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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살해' 형량 문제없나…참작 사유 들어 잇단 집행유예

'영아살해' 형량 문제없나…참작 사유 들어 잇단 집행유예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의 친모에게 적용한 영아살해죄를 형 감경 사유가 없는 살인 혐의로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영아살해 범죄의 반인륜성에 비해 형량이 턱없이 낮다는 취지인데, 같은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아동학대살해죄는 살인보다 중하게 처벌하는 반면, 영아살해는 다양한 참작 사유로 인해 집행유예가 내려지는 경우도 있어서 법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해 6월 22일 영아살해 혐의로 기소된 20대 A 씨에게 전주지법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습니다.

A 씨는 같은 해 1월 8일 전북 전주시 자택에서 자신이 출산한 갓난아이를 화장실 변기 물에 약 30분간 방치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그런데, 재판부는 여러 참작 사유를 들어 집행유예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거쳐온 불우한 성장 과정이 인격 형성과 이번 범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출산 직후 정신적, 신체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였던 점, 반복된 출산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았던 점 등을 참작했다"고 밝혔습니다.

2021년 8월 의정부지법에서 열린 항소심에서는 아이를 낳자마자 4층 아래로 던져 숨지게 한 20대 B 씨가 1심과 같은 징역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경기 고양시에서 부모와 함께 살던 B 씨는 같은 해 1월 아이를 화장실에서 몰래 분만한 뒤 화장실 창문을 통해 4층 아래로 던져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검찰은 징역 5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피고인의 나이 정도면 상황 판단을 잘해서 현명하게 대처했어야 했다"고 질책하면서도 구형의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형량을 선고했습니다.

이처럼 영아살해 피고인은 대체로 사회 통념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받아왔습니다.

영아살해죄가 명시된 형법 제251조는 분만 중 또는 분만 직후의 영아를 살해한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실제 10년에 가까운 징역형이 선고된 사례는 드뭅니다.

이번 '수원 냉장고 영아시신 사건'과 유사하게 냉동고에 아이 시신 2구를 수년째 보관한 2017년 부산 영아살해 사건 피의자 역시 징역 2년을 선고받는 데 그쳤습니다.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된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이는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살인죄의 형량과 차이가 큽니다.

똑같이 아이를 대상으로 하지만 이른바 '정인이법' 시행으로 최저형이 7년으로 늘어난 아동학대치사죄와는 차이가 더 벌어집니다.

이러한 차이는 영아살해죄가 살인을 감경해주려는 취지로 만들어진 데서 비롯합니다.

법조문을 보면 영아살해죄는 직계존속이 치욕을 은폐하기 위해서 또는 양육할 수 없음을 예상해, 특히 참작할 만한 동기로 인해 영아를 살해했을 경우를 뜻하고 있습니다.

1953년 형법이 제정될 당시 만들어져 한 번도 개정되지 않았습니다.

이 때문에 영아살해죄를 다른 살인에 비해 특별히 감경하는 게 사회안전망이 보강된 현시점엔 맞지 않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경제적 사유로 인한 영아살해의 경우 가정위탁이나 공개 입양 등 여러 복지제도가 보강된 만큼 불가피하게 아이를 살해했다는 감경 요소로 인정받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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