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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육아휴직에도 동료들 허락이 필요한가요?

[갑갑한 오피스] 육아휴직 사용 방해는 명백한 직장 내 괴롭힘 (글 : 이진아)

스프 대나무슾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오늘 소개할 피해 사례는 육아휴직을 신청하였다는 이유로 팀원들 앞에서 민폐 사원이라고 비난받은 한 워킹맘의 이야기다. 아기를 낳기 전, 늘 성과평가 S등급을 받아왔던 A 씨. 그녀는 일에서 인정받고 싶은 욕심도 많았고, 실제로 회사에서 인정받고 있다는 자긍심도 많았다. 그래서 임신을 할지 말지 고민이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 삶을 살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막상 아이를 가지려고 하니 쌓아왔던 커리어가 무너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결국 결혼을 한지 거의 10년을 채워갈 때쯤에서야 더 늦으면 안 되겠다는 조급함이 들어 임신을 했다. 임신 기간에도 입덧에 힘든 날들이 여러 날이었지만 왠지 이해해 달라, 배려해 달라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출산휴가만을 기다리며 버텼다, 미련해 보일 정도로. 그렇게 출산휴가 90일을 마치고, 젖먹이 아기를 친정엄마에게 맡기고 출근을 시작했다.

그러나 젊은 사람들에게도 힘든 게 육아였다. 엄마의 몸이 여기저기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아기가 돌을 지나자마자 A 씨는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아기가 시도 때도 없이 아프기 시작했다. 갑작스레 열이 팔팔 끓는다는 연락에 출근하자마자 연차를 쓰고 집으로 돌아와 아기를 돌봐야 했다. 39도, 40도를 왔다 갔다 하는 날들이 쌓이면서 A 씨와 A 씨 남편의 연차일 수도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연차를 쓰겠다고 할 때마다 팀장은 툴툴 대면서 "요즘은 직원들이 갑이니까, 연차 못 쓰게 하면 또 못 쓰게 한다고 노동청에 신고하고 막 그런다더라고요? 가요, 가" 식으로 막말을 하기도 했다. 가슴이 쓰렸지만 맞는 말 같기도 했다.

직원으로서도, 엄마로서도 제대로 하는 게 없다는 자괴감이 쌓여갔다. 육아휴직 카드를 만지작대다가 결국 팀장 면담을 요청했다. 6개월이면 아기 면역력도 좀 생긴다는 얘기를 믿고, 6개월 육아휴직을 신청하기 위해서였다. 얘기를 듣자마자 팀장의 얼굴이 굳었다.

스프 대나무슾
간신히 눈물을 삼키며 죄송하다고 했다. 팀장의 막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팀원들을 회의실로 불렀다. 팀장은 요즘 바쁜데 고생들이 많다는 말을 굳이 언급했다. 이어 말하길 팀장은 A 씨가 개인적으론 유감이지만 육아휴직을 쓰겠다고 한다며 도의적으로 팀원들 동의가 필요한 부분인 거 같다고 동의 여부를 물어보았다.

A 씨는 한순간에 이기적인 결정으로 팀원들에게 업무 부담을 가중하는 민폐 직원으로 취급받고 있었다. A 씨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팀장을 사내에 신고했고, 팀장은 이후로도 본인이 육아휴직을 못 쓰게 한 것도 아니고 동료로서 자기 생각을 밝히는 것조차 안 되냐며 행위자로 지목된 것에 대하여 불쾌해했다.

스프 대나무슾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육아휴직 사용 방해는 명백한 괴롭힘

결국 해당 발언은 팀원들의 적극적인 증언 등으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되었다. 실제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판단 및 예방, 대응 매뉴얼(2020년 12월)에서도 '정당한 이유 없이 휴가나 병가, 각종 복지혜택 등을 쓰지 못하도록 압력 행사'를 하거나, '다른 사람들 앞이나 온라인상에서 나에게 모욕감을 주는 언행'을 하는 경우를 직장 내 괴롭힘의 예시로 들고 있다.

육아휴직을 못 쓰게 한 적 없다는 것이 팀장의 주장이기는 했으나, 육아휴직을 쓰는 것이 이기적인 행위이고, 팀원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행위라고 발언한 점, 팀원들에게 A 씨의 육아휴직 사용 동의 여부를 확인하려 한 점은 A 씨로 하여금 정신적 고통을 주고,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인정되기 충분했다. 육아휴직은 법령상 보장되어 있는 노동자들의 당연한 권리이고, 육아휴직을 이유로 사업주가 불이익한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금지시켜 놓는 취지 역시 당연한 권리의 행사에 어려움이 없게끔 하기 위한 것이다.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당연한 A 씨의 요청에 팀장의 응답과 반응은 A 씨가 지금까지 팀원들에게 폐가 되지 않으려고 아등바등 지내왔던 시간과 노력을 한순간에 무시하는 것이기도 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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