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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대장 프리고진의 회군, 러 파워게임 폭발?…우크라 "지켜보고 있다"

용병대장 프리고진의 회군, 러 파워게임 폭발?…우크라 "지켜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파워게임을 벌이던 러시아 군 수뇌부와 용병의 갈등이 결국 폭발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활동하던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24일(현지시간) 부하들과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러시아로 진입했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군 공격에 앞장서던 프리고진이 진격 방향을 바꾼 것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 등 러시아 군부와의 갈등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는 텔레그램 음성 메시지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것은 군 수뇌부를 처벌하는 것뿐이라며 러시아 정규군에 자신들을 막지 말라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프리고진은 바그너 그룹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돼 전투하는 과정에서 쇼이구 장군 등 군부를 향한 불만을 키워왔습니다.

죄수들까지 용병으로 동원해 격전지인 바흐무트 등 최전선에서 러시아를 위해 싸우는데도 탄약 등 지원이 부족하다며 여러 차례 군부를 공개 비판했습니다.

프리고진은 군 수뇌부의 무능을 탓하며 직격하는가 하면, 격전지 바흐무트에서 철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습니다.

쇼이구 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을 "인간 말종들"이라고 부르는 등 군 수뇌부를 향한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쇼이구 장관은 프리고진의 '도발'에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아 왔으나 최근 모든 비정규군에 국방부와 정식 계약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이는 바그너 그룹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읽혔습니다.

그러나 프리고진은 계약을 거부하며 계속 저항했습니다.

그는 쇼이구 장관이 바그너 후방 캠프들에 미사일 공격을 지시했다며 "응징하기 위해 움직일 것"이라며 위협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러시아 당국도 프리고진에 대해 무장 반란 혐의로 체포령을 내리는 등 '상응 행동'으로 맞대응했습니다.

이를 두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영향력을 키워가던 프리고진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토사구팽당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푸틴의 요리사'로 불릴 정도로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던 프리고진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회로 존재감을 키우는 듯했습니다.

전장에서는 물론 소셜미디어에서도 왕성하게 활동하며 인지도를 높여 푸틴 측근들의 경계의 대상으로 떠올랐습니다.

전쟁 초기에는 전폭적인 지지를 받던 바그너 그룹이 점점 탄약 부족 등으로 홀대받게 된 것은 크렘린궁이 프리고진을 경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추측도 나왔습니다.

그러나 프리고진 자신도 여러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바그너 그룹은 제대로 훈련되지 않은 죄수 출신 용병을 무자비하게 전장에 투입해 대규모 병력 손실을 일으켰고, 민간인 학살, 성폭행 등 전쟁범죄를 서슴지 않아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심지어 바그너 그룹이 러시아 정규군을 납치, 고문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자신을 러시아군 전직 사령관이라고 소개한 로만 베너비틴은 그의 병사들이 바그너 그룹에 조직적인 납치·학대를 받고 성폭행에 노출되기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베너비틴은 바그너 그룹의 군 차량에 총을 쏴 바그너에 구금되기도 했습니다.

프리고진과 군부의 대립이 격화하면서 바그너 용병 그룹과 러시아 정규군도 충돌하게 된 일면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러시아 내부 갈등이 폭발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의 흐름도 영향을 받을지 관심이 쏠립니다.

우크라이나가 수개월간 준비한 '대반격'이 예상보다 지지부진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프리고진의 반란이 우크라이나에 전세를 뒤집을 기회가 될지 주목됩니다.

AP 통신은 반격의 초기 단계에서 러시아의 방어선에서 약점을 찾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이 이번 일로 러시아의 전쟁 노력을 더욱 방해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습니다.

키릴로 부다노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군사정보국장은 트위터에서 "우리는 지켜보고 있다"며 러시아의 경쟁 파벌들이 권력과 돈을 놓고 (서로를) 잡아먹기 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프리고진은 "이건 군사 쿠데타가 아니라 정의의 행진"이라고 항변했으나, 그의 회군 목적이 무엇인지는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그가 실제로 사실상의 쿠데타를 벌이려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극단적 군사행동 시도로 배수의 진을 침으로써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압박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우크라이나군에 밀릴 처지가 된 러시아군은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 바그너 그룹에 항복을 설득하고 나섰습니다.

세르게이 수로비킨 러시아군 부사령관은 바그너그룹에 러시아군에 맞서는 어떤 움직임도 중단하라고 촉구하면서 "국내 정치 상황이 악화되기를 기다리는 러시아 적들의 손에 놀아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정치 분석가인 타티아나 스타노바야는 트위터에서 "이제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한 만큼, 상황을 되돌릴 수 없다. 프리고진과 바그너의 종말이 임박했다"며 "현재 완전히 제거되는 것이 유일한 가능성이고, 바그너가 얼마나 저항하느냐 정도가 유일한 변수"라며 진정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분석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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