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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대학에 창업 전공이 필요하냐'고 아직도 물어보는 이들에게

[스프칼럼] 스타트업 생태계의 정상 즈음에서 (글 : 이우진)

스프 스프칼럼 (스타트업) 스타트업 생태계의 정상 즈음에서

지난 10년간은 그야말로 '창업의 시대'였다. 시장에는 연 150만 명 이상의 창업가들이 탄생했고, 정부의 창업지원액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에인절투자와 벤처투자도 최고액을 경신했다. 스타트업이 성장하여 주식시장에 상장했고, 유니콘의 수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국가와 도시의 창업생태계를 측정하는 지표도 가장 높은 순위의 평가를 경험하였다(글로벌 기업가정신 모니터 'GEM'에서 한국이 전 세계 중 6위, Startup Genome에서 서울이 글로벌 도시 중 10위).

글로벌 기업가정신 모니터(GEM) / 출처 : 중소벤처기업부 공식 블로그
출처 : 스타트업 지놈(Startup Genome) 공식 홈페이지이렇게 지표들이 좋아지는 한편, 꽤 올라왔으니 정체되거나 내려갈 수 있겠다는 불안함도 생긴다. 하지만 그런 불안함은 불필요한 걱정일 뿐이다. 우리 창업생태계 내 플레이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행하는 최선의 노력들이 모여 지금과 같은 훌륭한 창업풍토를 만들어 왔으니 앞으로도 분명 우리는 잘 성장해 갈 것이다.

이제 더 성장해야 할 우리 창업생태계에 이런 정상 즈음에서 생각해봐야 할 많은 것들 중, 가장 많이 변화한 것 같지만 변화하지 못했다고 생각이 드는 '교육'과 '대학'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창업교육은 왜 늘 불안한 논의거리인가

아마도 창업교육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생각해 봤을, 아니면 받아봤을 질문이다.

"엄청나게 성공한 창업가들은 창업교육을 받지도 않았는데, 창업교육을 받으면 성공할 수 있는가?"

현시대에 가장 성공한 창업가로 일컫는 스티브잡스, 마크 저커버그, 일론 머스크와 같은 창업가뿐 아니라, 김범수, 이해진, 김봉진, 이승건 등 국내의 성공한 창업가들도 창업교육을 체계적으로 받고 성공한 사람들이 아니다.

'창업을 가르칠 수 있는 것인가'라는 주제는 미국에서도 과거 오랫동안 학자들과 교육자들의 논쟁 주제였을 만큼 의견이 분분했다. 물론 지금 이 주제는 철이 한참 지난 주제이며, 이제는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에 모두가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

훌륭한 창업가들이 창업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성공했듯이, 이러한 현상은 다른 분야에서도 종종 나타난다. 얼마 전 칸 영화제에서 '기생충'으로 한국영화 역사상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수상을 휩쓴 봉준호 감독은 영화전공자가 아니며, 역사 속의 인물 에디슨이나 벤자민 프랭클린도 전공이수나 교육을 통해 발명가나 과학자가 된 것이 아니다.

이렇게 자신이 하는 일에 전문교육을 받지 않았음에도 성공한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도 무수히 많다. 그러나 이러한 사례가 창업교육을 받을 필요가 없는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의학을 배워 의사가 되고, 법을 배워 변호사가 되고, 공학을 배워 엔지니어가 되는 것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으면서도 창업교육을 받고 창업가가 되는 것에는 유독 인색한 눈초리를 보낸다 (Hindle, 2007).

창업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창업교육을 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사실 창업을 해야 창업교육을 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회계사가 되어야 회계학을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등단을 해야만 문학을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발레리나만 발레교육자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유난히 창업 분야에서는 가르치는 사람이 창업을 해봤는가에 대해 예민하다. 오히려 창업 경험자의 교육은 편향적일 수 있다는 설득력 있는 논의가 있다.
 

국내 대학의 창업교육은 아직 한두 과목의 강좌뿐

1947년 하버드대학의 MBA에서 시작된 창업교육은 이제 선진국의 많은 대학 학부, 석사, 박사과정에서 전공, 부전공 등의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창업과 벤처를 주제로 한 논문집은 경영학 분야의 연구에서도 매우 상위권에 속해있다. 이렇듯 창업은 교육과 연구에서 꽤나 인기 있는 주제이다.

정부의 다양한 창업 지원 정책들 / 출처 : 대한민국 창업포털 'K-Start up' 공식 홈페이지
우리나라에서는 중기부가 2004년부터 창업대학원 지원사업을 시작하며 창업학 석사과정이 대학에서 시작되었고, 2012년부터는 교육부의 LINC사업으로 창업교육센터가 대학에 설치되기 시작하였다. 서울시는 캠퍼스 CEO 및 캠퍼스타운 사업을 통해 대학에 창업강좌 확산과 창업문화 확산을 지원하였고, 최근 과기정통부에서는 과학기술실용화 지원사업을 통해 과학기술창업분야 석박사 과정을 대학에서 운영하고 있다. 지금 나열한 것보다 훨씬 많은 정부의 창업지원사업들이 대학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대학의 미래와 생존을 논하고 있는 요즘 대학의 재정적 측면에서도 그리고 우리 창업생태계의 성장 측면에서도 감사할 일이다.

