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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줄줄이 떨어지는 라면값…콕 집어 압박한 정부에 업계 '백기'

스프 이브닝브리핑값을 내려라는 정부 압박에 라면 업체들이 난색을 보이다 결국 굴복했습니다. 대표적인 서민 식품인 라면의 가격이 우여곡절 끝에 떨어지게 된 거죠. 업계 1위인 농심이 가격인하를 발표하자마자 삼양식품이 동참했습니다. 근데 이 과정을 외형적으로만 보면 정부는 압박 아닌 척 압박했고, 업체들은 굴복 아닌 척 굴복하는 모습을 연출했습니다. 

 

신라면 가격 50원 인하

농심의 신라면과 새우깡 가격 인하는 과거 기록을 찾기도 어렵습니다. 신라면은 2010년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라고 하고요, 새우깡 가격 인하는 제품이 만들어진 이후 처음이라고 합니다.

7월 1일부터 농심이 신라면과 출고가를 각각 4.5%, 6.9% 인하하게 되는데요, 이렇게 하면 소매점 기준으로 1천 원에 판매되는 신라면 한 봉지의 가격은 50원 내려가고, 1천500원인 새우깡 한 봉지 가격은 100원 내려간다고 합니다.

스프 이브닝브리핑 (사진=연합뉴스)
농심은 "국내 제분회사에서 공급받는 소맥분 가격이 오는 7월부터 5% 인하될 예정으로 농심이 얻게 되는 비용 절감액은 연간 약 80억 원 수준"이라면서 "이번 가격 인하로 연간 200억 원 이상의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어 지출하는 돈이 줄게 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네요.

스프 이브닝브리핑 (사진=연합뉴스)
농심이 국내 제분회사로부터 공급받는 소맥분의 가격은 오는 7월부터 5.0% 인하될 예정으로 농심이 얻게 되는 비용절감액은 연간 약 80억 원 수준이며, 이번 가격인하로 연간 200억 원 이상의 혜택이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농심 보도자료

삼양식품도 다음 달부터 삼양라면, 짜짜로니, 맛있는 라면, 열무비빔면 등 12개 대표 제품 가격을 순차적으로 평균 4.7% 인하하기로 했습니다. 

농심과 삼양식품이 전격 가격 인하를 결정할 수 있었던 외형적인 이유는 소맥분(밀가루) 가격이 다음 달부터 내려가기 때문인데요,농심의 경우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듯이 7월부터 공급받는 밀가루 가격이 5.0% 인하된다고 합니다. 밀가루 가격이 내려가게 된 건 어제(26일) 정부가 제분업체들에게 사실상 가격 인하를 주문했기 때문인데요, 이 부분은 뒤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라면업계는 이명박 정부 시절이던 2010년 원료 가격 인하로 제품 가격을 인하한 뒤 지금까지 한 번도 가격을 내린 적이 없습니다. 당시 농심은 신라면, 안성탕면, 육개장사발면 등 6개 라면 제품 가격을 2.7~7.1% 인하했고, 삼양식품은 5개 제품 가격을 최대 6.7% 내렸습니다. 

 

라면값 줄줄이 인하될 듯

농심과 삼양식품에 이어 다른 라면업체들도 제품 가격을 잇따라 내릴 것으로 보입니다. 오뚜기와 팔도도 라면값 인하를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합니다.

스프 이브닝브리핑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가격 인상 때도 도미노처럼 줄줄이 인상됐습니다. 농심이 가장 먼저 라면 출고가를 평균 11.3% 인상하자 바로 다음 달 팔도와 오뚜기가 각각 9.8%, 11.0% 인상했고요, 삼양식품은 11월에 평균 9.7% 올렸습니다. 당시 업체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치솟은 밀가루, 팜유 등 원부자재 가격 상승을 근거로 더는 버티기 어렵다는 설명을 붙였습니다.

라면뿐 아니라 과자와 빵 등 밀가루를 주원료로 쓰는 다른 식품의 가격도 떨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제분회사들의 밀가루 공급 가격이 5% 정도 인하되는 게 확실시되고 있는데요, 농심에 밀가루를 공급하는 CJ제일제당이 업계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밀가루를 주원료로 쓰는 빵이나 과자업계의 원가 부담도 줄게 되니까, 이들 업계가 언제 얼마나 가격을 내릴지도 시장의 관심입니다.   

 

외형은 밀가루값 인하, 실은 정부 압박

라면값 인하의 외형적 이유는 밀가루값 인하이지만, 실은 정부의 압박에 굴복한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18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했는데요, 라면을 콕 집었습니다. "(국제) 밀 가격이 1년 전 대비 약 50% 내렸고, 작년 말 대비로도 약 20% 내렸다"면서 "(제조업체도) 가격을 좀 내리든지 해서 대응을 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습니다.

스프 이브닝브리핑 (사진=연합뉴스)
1년 전 대비 지금 약 50% 밀 가격이 내렸고, 작년 말 대비로도 약 20% 정도 내렸습니다. 제조업체에서도 밀가루 가격으로 올랐던 부분에 관해서는 사실은 소비자들께 다시 적정하게 가격을 좀 내리든지 해서 대응을 해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마는 여전히 라면값은 높은 수준에 계속 있습니다.

추 부총리 발언의 어감은 강하지 않았습니다. 가격 결정 구조에 대해 "라면과 같은 이런 품목들은 사실은 시장에서 업체와 소비자 간에 시장에서 결정해 나가는 가격"이라고 했고요, "정부가 하나하나 개입을 해서 원가 조사를 하고 가격을 통제하고 이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했습니다.

시장경제에 맡겨야 될 가격 결정에 정부가 개입한다는 비판이 나올 것을 의식해 발언 수위는 조절한 것으로 보입니다.

"소비자단체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견제도 하고 가격 조사도 해서 압력을 좀 행사하면 좋겠는데.."라면서 슬쩍 소비자단체를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추 부총리의 말은 조심스러웠지만 후폭풍은 컸습니다. 경제 수장이 콕 집어 라면값을 겨냥하는데 기업으로서는 버틸 재간이 있을 리 만무하죠.

당시 라면 업계가 "국제 밀 가격이 내려도 제분사가 밀가루 공급 가격을 내리지 않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하자 어제(26일)는 농식품부가 제분업계 관계자를 불러 모아 "가격 안정 협조"를 당부하고 나섰습니다. 제분업체들이 곧바로 가격 인하에 동참하기로 하면서 겉으로는 정부 '당부'에 기업이 '화답'하는 모양새가 연출됐습니다.

원료 가격 이유로 버티기 어려워지자 라면 업체들은 백기 투항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근데 정부의 가격 인하 전선이 밀가루로 넓어졌으니, 밀가루 원료 제품의 가격까지 내려가는 부수 효과를 누리게 됐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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