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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과학 사기꾼'은 어떻게 재기에 성공했나

[뉴욕타임스 칼럼] By 데이비드 시라노스키

스프 NYT 뉴욕타임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데이비드 시라노스키는 2000년부터 2021년까지 과학 저널 「네이처」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담당 기자로 일하며, 주로 과학 분야의 사기 문제를 취재했다. 그는 현재 교토대학교 인간생명 고등연구소의 연구원이다.
 

연구자 집단에 의한 엄격한 자정 노력은 과학계의 트레이드 마크지만, 과학 사기는 여전히 만연하다. 어째서 사기꾼들은 사기를 치고도 빠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인간 배아 복제 성과를 주장하며, 악명을 얻은 한국의 과학자 황우석의 사례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다. 과학계에서 명예롭지 못하게 퇴진한 뒤에도 그는 아랍에미리트 왕실의 품에서 뷰티쇼 및 경주용 낙타를 복제하며, 풍요로운 생활을 누리고 있다.

황우석 박사의 이야기는 넷플릭스유튜브에서 공개된 두 편의 신작 다큐멘터리 덕분에 근 20년 만에 다시 대중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상상을 초월하는 황우석의 커리어를 통해 우리는 과학계가 자랑하는 자정 능력을 재평가하고, 과학이 위법 행위를 억제하거나 징계하는 일에 실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해야 한다.

황우석은 2004년 인간의 배아를 복제하고 이 배아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하며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의 실험은 이른바 치료용 복제, 즉 피부 등 다른 조직에서 채취한 환자 본인의 세포를 이용해 질환을 고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줄기세포를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함을 증명한 셈이었다.

황우석의 2005년 후속 연구로 인해 줄기세포 치료는 현실과 더욱 가까워졌다. 황우석 연구진은 이전보다 훨씬 효율적인 방식으로 환자 9명의 배아 줄기세포를 만들어 냈다고 주장했다. 이런 성과로 황우석은 엄청난 환호를 받게 된다. 한국에서 그는 '최고과학자'라는 수식어를 얻었고, 그의 과학적 업적을 기념하는 우표가 발행됐다.

그러나 황우석의 서울대 연구실, '복제 공장'에는 문제가 많았다. 나는 「네이처」에서 황우석의 부상을 취재하면서 연구팀의 인간 난자 조달과 관련된 윤리 지침 위반을 최초로 보도했다.

난자는 복제 과정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다. 황우석 연구실이 다른 연구팀보다 앞서갈 수 있던 것은 대량으로 난자를 확보했기 때문인데, 그는 무보수 자원봉사자들로부터 난자를 얻었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인터뷰 도중, 황우석 연구실의 한 대학원생이 자신과 동료가 연구에 필요한 난자를 기증했다고 말한 것이다.

황우석의 몰락 이후 이어진 조사에서 난자를 기증한 대학원생은 직접 복제를 시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시술 직전 친구에게 "내가 시작한 일이지만 두렵다"는 내용의 이메일을 남기기도 했다. 이메일에는 "셀프 클로닝, 이건 있을 수 없는 일, 자기 난자를 자신이 복제하고 지독하게 독해요, ... 선생님께 대적하지 못했던 것, 이런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도록 더 열심히 공부할래요"와 같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 황우석 연구실에서는 난자를 구입하기도 했는데, 이 역시 윤리 지침 위반이다.

황우석은 잘못을 부인했다. 그러나 2005년 논문이 발표되고 몇 달 후, 한국의 한 용감한 취재진이 비윤리적인 난자 조달에서부터 사기에 이르는 행각에 대한 근거를 제시하기에 이른다. 취재진은 협박과 광고 철회, 방송 취소에 맞서 끝까지 싸웠다.

