머리를 앓게 만드는 식재료였다. 미국 북동부 메인(Maine) 주의 인근에서 잡히는 많은 랍스터들은 너무나 흔해서 감옥의 죄수들이나 농장에서 일하는 이민자들의 식량으로 사용되었다. 이마저도 남는 경우에는 낚시의 미끼로 사용하거나 밭에 던져 비료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플리머스의 농장주는 농장에서 일하는 이민자들에게 이렇게 이야기를 하곤 했다.

"저희가 제공할 수 있는 건 단지 물과 랍스터 밖에 없습니다."

여기에 뿔이난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며 농성을 벌이기도 하였는데, 결론은 '일주일에 세 번 이상 랍스터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들어가 있었다. 이처럼 그 당시 랍스터는 대표적인 가난의 상징이었다.

이렇게 천덕꾸러기 대접을 받던 랍스터는 19-20세기를 거치며 고급스러운 식재료로 급부상한다. 미국의 교통이 발달하게 되고, 랍스터가 미 전역으로 퍼지게 되면서 고급 요리로서 인기를 얻게 되는 것이다. 그전까지만 하더라고 삶아서 대충 먹고 버리던 식재료에서 이제는 레스토랑에서 요리를 해서 나오는 고급 식재료로 탈바꿈을 시도한 것이다. 또한 메인주의 경우 랍스터를 대표적인 상품으로 특정하고 매해 랍스터 페스티벌도 개최해 많은 이들을 초대하곤 한다.

랍스터는 평균적으로 40-50년의 수명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랍스터는 죽을 때까지 탈피를 하며 살며, 나이를 먹을수록 가임 능력이 쇠퇴하지 않고 오히려 더 강해지며 힘도 세진다. 또한 껍질도 더 단단해지며 식성 또한 좋아진다. 타 갑각류가 나이가 들며 약해지는 것에 비해 대단히 특이한 점이다. 문제는 나이가 들면서 탈피하는데 에너지가 더 많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매년 랍스터의 15% 정도는 탈피하는 과정에서 자연사하게 된다. 오래된 랍스터들은 탈피를 포기하고, 오래된 외피를 통해 세균 감염이나 각종 취약해진 상태에서 죽음을 맞게 된다. 가끔씩 100년이 넘은 랍스터를 발견했다는 기사가 보이지만 이를 과학적으로 정확히 분석하기에는 어렵다.

스프 스프칼럼
미국에서 살아 있는 랍스터를 즉시 요리해 주는 곳에서는 대개 고압에서 랍스터를 쪄내어 준다. 여기에 녹여낸 버터와, 핫소스를 곁들여 주는데 갓 쪄낸 랍스터에서는 단맛이 감돌며 쫄깃한 맛이 환상적이다. 하지만, 랍스터를 쪄내는 것으로만 먹기에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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