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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환경영향평가 완료…식상한 '전 정부 탓' [취재파일]

환경부-국방부 (사진=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

환경부와 국방부가 경북 성주군 소성리 주한미군 사드(THAAD) 기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를 완료했다고 어제(21일) 공식 발표했습니다. 사드 레이더에서 발산되는 전자파의 영향이 미미한 것으로 판명됨에 따라 앞으로 기지 정상화를 위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기지는 가동되고 있었지만 환경영향평가 미필이라는 이유로 중단됐던 제반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입니다.

주민과 여러 단체들 반대 속에 임무 완수했으니 국방부와 환경부는 담담하게 손 털면 될 일입니다. 그런데 두 기관은 보기 불편한 뒤끝을 남겼습니다. 환경부·국방부의 공동 보도자료 제목이 <전 정부서 미룬 사드 환경영향평가 완료>입니다. 보도자료 본문 어디에도 전 정부가 어떻게 환경영향평가를 미뤘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습니다. 아무 근거 없이 전 정부 탓이라는 이미지를 조장한 것입니다.

전 정부도 성주 기지 환경영향평가하려고 애썼습니다. 전 정부 탓이라는 보도자료 작성에 관여한 국방부의 공무원들이 바로 전 정부에서 환경영향평가하려고 뛰어다녔던 당사자들입니다. 바뀐 정권 심기 맞춰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자기 부정하는 공문서가 웬 말입니까.

"전 정부에서 기울인 노력 알고 있다"

환경부와 국방부의 사드 환경영향평가 공동 보도자료

전 정부 타령하는 보도자료를 작성한 공무원들의 심정, 모를 바 아닙니다. 그럼에도 자초지종을 알고 싶어서 보도자료에 전화번호 적힌 환경부와 국방부의 책임자들에게 전화를 돌려 봤습니다.

"전 정부가 왜, 어떻게 환경영향평가를 미뤘나"라는 기자 질문에, 환경부 실무 책임자는 "국방부에서 설명할 것"이라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이번 보도자료의 책임 순서를 따지자면 환경부가 앞서는데도 국방부로 공을 넘긴 것입니다. "지난 정부에서 국방부가 주민 달래겠다고 종교 단체까지 접촉했던 사실 모르는가"라고 물었더니, 그제서야 환경부 책임자는 "지난 정부에서도 많이 노력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들어서 알고 있다"고 고백했습니다.

지난 정부의 국방부는 소성리 주민들 뿐 아니라 주민들과 가까운 종교 단체의 본산에도 직원들을 보내 설득을 시도했습니다. 국방부의 실무 책임자는 "전 정부의 국방부도 노력 많이 했다"고 인정했습니다. 전 정부의 국방부가 주민들 협조 얻기 위해 나름 힘썼고, 그 덕에 이번 정부의 국방부는 주민들을 환경영향평가위원회에 참여시킬 수 있었던 것입니다.

"보도자료는 가짜뉴스"

경북 성주군 소성리 주한미군 사드 기지

<전 정부서 미룬 사드 환경영향평가 완료>라는 제목의 환경부·국방부 공동 보도자료는 정부 공식 가짜뉴스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호기로운 제목이 무색하게 본문에는 전 정부가 미뤘다는 증거를 한 톨도 제시하지 못했으니 수준 미달의 작문입니다. 환경부와 국방부 스스로 권위를 버린 행위입니다.

전 정부 탓 보도자료에 호응하듯 보수 매체들은 사람들 기억에서 사라진 지 오랜 '성주 전자파 참외' 괴담을 꺼냈습니다. 어떤 매체는 관련 기사에 성주 참외 사진을 올려 비아냥댔습니다. 환경부·국방부 공동 보도자료와 보수 매체 보도가 어우러져 마치 전 정부가 사드 전자파 참외 괴담 퍼뜨리며 환경영향평가 회피한 것 같은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물론이고, 문재인 정부도 적폐 청산한다며 전 정부 탓 참 많이 했습니다. 현 정부의 성취를 부각하기 위해 벌이는 전 정부 깎아내리기는 정치인들이 즐기는 정치 놀음입니다. '늘공' 공무원들은 정치인이 아닙니다. 정권 바뀌어도 우직하게 일해야 합니다. 다소 무섭겠지만 공무원들은 정치 중립과 국민 우선의 준칙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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