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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타이태닉 관광' 잠수정 타이탄호의 운명을 결정지은 속설

[뉴욕타임스 칼럼] By 리처드 필데스

스프 NYT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나오미 오레스케스 박사는 하버드대학교에서 과학사를 가르치고 연구한다. 저서로 "임무를 수행하는 과학(Science on a Mission: How Military Funding Shaped What We Do and Don't Know About the Ocean.)"이 있다.
 
지난달 북대서양 수심 4km 아래 타이태닉호의 잔해를 향해 잠수하다가 내파된 잠수정 타이탄호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들이 속속 전해지면서, 소유주이자 조종사였던 인물이 제대로 검증되지도 않은 잠수정의 위험성을 잘 알면서도 민간인들을 데리고 내려가 목숨을 잃게 했다는 분노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들과 함께 대양 탐사 기업인 오션엑스(OceanX)를 설립한 억만장자 투자자 레이 달리오는 트위터에서 '커다란 분노'를 표출했다. 달리오는 오션게이트(OceanGate) 대표이자 조종사였던 스탁턴 러시가 "유인 잠수함 탐험의 높은 안전성을 보장해 온 검증된 안전 수칙을 무모하게 무시했다"고 비난했다. 이는 해양학계에서 널리 공유되는 의견이다.

우주항공 엔지니어인 스탁턴 러시는 규제가 성장과 혁신을 방해한다는 이유로 잠수정 안전 테스트를 거부해 왔다.

러시는 CBS 기자 데이비드 포그와의 인터뷰에서 "어떤 시점에 이르면 안전이란 순전히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업계에는 안전을 혁신 중단의 구실로 삼는 사람들이 있다"며, 안전이 핑곗거리에 불과하다고 시사했다. 오션게이트의 웹사이트에는 이런 문구가 실려있다.

"혁신이란 정의상 이미 받아들여지고 있는 시스템 밖에 있다."

러시의 시각에서 혁신은 진부한 기존 업체나 번거로운 정부 관료들은 닿지 못하는 독자적인 개인의 영역이다. 그는 실리콘밸리와 테크 스타트업계에서 특히 인기가 높은 속설, 즉 정부는 방해물일 뿐이고, 빠르게 움직이며 모든 것을 깨부수는 과감한 선구자만이 혁신을 이룩한다는 속설을 재생산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속설은 종종 현실과 일치하지 않고, 이번 경우에는 100% 틀렸다.

미국에서 최초로 건조된 두 척의 심해 잠수정은 미국 정부와 우즈 홀 해양학 연구소(Woods Hole Oceanographic Institution)가 개발한 것이다. 당시 목적은 잠수정을 해양 구조 작전에 활용하고 냉전 시기 수중 청취 시스템(타이탄 호의 내파를 감지해 낸 시스템의 원조 격이다)을 설치 및 모니터링하는 것이었다.

1930년대 민간 해양학자들은 온도와 압력이 소리를 아주 멀리까지 전달할 수 있는 바다의 한 지층을 연구하고 있었다. 이것이 강력한 군 통신 수단이 될 것임을 알았기에 학자들은 미 해군과 협력해 기술을 개발했고, 해군은 이 소리 채널을 활용하게 되었다. 관련 기술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것이 바로 수중음향 감시시스템(SOSUS, Sound Surveillance System)으로, 소련 잠수함을 탐지하기 위해 해저에 설치한 복잡한 청취 장비 네트워크를 일컫는다.

1950년대 후반이 되자, SOSUS는 1천여 개의 수중 청음기와 5만 km에 달하는 해저 케이블 규모로 확장되어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데서 나는 소리까지 잡아낼 수 있게 되었다. 이 네트워크 역시 모니터링과 점검, 수리가 필요했다. 1960년대 초반에는 우즈 홀 연구소의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미 해군 연구청 및 선박국과 협력하여 그 임무에 적합한 매우 혁신적인 잠수정 두 척, 알루미노트와 앨빈을 구상하게 된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알루미노트는 세계 최대 알루미늄 회사 가운데 하나인 레이놀즈 금속(Reynolds Metals Company)이 개발한 잠수정이다. 건설과 2년 운항하는 데 300만 달러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 값비싼 프로젝트였지만, 잠재적인 결과물을 고려했을 때 해군은 충분히 위험을 무릅쓸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단 해군과 우즈 홀 연구소는 인명을 위험에 처하게 하는 것만큼은 원치 않았다. 제임스 메이버 주니어라는 우즈 홀 소속의 엔지니어는 알루미노트가 실험적인 구상이지만, "미래에 운용할 잠수정"으로 여기고 설계와 시험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을 태우고 수면 아래로 들어간 상태로 '실험'하기를 원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알루미노트는 성공작이 아니었다. 개발에 참여한 집단들은 서로 의견이 엇갈려 각자의 길을 갔다. 하지만 또 다른 잠수정 앨빈의 운명은 달랐다. 1962년 우즈 홀 연구소는 티타늄 선체 잠수정 입찰 공고를 냈고, 제너럴 밀스(General Mills)의 전자 사업부가 낙찰받았다. 제너럴 밀스는 아침에 먹는 시리얼로 잘 알려진 회사지만, 실은 비행 데이터를 기록하는 블랙박스를 미네소타대학과 함께 개발하는 등 매우 혁신적인 기업이었다.

계약에 따르면 제너럴 밀스는 버뮤다에 새로운 수중 청취 장치를 설치하는 데 투입될 수 있도록 1년 안에 앨빈을 제작해야 했다. 자문위원회는 "특정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납기가 중요하지만, 납기를 지키지 못한다고 해서 잠수정의 유용성 일반이 훼손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급한 일정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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