이듬해 황우석은 한때 이름을 날린 두 편의 논문을 철회했다. 복제 공장은 문을 닫았고, 그는 사기, 생명윤리법 위반,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하버드대 의사이자 저명한 줄기세포 연구자인 데이비드 스캐든은 미국 PBS에 출연해 "그의 경력, 그리고 아마도 인생까지 모두 망가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황우석 연구팀이 인간 복제 스토리를 공개하기 직전에 발표한, 별로 중요해 보이지 않던 한 연구 성과가 황우석의 미래에 대한 단서를 쥐고 있었다. 세계 최초의 개 복제가 바로 그것이었다. 그전까지 양에서 쥐에 이르는 다양한 종이 복제됐지만, 고양이나 개 같은 가축의 복제는 쉽지 않았다. '최고 과학자'라는 타이틀 덕분에 받은 각종 지원 덕에 황우석 연구팀은 1000여 차례의 시도 끝에 스너피라는 이름의 복제 아프간하운드를 세상에 선보일 수 있었다.

인간 줄기세포 복제 스캔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던 2006년, 황우석은 업계 열성팬들의 지원을 받아 수암 생명공학연구원이라는 민간 개 복제 회사를 차렸다. 고객은 경찰의 경찰견 담당 부서와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사람들이었다. 사업은 순조로웠다.

이후 10년간 황우석의 이름은 가축 생산량 증가부터 에티오피아 늑대와 같은 멸종 위기종에 대한 유전적 구제, 털매머드와 같이 멸종된 종을 부활시키려는 시도 등 다양한 동물 복제 이슈와 엮여서 등장했다.

이런 프로젝트는 대부분 실패한 듯하지만, 황우석이라는 이름에 다시금 권위를 실어준 것만은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다.

2010년, 아부다비에서 쇼 낙타로 높은 인기를 자랑하던 마브로칸이 급사했다. 두바이의 연구진은 2009년에 최초의 복제 낙타를 발표했었고, 아부다비의 수의사들은 언젠가 복제 기술을 쓸 수 있기를 바라며 마브로칸의 고환 조직과 피부를 냉동 보관해 뒀다.

2021년, 황우석이 이끄는 연구팀은 마브로칸의 복제 낙타 11마리를 만들어 냈다. 그는 현재 아부다비 인근 사막에 위치한 최첨단 복제 연구소를 이끌며, 7성급 호텔에서 매일같이 수영하며 지내고 있다.

이른바 황우석 사태는 우리가 아는 것과 전혀 다른 결말이 날 수도 있었다. 바로 황우석이 자신의 연구를 철회하지 않고, 학계에서 평판과 자리를 유지하며, 치료 목적으로 인간을 최초 복제한 인물로 기억되는 결말이다. 다른 과학자들이 같은 시험을 재현하지 못하는 경우 연구 결과가 인정될 수 없다는 과학계의 자랑스러운 자기 교정 메커니즘이 이 사건에서는 작동하지 않았다. 인간 난자를 사용한 황우석의 실험은 원래 성공률이 낮았기 때문에 다른 연구진이 재현에 완전히 실패했다 하더라도 기술이 부족해서, 난자의 품질이 낮아서, 혹은 그저 운이 나빠서 그런 거로 치부될 수도 있었다.

황우석의 첫 치료용 인간 복제 논문은 다른 과학자가 재현할 수 없지만, 동시에 반증할 수도 없는 수많은 저명 줄기세포 연구의 반열에 오를 수도 있었다. 획기적인 과학적 주장에는 폭넓은 지지나 거부가 따르기 마련이다. 어떤 주장은 영원히 답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기도 한다.

황우석 사태는 과학계의 자정 능력에 심각한 결함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의 사기 행각은 한국의 용감한 언론인들 덕분에 드러났다. 황우석 연구진이 좀 더 치밀했다면 기자들의 노력으로도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황우석 팀의 논문에는 조작된 데이터와 이미지쌍이 포함돼 있었는데, 자세히 비교해 보면 명백한 거짓이 드러난다.

다만 황우석이 사기꾼이 치러야 할 대가를 다 치렀다고 보기에는 다소 미묘한 구석이 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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