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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悲運의 반달곰 '오삼이'…자연에 잘 적응한 게 잘못?

[취재파일] 悲運의 반달곰 '오삼이'…자연에 잘 적응한 게 잘못?
지리산을 떠나 백두대간을 따라 북상하던 반달곰 오삼이의 도전이 6년 만에 끝났다. 비운의 종말이어서 더 안타깝다. 오삼이는 지난 13일 밤 8시 10분쯤 경북 상주시 화남면 한 야산에서 생을 마감했다. 마취총을 맞고 이동하던 중 얕은 물웅덩이에 빠져 죽었다. 부검결과 직접 사인은 익사였다. 국립공원공단은 오삼이를 포획해 남쪽으로 70km가량 떨어진 경남 합천 가야산으로 옮겨 주려했다. 오삼이가 벌통을 건드려 양봉농가에 피해를 줬고, 민가 쪽으로 다가와 주민들의 안전이 걱정됐다는 게 이유다. 또 귀에 부착한 위치추적용 발신기 수명이 다 돼 새것으로 교체해 줄 필요도 있었다.

반달곰 오삼이

달곰 오삼이 마취총 맞고 폐사

반달곰 추적관리팀은 13일 밤 7시 50분쯤 오삼이를 발견하고 마취총을 쐈다. 오삼이와의 거리는 20여 미터에 불과했고, 단 한 번에 마취제를 명중시켰다. 마취가 되려면 최소 5분가량 시간이 필요했다. 오삼이는 마취가 덜된 상태에서 작은 계곡 쪽으로 내달렸고, 다리와 몸에 힘이 풀려 쓰러진 게 하필 물웅덩이였다. 뒤를 쫓던 추적팀은 물웅덩이에 엎어져 있는 오삼이를 즉시 꺼내 심폐소생술을 했지만 끝내 숨이 돌아오지 않았다. 태어난 지 8년 된 반달곰 오삼이는 이렇게 죽었다.

반달곰 오삼이

오삼이는 지난 2015년 1월 지리산 인공번식장에서 태어났고, 그해 10월 27일 지리산에 방사됐다. 귀에 부착한 인식표는 KM53이다. 한국에서 태어난 수컷 곰이고, 53번째 자연으로 돌아갔다는 표시다. 지리산에서 오삼이의 소식이 끊긴 건 방사한 지 1년가량 지난 2016년 9월이다. 귀에 부착한 발신기가 고장 나 위치추적 신호를 받을 수 없었다. 생사가 불분명했던 오삼이는 9개월 뒤 2017년 6월 14일 경북 김천 수도산에서 발견됐다. 지리산에서 90km가량 떨어진 지역이다. 산에 길을 내는 작업을 하던 근로자들이 오삼이를 목격하고 국립공원공단에 신고한 거다. 빈 드럼통으로 만든 생포트랩을 이용해 붙잡고 보니 귀에 KM53이라고 써진 인식표가 달려있었다.

반달곰 오삼이

세 차례 도전 끝에 수도산 정착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오삼이를 지리산으로 데려와 7월 6일 풀어놓았다. 하지만 3주 만에 오삼이는 다시 수도산까지 올라갔고, 7월 25일 다시 붙잡혀 지리산으로 왔다. 오삼이는 포획된 지 40여 일 지난 9월 5일 또 지리산에 방사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일이 터졌다. 지리산에 방사한 지 8개월 뒤인 2018년 5월 5일 새벽 경남 산청에서 관광버스에 부딪쳤다. 오삼이는 지리산을 벗어나 다시 김천 수도산 쪽으로 올라가던 중 대전 통영간고속도로를 건너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거다. 고속도로 근처 숲 속에서 세 번째 포획된 오삼이는 크게 다쳐 수술까지 받았다.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도전을 하는 오삼이의 앞길을 더 이상 막을 수 없다는 판단에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지리산 대신 2018년 8월 27일 김천 수도산으로 돌려보냈다. 교통사고까지 당하며 세 번의 도전 끝에 오삼이는 새로운 서식지에 정착했다.