적극적인 정부의 지원 덕에 창업생태계가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들이 생겨났고, 대학도 창업분야에서 많은 성장을 이루어냈다. 이렇게 정부의 적극적 지원으로 창업생태계의 매우 빠른 성장을 경험한 것은 축복할만한 일이다. 최근에는 많은 민간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정부가 협력하는 형태로 창업생태계의 구조가 선진화되고 있는 것 같아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된다. 특히, 정부의 창업지원사업에 많은 인프라를 제공하며 함께 뛰고 있는 대학의 변화도 기대가 되는 부분이며, 특히 청년들을 위한 대학의 창업교육은 어떠한 모습으로 성장해 나갈지 기대가 된다.

그런데 대학의 창업교육을 조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10년간 전국의 대학에는 청년창업 활성화의 목표를 가지고 창업강좌, 학사제도, 창업기업지원의 체계를 정부의 각 부처들이 힘을 모은 지원을 통해 빠르게 확산시켰다.

하지만 대학의 학제에 안착되기보다는 대부분의 대학에서 한두 개의 강좌가 개설되어 운영되어 왔다.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도 창업 관련 강좌를 개설하는 것에 그치는 수준이다. 그래서 이렇게 개설된 한두 개의 창업과목을 수강한 청년들은 거기서 멈춰지고 또 다른 관심사를 찾아간다. 교수자도 창업강좌를 수강한 학생들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기는 어렵게 된다. 물론 스스로의 열의로 창업동아리나 기타 창업프로그램을 찾아 참여하는 학생들도 더러 있지만, 대부분은 수강과목을 중심으로 대학생활을 하게 된다. 다양한 창업강좌의 개설이나 창업전공 설치가 아쉬워지는 부분이다.

사실 대학이 스스로 더 많은 창업강좌를 개설하거나 전공으로 창업교육을 설치하는 것은 현재 학사구조를 고려한다면 요원해 보인다. 많은 경우 창업분야의 책임자들은 따로 주전공을 가지고 있어 창업분야에만 힘 쏟기가 어렵고, 창업분야의 전문가를 찾아 초빙하기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대학 내 채용과 정원 등 더욱 복잡한 문제들이 결합되어 있다.
 

창업전공 운영의 경험사례

사실 학교의 많은 구성원들이 창업강좌나 창업프로그램, 창업 관련 세미나 등에 흥미를 갖는다. 아무래도 최근 가장 핫(hot)한 분야이기 때문일 것이고, 매력적인 스토리들이 많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혹은 큰 기업들보다 접근이 상대적으로 쉬운 기업들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학의 구성원들도 창업에 대한 학위나 전공에 대해서는 냉소적인 경우가 많다. 심지어 이러한 분위기는 창업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한다.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의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로욜라매리마운트대학(Loyola Marymount University, 이하 LMU) 창업센터장인 데이비드 교수를 만나 이러한 현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다음은 데이비드 교수와 나눈 이야기를 요약한 것이다.

로욜라 대학은 2006년부터 경영대 내 창업학 전공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으며, 지금은 대학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학과 중 하나로 성장했다. 창업전공의 학생들이 모두 회사를 시작하지는 않는다. 창업교육이 실제 경험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창업전공 학생들은 확실히 기회를 탐색하고 이러한 과정을 스스로 시작하여 학생들이 자신에게 적합한 기회를 더 잘 발견하고 평가하고 적시에 활용하는 방법을 익힌다. 이제 창업전공 과정은 경영대학 및 LMU대학의 주력 프로그램으로 성장하게 되었고, 운 좋게도 대학 창업전공 평가에서 2016년에는 US News and World Report에서 7위, Princeton Review에서 14위를 차지했다.

취업시장에서도 대기업이 가장 우려하는 것이 신입사원이 특정과목의 수업을 수강했는지 여부가 아니라 지원자가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전문성을 갖출 수 있는지 여부이다. 여기서도 창업전공 학생들이 기업의 창업가나 주주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배운 것이 도움이 된다고 데이비드 교수는 이야기한다. 이 학생들은 상사처럼 생각하는 법을 빨리 배우고 업무에서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파악한다. 기업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을 고용하기를 원하는데, 창업전공 학생들은 늘 문제인식을 바탕으로 이를 혁신의 기회로 전환하는 훈련을 받아왔기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는다.

물론 국내의 사정과는 다른 해외대학의 이야기였지만, 대학에서 창업전공이 필요할까에 대한 여러 가지 정당성을 엿들을 수 있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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