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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쥐를 잡자' 아니라 인간과 함께 살기? 이게 가능할까

데이터로 보는 야생동물과의 공존

스프 마부뉴스 야생동물
당신이 도시를 집어 들고서 거꾸로 뒤집은 다음 흔들면, 거기서 떨어지는 동물들에 경탄할 것이다. 고양이와 개만 떨어지지는 않을 거라고 장담한다.

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마부뉴스의 문을 연 글은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바쁜 일상 속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있지만, 우리는 수많은 동물들과 도심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파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보아뱀, 도마뱀, 오랑우탄, 악어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의 도시를 뒤집어 흔들면 토끼, 쥐, 비둘기, 너구리를 포함해 수많은 동물들이 빗방울처럼 떨어질 겁니다.

오늘 마부뉴스에선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도시의 모습을 들여다보려고 합니다. 우리 인간들이 야생동물과 도시 속에서 동거를 잘 해내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여러 사례와 데이터를 정리해 봤어요. 그래서 오늘 마부뉴스가 독자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야생동물과 인간, 공존은 가능할까?

도시화로 자연은 파괴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인구가 감소하고 있지만 지구 전체로 봤을 때 우리 인간의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UN이 추정한 세계 인구 자료를 살펴보면 전 세계 인구가 10억 명을 돌파한 건 1804년 정도죠. 20억 명을 돌파한 건 1927년이고요. 10억 명에서 20억 명으로 늘어나는 데에만 123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최근엔 불과 12년 만에 10억 명을 돌파하고 있어요. 2022년 세계 인구는 어느새 80억 명을 돌파해 나가고 있습니다.

늘어난 인구를 수용하려면 더 넓은 장소가 필요할 거고, 그들이 먹을 음식도 더 많이 필요하겠죠. 그러기 위해선 도시는 커져야 하고, 더 많은 농작물을 생산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은 파괴되고 있죠. 농업을 위해 숲은 개간되었고, 도시의 확장을 위해 습지는 땅으로 메워졌어요. 도시와 도시를 잇는 도로 인프라 개발은 숲과 숲을 끊어 놓았습니다. 인간의 손이 자연에 닿자, 수많은 생물종들이 살고 있던 서식지는 먼지가 되어 사라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줄어든 서식지의 영향으로 생태계엔 교란이 발생하고, 생물다양성은 위협받고 있습니다. 생물다양성은 지구상의 생물이 얼마나 다양하게 있는지를 지칭하는 말입니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동물과 식물뿐 아니라 생태계, 그리고 유전자까지 포함한 개념이죠. 도시화가 계속 진행되면서 생물종, 생태계, 유전자의 다양성이 점점 훼손되고 있습니다. 아래 그래프를 한 번 봐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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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래프는 최근 10년간 자연 생태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들을 모아 놓은 자료입니다. IPBES가 발간한 보고서에 있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마부뉴스가 정리해 봤어요. IPBES는 전 세계 132개국이 참여하는 생물다양성과학기구를 말하는데, 2019년에 7차 총회가 열렸고 여기서 14년 만에 생물다양성에 관련된 정부 간 보고서가 채택됐습니다.

그래프를 보면 알겠지만 자연 서식지, 숲, 해안의 보호 서식지, 산림, 해초목초지 등 대부분의 자연 생태계 면적이 최근 10년 사이 줄어들었습니다. 물론 늘어난 지표도 있긴 합니다. 단위 면적당 나뭇잎의 면적을 보면 최근 10년 사이에 4.9% 늘었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실상을 보면 긍정적이라고 볼 순 없어요. 왜냐하면 기후변화로 인해 북반구의 온대기후 지방이 따뜻해져서 식물이 더 잘 자라난 영향으로 나타난 현상이거든요.