오삼이는 2021년 말까지 4년간 수도산과 가야산을 거점으로 덕유산 일대를 서식지로 삼았다. 그러던 중 21년 6월부터 7월까지 한 달간 전북 남원 지리산으로 돌아와 구례지역을 오가며 머물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반달곰의 교미시기가 6월에서 8월인 점을 들어 번식을 위해 암컷을 찾아 지리산에 들어온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오삼이의 2세 곰은 확인되지 않았다. 번식에 성공했는데 새끼 곰을 찾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삼이는 지난해 봄에는 가야산에서 겨울잠을 잔 뒤 충북 영동 민주지산을 거쳐 경북 상주와 충북 보은까지 북쪽으로 70km가량 더 올라가 서식지를 탐색한 뒤 다시 가야산으로 돌아왔다. 지난 3월 29일 겨울잠에서 깬 오삼이는 다시 가야산을 벗어나 수도산과 민주지산을 거쳐 북쪽으로 거침없이 올라갔다. 마침내 5월 11일 충북 보은과 경북 상주 지역에 도착해 비극적 사고를 당한 6월 13일까지 머물렀다. 오삼이가 살던 곳은 당진에서 영덕간고속도로 근처로 도로를 넘어가면 구병산과 속리산으로 들어갈 수 있는 지역이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오삼이가 반달곰의 서식영역을 지리산에서 덕유산, 민주지산까지 넓혔다고 평가했다. 지리산에 한정됐던 서식지가 백두대간을 따라 중부지역으로 확대됐다는 뜻이다. 또 오삼이 외에 무주 덕유산과 장수를 거점으로 사는 KM86의 존재도 확인됐다. 아직 포획을 못했지만 무인 카메라 등을 통해 포착된 미 확인곰 두 마리를 포함하면 덕유산 일대 중부지역에 반달곰이 4마리가량 있을 걸로 환경부는 보고 있다.
 

환경부 제2차 반달곰 복원 로드맵 실행 안 해

환경부는 지난 2021년 4월 제2차 반달곰복원로드맵을 만들었다. 오삼이와 KM86이가 살고 있는 가야산, 덕유산, 민주지산 일대에 신규개체군 조성이 핵심이다. 오삼이 등 이미 정착한 반달곰 4마리가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반달곰을 새로 풀어놓겠다는 것이다. 22년부터 28년까지 2년에 1회씩 3년생 암수 한 쌍씩 방사한다는 계획이다. 총 4회에 걸쳐 8마리를 방사해 최소 16마리의 개체군을 조성하기로 했다. 그런데 한 마리도 방사하지 않았고, 앞으로 언제 한다는 계획도 밝히지 못하고 있다.

반달곰 복원 로드맵

로드맵을 방치해 둔 사이 오삼이는 북쪽으로 서식지 이동을 했고, 덕유산에 있던 KM86이는 21년에 이어 올해도 짝을 찾으러 다시 지리산에 들어갔다 돌아왔다. 전문가들은 수컷 반달곰의 이동을 서식지 경쟁에서 밀려났거나 짝짓기, 먹이활동을 위한 행동으로 보고 있다.

반달곰 복원사업을 하고 있는 국립공원공단도 환경부 눈치만 살핀다. 반달곰 서식지 확장에 미온적이다. 오삼이가 가야산을 떠나 충북 보은과 상주까지 올라가자 2인 1조로 3개 팀을 꾸려 24시간 추적 관찰했다. 하지만 양봉피해와 주민안전사고가 우려된다며 포획을 결정했고, 가야산으로 돌려보내려 했다. 힘들지만 주민도 오삼이도 사고 나지 않게 잘 관리하면서 서식지 확장을 도와주는 게 우선이다. 포획과정도 아쉽다. 국립공원공단은 보은 쪽에 생포트랩 8개를 놓았는데 오삼이가 잡히지 않아 마취총을 쓰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더 인내심을 갖고 포획트랩을 운영할 수는 없었는지? 포획대신 민가 퇴치작업을 선택할 수 없었는지? 오삼이가 마취총을 맞고 이동하다 마취가 되면서 물에 쓰러져 익사한 사고가 나니 드는 뒤늦은 생각이다. 미처 예상을 못했겠지만 그만큼 좀 더 세밀하게 살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오삼이는 지난 6월 13일 죽었는데 6년 전 수도산서 발견돼 생포트랩으로 포획된 날도 6월 14일이다.

반달곰 오삼이

지난 2004년 본격 시작된 반달곰 복원사업의 목표는 지리산에서 설악산까지 백두대간을 따라 반달곰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반달곰이 평화롭게 살아가도록 하는 거다. 그 맨 앞에 오삼이가 있었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이 머뭇거리는 사이 오삼이는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며 서식지를 확대해 나갔다. 오삼이가 마지막까지 올라가 살다 간 곳은 지리산으로부터 160여 km나 된다. 설악산까지는 190km가량 남은 곳이다. 백두대간을 따라 최종 목적지까지 절반가량 이동하다 꿈이 꺾인 거다. 오삼이는 비운에 갔지만 덕유산 일대에는 최소 반달곰 3마리가 살고 있다. 제2의 오삼이가 나와선 안 된다. 환경부와 국립공원공단은 반달가슴곰복원 로드맵을 책상서랍에서 서둘러 꺼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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