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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저 출산율에 노키즈존?"…CNN, 타당성 논쟁 조명

"세계 최저 출산율에 노키즈존?"…CNN, 타당성 논쟁 조명
▲ 서울의 한 키즈카페

초저출산 극복을 위해 매년 거액의 예산을 투입하는 한국에서 어린아이의 업장 출입을 금지하는 이른바 '노키즈존' 영업이 성행하는 상황을 외신이 조명했습니다.

미국 CNN 방송은 24일(현지시간)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국가에서 노키즈존의 타당성을 두고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CNN은 "어른들이 방해받지 않는 환경을 만들려는 노키즈존은 최근 몇 년간 한국에서 눈에 띄게 인기를 끌었다"며 "카페와 식당에서 아이들을 막는 것은 출산 장려에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CNN은 여러 단체를 인용, 노키즈존이 제주도에만 80곳이 있고 전국적으로는 400곳 이상 운영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반면 한국의 지난해 출산율은 0.78명으로 1.3명을 기록한 일본이나 1.6명인 미국보다 훨씬 낮고, 세계에서 가장 빨리 진행되는 고령화 문제로 인해 노동가능인구가 줄어들며 연금·의료비 문제가 커지고 있다고 짚었습니다.

CNN은 "이미 한국의 젊은이들은 천정부지로 솟은 부동산 가격과 장시간 근로, 경제적 불안감 등으로 압력을 받고 있다"며 "노키즈존 비판자들은 사회가 어린이들에 대한 태도를 바꾸도록 정부가 힘써야 한다고 말한다"고 언급했습니다.

노키즈존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CNN은 노키즈존 도입을 촉발한 결정적인 계기로 2012년 2월 발생한 푸드코트 화상 사건을 지목했습니다.

당시 한 여성이 서울 광화문의 한 서점 식당가에서 아들과 식사하다가 자신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종업원이 아이의 얼굴에 뜨거운 국물을 쏟고 별다른 조치 없이 사라졌다며 맹비난하는 내용의 글을 인터넷에 올려 순식간에 논란이 됐습니다.

해당 50대 종업원은 소셜미디어에서 '된장국물녀'로 불리며 지탄을 받았지만, 얼마 후 아이가 식당에서 마구 뛰어다니다 종업원에게 부딪힌 후 국물을 뒤집어쓰고 다시 어디론가 달려가는 모습이 담긴 CCTV가 공개되며 여론은 급반전했습니다.

아이의 행동을 제어하지 못한 어머니를 향해 비난의 화살이 집중됐고, 이후 부모의 자녀 훈육 책임과 관련한 논의가 활발해짐과 동시에 노키즈존이 카페뿐만 아니라 식당과 다른 사업장으로까지 번져가게 됐다는 설명입니다.

CNN이 인용한 2021년 11월 한국리서치가 시행한 여론조사에서 '사업주가 행사하는 정당한 권리이자 다른 손님에 대한 배려'라는 이유로 노키즈존 운영을 허용할 수 있다는 응답이 71%에 달할 정도가 됐습니다.

당시 '허용할 수 없다'는 비율은 17%에 그쳤습니다.

CNN은 아이가 없는 성인들은 물론 일부 자녀를 둔 부모들조차 노키즈존에 찬성한다고 전했습니다.

CNN은 출입제한 대상이 어린이에 국한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노틴에이저존'(10대 출입금지), '노시니어존'(노년), '노아재존'(중년) 등 연령에 따른 금지구역 설정은 물론 '노래퍼존', '노유튜버존', '노프로페서존'(교수) 등 특정 직역의 사람들까지 배제하는 공간마저 등장했다는 겁니다.

네덜란드 라이덴대학의 한국 전문가 보니 틸란드 교수는 "한국의 20대와 30대는 개인적 공간에 대한 개념이 강한 경향이 있다"며 "이들은 갈수록 시끄러운 아이들과 노인들을 못 견뎌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틸란드 교수는 "이런 마음가짐은 공공장소에서 자신과 다른 그 누구도 포용하지 못하는 편협함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모두에게 '각자의 위치'가 있다는 뿌리 깊은 태도가, 엄마와 아이들은 바깥 공공장소가 아닌 집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야말로 젊은 여성들로 하여금 아이를 갖는 것을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말했습니다.

2021년 7월 5일 아기와 함께 등원한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CNN은 2021년 현역 국회의원 신분으로 아들을 낳은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사례도 소개했습니다.

용 의원은 100여 일간 앓던 산후우울증을 극복하고 밖으로 나섰다가 동네 카페에서 '노키즈존'이라는 이유로 입장을 거부당한 기억을 돌이키며 "사회가 나 같은 사람들을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꼈다"고 말했다고 CNN이 보도했습니다.

그는 "워킹맘이 죄인인가"라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국내 대형 테크기업 프로그래머의 사례를 전하며 "육아를 개별 양육자나 부모의 책임이 아닌 사회 전체의 책임으로 만드는 것이 인구 문제를 극복하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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