유엔식량농업기구에서는 정기적으로 전 세계 산림 면적을 발표합니다. 이 데이터에서도 산림 파괴가 얼마나 심각한지 확인할 수 있죠. 1990년부터 2020년까지 농업을 위해, 도시화를 위해, 인프라 개발을 위해 파괴된 산림이 1억 7,800만㏊나 되거든요. 그래도 다행인 건 여러 나라들의 노력으로 산림 손실 속도가 점차 느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1990년부터 2000년까지 연간 780만㏊가 파괴되었지만, 최근 2010년부터 2020년에는 연간 470만㏊로 줄어들었어요.

우리나라 산림도 비슷해요. 1972년 우리나라 산림은 모두 659만 6,728㏊였는데, 지금은 629만 8,134㏊로 약 30만 ha가 줄어들었죠. 1977년부터 한 해도 빠짐없이 산림 면적은 줄어들고 있습니다. 생물다양성의 보고로 꼽히는 갯벌의 면적도 마찬가지입니다. 2018년에 조사된 우리나라의 갯벌 면적은 지난 2013년보다 5.2㎢ 줄어들었습니다.

갈 곳을 잃은 동물들의 선택지는?

인간의 개발로 서식지가 줄어든 동물들에게 남은 선택지는 사실 별로 없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멸종하거나, 혹은 인간의 도시에서 함께 살도록 적응하거나 둘 중 하나겠죠. WWF의 지구생명보고서를 보면 1970년부터 2018년까지 관찰된 야생동물 개체군들은 평균적으로 69%나 줄어들었어요. 특히 담수 생물종 개체군은 평균 83% 줄어들어 전체 생물 집단 중 가장 큰 감소세를 보였고요.

하지만 우리와 도시 속에서 공존하고 있는 야생동물들도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도시화가 많이 진행된 수도 서울만 보더라도 멸종위기종 48종의 동식물과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 멸종위기종 1급으로 분류되는 수달, 저어새, 참수리뿐 아니라 2급의 삵, 고니, 올빼미, 맹꽁이 등… 도시화로 인해 야생동물의 서식지를 우리 인간들이 더 많이 침범하면서 인간과 동물이 더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원래 동물들은 서식지를 이리저리 옮기면서 활동을 하지만, 생활공간이 인간과 겹치자 큰 제약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한 <인류세의 이동: 지구상의 표유류 이동의 전지구적 감소> 논문 데이터를 가져와봤어요. 5대양 6대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포유류의 움직임을 분석한 건데 인간의 손이 닿은 서식지에 사는 포유류는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은 지역에 사는 포유류 대비 2~3배 덜 이동한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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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래프에는 사바나얼룩말, 노랑개코원숭이를 포함해 48종, 624마리의 포유류 데이터가 흩뿌려져 있습니다. X축의 HFI(Human Footprint Index)가 커지면 커질수록 인간의 손길이 많이 닿은 지역이라는 의미인데 그런 지역에 사는 동물들일수록 이동거리가 줄어드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요.

사람이 없었다면 다시 야생동물들의 이동거리는 회복되겠죠? 이미 우리는 최근에 비슷한 경험을 했습니다. 아마 독자 여러분 중에도 코로나19 초기에 칠레에서 퓨마가 도심을 활보하고, 일본에선 사슴이 지하철역을 배회하는 사진을 본 기억이 날 겁니다. 실제로 코로나19로 봉쇄 조치가 심한 지역의 동물들의 이동거리를 분석해 보니 이전 대비 73%나 늘어났다고 하죠.

인간과 동물의 갈등은 현재 진행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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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마다 서식지를 옮기는 대표적인 동물 새. 원래 살던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서식지를 잃은 새들이 도심을 찾고 있습니다. 때마다 들려오는 도심 하늘을 뒤덮은 까마귀 떼 이야기, 낯설지 않을 겁니다. 새 때의 배설물이 만들어내는 악취와 부식 문제를 처리하기 위해 시에서 따로 예산을 투입해야 할 정도니까요.

