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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시진핑이 머스크는 안 만나고 빌 게이츠만 만난 이유는

스프 시진핑 빌게이츠
시진핑 / 중국 국가주석
"당신은 내가 올해 만난 첫 번째 미국 친구입니다."
 
빌 게이츠 /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
"우리는 늘 훌륭한 대화를 나눴고, 오늘도 논의할 중요한 주제가 많이 있을 것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 창업자이자 세계 5위 부자 빌 게이츠가 중국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났습니다.

지난달 중국의 테슬라 공장을 둘러본 일론 머스크도 만나지 못한 중국의 지도자를 빌 게이츠가 직접 면담한 건데요. 빌 게이츠와 시진핑, 대체 무슨 사이길래 서로 친구라며 반갑게 만난 걸까요? 

스프 시진핑 빌게이츠
두 사람의 다정한 투샷,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5년도 중국 하이난성에서 열렸던 보아오 포럼에서도 만났고요. 같은 해 미국 시애틀에서도 따로 긴밀하게 만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빌 게이츠는 테라파워(Terra Power)라는 회사를 설립한 이후 한창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에 몰두하고 있었는데요. 빌 게이츠는 이 사업을 중국과 함께 하고 싶어 했습니다.

중국이 원자로를 많이 만들고 있기도 했고, 건설 비용도 다른 나라에 비해 저렴한 편이었거든요. 그래서 미 행정부의 승인까지 미리 받아두고, 5년 넘게 중국을 열심히 오간 끝에 시진핑을 시애틀에서 만나 사업을 잘 타진하고 있었습니다. 

시진핑과의 면담 직후, 실제로 거래에 진전도 있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빌 게이츠는 중국과 사업을 하지 못하게 됩니다. 당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첨단 기술과 관련한 대중 규제를 대폭 강화한 데 이어 테라파워가 중국에서 사업을 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주는 계약까지 취소해 버렸거든요. 이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은 미국과 중국 두 정부에게 있는데, 빌 게이츠는 중국이 아닌 자국 정부로부터 취소를 당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며 당시를 떠올릴 때마다 무척 아쉬워했습니다. 
 
빌 게이츠 - 다큐멘터리 'Inside Bill's Brain'에서  
"정치적 문제가 엮일 줄은 늘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 정부에서 그럴 줄은 꿈에도 몰랐지만요." 

빌 게이츠는 그 이후로도 시진핑과의 끈끈한 관계를 놓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합니다. 3년 전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을 막으려고 500만 달러, 우리 돈 약 64억 원을 기부해서 시진핑에게 감사 편지를 받는가 하면, 최근 중국에 갔을 때도 게이츠 재단이 공동 투자해서 만든 백신 연구소에다 5천만 달러, 우리 돈 650억여 원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또 중국의 농작물유전자은행이라는 곳에도 가서 식량 안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함께 노력하겠다고도 했죠. 
 
그렇다면 빌 게이츠의 중국 친구는 시진핑이 유일할까요? 그렇진 않습니다. 게이츠에게 '친구'라며 반겨주는 중국의 지도자 중에는 후진타오 전 주석도 있습니다. 두 사람의 인연은 1990년대 마이크로소프트의 중국 시장 개척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는데요.

90년대 초 중국 시장에 과감하게 진출한 후 영향력을 차차 넓혀가던 빌 게이츠는 10여 년이 지난 시점인 2006년도에 후진타오를 자신의 시애틀 자택에 초대합니다. 그리고는 후진타오와 이렇게 훈훈한 건배사도 주고받았습니다. 
 
후진타오 당시 중국 국가주석 
"당신이 중국의 친구이기 때문에 나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친구입니다. 하하."
 
빌 게이츠 
"윈도우를 어떻게 쓰는지 조언이 필요하시면 제가 기꺼이 알려드리겠습니다. 하하하..." 

이렇게 게이츠는 중국의 '오랜 친구'였습니다. 오랜 기간 차근차근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미국의 다른 경제인들보다도 좀 더 특별한 대접을 중국 지도자들에게 받을 수 있었겠죠. 

하지만 최근 빌 게이츠가 시진핑 주석과 면담할 수 있었던 건, 둘의 오랜 관계를 넘어 중국 나름의 전략적 계산이 깔린 결과이기도 합니다. 현재 중국 정부는 미 행정부의 견제 속에 인공지능, AI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데요. (이런 상황의 한 단면을 보여주기라도 하는 듯, 마이크로소프트가 AI 관련 인력 수십 명을 중국에서 캐나다로 옮기려 한다는 파이낸셜타임스 보도가 최근 나오기도 했죠.)

시진핑의 입장에선 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미국 편으로 돌아서는 걸 막고, 종국엔 자국으로 끌어들이려는 큰 그림을 그리는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볼 때, 게이츠는 챗GPT 개발사인 오픈AI를 후원하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고문이자 중국에 통 큰 기부를 아끼지 않는 '친구'인 만큼, 가장 먼저 독대를 안 할 이유가 없는 인물이죠. 시진핑이 빌 게이츠를 AI 기술의 대표 투자자로 보는 듯한 상황 인식은, 본인이 게이츠에게 건넨 이 한 마디에도 잘 압축돼 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마이크로소프트를 포함한 미국 기업의 AI 기술을 중국에 들여오는 걸 환영합니다."  

그런데 빌 게이츠는 '중국의 친구'이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빌 게이츠가 이번에 중국에 가기 전에도 가장 먼저 인도에 들렀고요. 그다음 중국, 그리고 서아프리카순으로 출장을 떠났습니다.

앞서 이번 중국 방문에서 밝힌 기부금, 5천만 달러라고 말씀드렸는데, 지금까지 게이츠가 기후 변화, 건강 불평등, 식량 안보 같은 글로벌 문제 해결을 위해 기부한 금액만 무려 384억 달러, 우리 돈으로 약 50조 원이나 됩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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