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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 약진 와중에 누가 방사청장을 흔드나 [취재파일]

K-방산 약진 와중에 누가 방사청장을 흔드나 [취재파일]
지난 한두 달간 잊을 만하면 방사청장 사퇴설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근 열흘 간격으로 엄동환 방사청장이 사표를 냈다는 풍문이 돌았고, 어제(27일)는 후임 방사청장 이름이 거론되는 보도까지 나왔습니다.
 
SBS 취재를 종합하면 엄동환 청장은 사표 낸 적 없습니다. 정무직 공무원이라고 해서 사표 못 쓰는 것 아니지만, 당사자의 의사보다 임면권자인 대통령의 뜻이 더 중요합니다. 임면권자가 방사청장 바꾸자고 하면 바꾸는 것이고, 이대로 가자고 하면 그냥 가는 것입니다. 방사청 핵심 관계자는 “대통령실이나 국방부로부터 방사청장 교체 관련 언질은 오지 않았다”, “청장도 대통령 의사에 반해 사표를 낼 생각이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임면권자 쪽이나 해당 정무직 공무원 쪽은 움직이지 않는데 자꾸 사퇴설과 교체설이 돈다는 것은 십중팔구, 자리를 탐하는 어떤 이들이 작전을 쓰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작전도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합니다. 현재 방사청장에게 주어진 임무는 과거 어느 때보다 무겁습니다. 수주액수가 1차의 2배에 달하는 폴란드 2차 수출 계약을 성사시켜야 하고, 동시에 육해공군, 해병대의 복잡해진 소요를 반영한 방위력 개선 사업도 이끌어야 합니다. 섣불리 교체했다가 방산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국가대계를 그르칠 수 있습니다.
 

풍문은 누가 흘리나

작년 8월 폴란드 1차 방산수출 계약식. 왼쪽 3번째가 엄동환 방사청장이다.
▲ 작년 8월 폴란드 1차 방산수출 계약식. 왼쪽 3번째가 엄동환 방사청장이다.

4월 말~5월 초, 엄동환 방사청장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말이 파다했습니다. 여기저기 탐문한 결과 헛소문이었습니다. 열흘쯤 뒤 최초 소문에서 살짝 각색된 사퇴설이 또 유포됐습니다. 역시 사실과 달랐습니다. 어제는 특정 고위직 공무원이 엄동환 청장의 후임으로 유력하다는 기사까지 나왔습니다.
 
국방부, 안보실, 방사청 관계자들에게 잇따라 문의한 결과, 사퇴 또는 교체를 위한 내부 문의 및 검증은 없었습니다. 국방부와 안보실로부터 “방산수출로 정신이 없는데 누가 그런 헛소리를 하고 다니냐”는 핀잔이 돌아올 정도였습니다.
 
국방부, 안보실, 방사청 모두 부인함에도 불구하고 부단하게 사퇴설이 제기되는 이면에는 뚜렷한 목표를 가진 이들이 똬리를 틀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방부 핵심 관계자는 “차기 방사청장을 노리는 측이 소문의 진앙지”라고 지적했습니다. 방사청의 유력 소식통은 한발 더 들어가 “급하게 자리 하나 꿰차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다”, “무리하게 감투 놀이 하고 있다”고 촌평했습니다.
 

자리 욕심도 때와 장소를 가려야

이달 초 폴란드 측과 2차 방산수출 협상 중 발언하는 엄동환 방사청장
▲ 이달 초 폴란드 측과 2차 방산수출 협상 중 발언하는 엄동환 방사청장

작년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천무 다연장로켓의 폴란드 1차 수출 계약은 17조 원 규모입니다. 올해는 K2 전차와 K9 자주포의 폴란드 2차 수출 계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차 수출의 대상은 1차에 비해 반으로 줄었지만, 수주액 규모는 1차의 2배에 육박합니다. 1차의 연속선상에서 폴란드 정부와 2차 협상을 벌여야 계약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 와중에 방사청은 육해공군, 해병대의 복잡해진 소요에 따른 방위력 개선 사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맞설 3축 체계도 새롭게 벼리고 있습니다. 수출에 올인하느라 정작 우리 군의 전력 증강에 소홀하기 십상인데, 공군의 한 장성은 “과거 방사청에 비해 현재의 방사청이 소요군의 필요를 적극적, 합리적으로 처리한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기관이면 몰라도 방사청의 수장을 중차대한 수출 계약 협상과 전력 개편의 한 복판에서 바꾸는 것은 난센스입니다. 차기 방사청장을 바라는 측은 앞뒤 사정을 살피고 잠시 숨을 고르기 바랍니다. 다급한 처지에 개인 욕심 채우려고 방산과 전력의 약진에 훼방을 놓으면 곤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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