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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미묘하게 어긋난 시간들…당신이 생각한 만큼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뉴욕타임스 칼럼] By 파멜라 폴

스프 NYT 뉴욕타임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파멜라 폴은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다.
 

기사 하나를 읽는 데 드는 시간을 대략 계산해서 보여주는 뉴욕타임스 웹사이트에 따르면 당신이 이 칼럼을 읽는 데는 약 5분이 걸릴 것입니다. 7분 후에 끝날 세탁과 (세탁기 앱으로 확인 가능) 약 12분 후 도착할 배달 음식을 기다리면서 가볍게 읽어볼 수 있는 글입니다.

하지만 도중에 아이가 문자를 보내오거나, 브라우저의 다른 탭을 별 생각 없이 열어보거나, 오늘 아침 일어나자마자 답장해야 했을 이메일이 갑자기 떠오른다면 칼럼을 다 읽는 데 5분이 아니라 50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배달앱은 12분이 걸린다고 알려줬지만, 실제로는 22분 후에야 주문한 음식이 도착하고, 그때쯤에는 당신이 줌 회의에 들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세탁기는 7분이 아니라 12분 후에야 세탁을 완료합니다.

모든 일에 시간표를 붙일 수 있는 세상이지만, 여전히 모든 것이 미묘하게 시간표에서 어긋나 있습니다.

팬데믹으로 우리 모두의 시간 감각이 완전히 뒤틀려서 사회 전체가 집단적 시차증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은 기록으로도 잘 남아있습니다. 어떤 일이 언제 일어났었는지 기억해내기는 놀이공원 유령의 집에서 왜곡된 거울에 비친 사물을 알아맞히는 게임이 되어버렸습니다. 우리가 플로리다에 갔던 게 1년 전이었나, 아니면 3년 전? 저 파란색 소파가 언제부터 저 자리에 있었지? 8학년이 통째로 사라진 것 같아!
 
팬데믹이 가져온 시간 왜곡의 시기는 (적어도 지금으로서는) 지나갔지만, 시간은 여전히 예측할 수 없는 속도로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계절의 흐름에 맞지 않는 괴상한 날씨가 이어지고, 일터에서는 근무 시간과 여가 시간이 여전히 뒤섞인 채로 흘러갔습니다. 우리가 어떤 일을 겪는 중인지, 다 끝났는지 구분하기도 점점 어려워집니다. 작가 제니 오델이 최근작 “시간 아끼기(Saving Time)”에서 쓴 것처럼, 우리는 점점 “고장 난 시계에 맞춰 살아가고 있다는 깊은 의심”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싶어 하는 것들은 오로지 이런 것들입니다. 이거 다 하려면 얼마나 걸리지? 이거 언제 끝나? 내 우버 차량은 그래서 도대체 언제 도착하는 거야?

우리가 사용하는 디지털 기기들은 우리 생활을 도와주기 위한 것입니다. 숫자와 관련된 능력이 인간보다 훨씬 뛰어나기 때문에 우리는 거기에 의존합니다. 그러나 오븐 예열 온도의 변화에서부터 실내에 놓인 휴대폰이 측정해 주는 바깥 기온까지 모든 측정의 단위가 우리 눈에 들어오게 되니, 사소한 수학적 오류마저 성질을 돋운다.

기기가 거짓말을 하지 않으리란 법은 없습니다. 우리가 거짓말을 눈치채지 못한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우리가 정말로 눈치채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는 참을성이 없는 동시에 산만하니까. 기기가 100분의 1초까지 시간을 계산해 주니, 우리는 직접 시간을 재지 않은 지 오래됐습니다. 새로운 운영 체제 다운로드 예상 시간이 아무런 설명 없이 갑자기 43분에서 54분으로 늘어나 버려도 이미 시작한 작업을 중단하기엔 너무 늦었습니다. 알고리듬은 너무나 강력합니다.

음식 배달 앱과 차량 공유 앱은 늘 우리를 곤란하게 합니다. 우버를 예로 들어보자.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우리도 알고 있습니다. 차가 2분 안에 도착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운이 좋다면 5분 안에는 오겠지. 하지만 그 ‘예상 시간’ 기능 때문에 우리는 경쟁 업체의 앱을 켜거나 길에 지나가는 택시를 잡지 못하고, 인질처럼 우버를 기다리게 됩니다. 우버는 이조차 “마법 같은 고객 경험”이라고 자부하는지 모르겠지만, 평범한 인간의 지능을 가진 우리에게는 덫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숫자의 벽 뒤에 앉아있는 누군가는 아마도 당신이 불러 놓은 우버를 포기하고 경쟁 업체의 “2분”으로 갈아타지 않는다는 데 내기를 걸고 있을 것입니다.

전자책 앱 킨들도 숫자 게임을 합니다. 어떤 책을 읽는 데 걸리는 평균 시간을 대략 계산해 줍니다. 하지만 말 그대로 “평균 독자”들이 책 읽는 속도지, 반드시 나에게 해당하는 숫자는 아닐 수 있습니다. 킨들이 나의 산만함 패턴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나면 알고리듬은 그에 맞춰 새로 시간을 계산해 줍니다. 어떤 이는 영국의 테크 웹사이트 알파(Alphr)에 이런 후기를 남겼습니다. “킨들이 두 페이지 만에 나에게 실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나만의 특별한 경로를 시도하는 운전자에게 짜증을 내는 내비처럼, 곧장 예상 소요 시간에 24분을 더하더라.” 각주를 확인하거나 앞뒤로 책을 넘겨보는 행위만으로 예상 소요 시간이 확확 바뀌기도 해서, 갑자기 느림보나 ‘초인적 사서’가 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1분(아니, 어쩌면 2분?)만 멈춰 서서 생각해 보자.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 낸 기술에 가스라이팅 당하고 있는 건 아닌가? 도착 예상 시간과 소요 예상 시간을 알려줌으로써 우리를 도와줘야 할 기계와 기기들이 우리에게 일부러 틀린 숫자를 알려주고 있는 건 아닌가?

그것이 사실이라면, 기계들도 그저 인간의 명령을 따르고 있는 것뿐일지 모릅니다. 인간이 예상 시간으로 장난을 쳐온 역사는 몹시 깁니다. 비행기를 탈 때면 늘 비행시간이 예상보다 더 걸릴 거라는 안내를 듣지만, 출발이 늦어졌는데도 결국은 그 예상보다 일찍 도착하는 일이 꽤 잦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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