우리나라에서 새와 인간이 가장 많이 부딪히는 곳 중 하나인 대전 이야기를 해볼게요. 카이스트에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백로들이 살고 있습니다. 2020년에 국립생물자원관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에 백로들의 번식지가 총 176개 있는데 그중 카이스트 내의 집단번식지가 가장 둥지수가 많죠. 무려 1,092개! 번식둥지가 500개 이상인 대규모 번식지는 15곳 밖에 되질 않는데, 그중에서도 최대 규모를 자랑합니다.

처음 백로가 카이스트에 등장했을 때만 해도 사람들은 반겼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수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는 거였죠. 백로 떼가 만들어내는 소음, 그리고 백로의 배설물로 인한 오염과 악취 문제 등… 계속해서 갈등이 생기자 사람들은 더 이상 백로를 반기지 않았고 이제는 유해한 새라는 인식이 강해졌어요. 서식지 주변의 교직원들과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쳤고 결국 시에선 백로의 서식지를 없애는 방향으로 사건을 처리하려고 했습니다. 결국 백로의 보금자리였던 나무는 잘리고 말았어요.

하지만 백로들이 사라지진 않았습니다. 백로들은 근처의 다른 야산으로 거처를 옮겼고, 심한 경우엔 아파트 단지 내 나무에 둥지를 틀기도 했죠. 그럴 때마다 민원이 나오고, 민원에 따라 나무들은 잘리고, 또 그러면 백로는 또 다른 숲으로 서식지를 옮기고… 문제 해결은 되지 않고 계속 악순환이 반복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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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시선을 해외로 옮겨볼까요? 독자 여러분, 호주가 앵무새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이야기 혹시 들어본 적 있나요? 호주 시드니에서는 주민들이 앵무새와 전쟁 중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갈등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거리의 앵무새들이 시드니의 쓰레기통을 다 헤집어 놓고 있거든요. 영리한 앵무새가 쓰레기통 뚜껑을 여는 법을 학습했고, 학습한 앵무새가 미처 학습하지 못한 앵무새에게 교육을 시키면서 점차 문제가 되는 앵무새가 늘어나고 있어요.

호주의 앵무새는 20세기에 인간이 그들의 서식지를 파괴하자 본격적으로 도심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앵무새의 먹이 경쟁 상대였던 토끼가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개체수가 줄어들자 앵무새의 수도 확 늘었죠. 개체수도 늘어나고, 서식지가 겹치면서 사회 문제가 발생했는데, 거기에 앵무새가 똑똑하기까지 아니 골머리를 썩는 거죠. 기관에서는 앵무새로부터 쓰레기통을 보호하는 연구가 진행될 정도로 꽤나 심각한 상황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미국에선 코요테가 도심에 출몰하면서 안전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고, 멧돼지와 쥐가 쓰레기를 뒤지면서 발생하는 악취 문제도 있습니다. 이런 갈등을 우리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인간의 영역과 자연의 영역을 구분 짓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하는 걸까요? 아니면 힘들더라도 공존을 모색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걸까요?

야생동물과의 공존을 위하여

도시가 계속 확장되고 생태계의 변화가 이어지는 현실에 야생동물을 어떻게 수용해야 하는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늘어나는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선 개발이 필수적일 테고, 생물 다양성 보호를 위해서 야생동물들의 서식지 보존도 중요한 만큼 그 사이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겠죠. 그러기 위해선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해 보여요.

백로 문제가 심각한 대전은 대체 서식지를 마련해 주는 식으로 타협하려 했지만 뜻대로 흘러가진 않았습니다. 백로가 사람들의 의도를 잘 알아듣고 알아서 이사를 해 주는 게 아닌 만큼 효과가 크지 않았죠. 그래서 지금은 공존을 위한 제도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작년엔 처음으로 환경단체-학생-학교 간 백로 간담회가 열렸어요. 백로의 배설물로 인한 악취 문제와 소음 문제도 현실이고, 백로의 번식 역시 중요한 상황이니만큼 모두를 위한 제도를 만들기 위해 머리를 모으고 있는 거죠. 백로만을 위한 제도가 아닌, 또 사람만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백로와 사람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제도를 위해서 말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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