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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연계 높이고 영어 절대평가했지만…사교육비 효과 '글쎄'

EBS 연계 높이고 영어 절대평가했지만…사교육비 효과 '글쎄'
사교육비 증가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를 언급한 윤석열 대통령 발언이 관심을 끄는 가운데 그동안 정부가 사교육 경감을 위해 추진했던 수능 정책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교육계에서는 대학 서열화 등이 공고한 상황에서 수능만 건드린다고 사교육비 팽창을 막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오늘(19일) 교육부와 통계청이 2007년부터 매년 발표하는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사교육비는 2007년 20조 400억 원에서 지난해 25조 9천538억 원으로 29.5% 증가했습니다.

학생 수 효과를 배제하면 사교육비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집니다.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07년 월 22만 2천 원에서 지난해 41만 원으로 거의 두 배 가까이 증가했습니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전체 사교육비는 물론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도 역대 최고를 기록하는 등 사교육비가 급격히 팽창했습니다.

사교육비가 증가한 원인은 여러 가지가 꼽히지만, 역대 최고를 기록한 작년을 비롯해 코로나19 기간의 경우 방역 여파로 학교 대면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원격 수업마저 부실하게 운영된 탓이 컸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정부 정책 실패도 그중 하나로 지목됩니다.

특히 교육계에서는 정부가 그간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몇 차례 수능에 변화를 줬으나 가시적인 효과를 내지 못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대표적인 예 중의 하나는 정부가 2011학년도 수능부터 EBS 수능 교재와의 직접 연계율을 70%로 대폭 인상한 조치입니다.

2011학년도 수능이 치러지는 해였던 2010년 초 교육당국은 EBS와의 수능 연계율을 70%로 높이겠다고 예고했고, 수능 당일이었던 11월 18일에도 당시 안태인 출제위원장은 "정부의 사교육 경감 시책에 적극 부응하고자 EBS 연계율을 70% 이상으로 강화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까지 EBS가 자체적으로 분석해 발표한 연계율은 과목별로 30∼50%대에 그쳤기에 연계율을 높일 경우 정책 효과에 기대가 쏠렸습니다.
수능 시험지

초창기에는 일부 효과가 있는 것처럼 비치기도 했습니다.

2010년 초·중·고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4만 원으로 전년 대비 0.8% 줄었고 이듬해에는 전년과 같은 24만 원에 그쳤습니다.

2012년(23만 6천 원)에는 1.7%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2013년(23만 9천 원)에는 전년 대비 1.3% 늘며 증가세로 돌아섰고 2014년(24만 2천 원)에도 1.3% 늘었습니다.

정책의 핵심 대상층인 고교생 월평균 사교육비에는 영향이 더욱 미미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2010년 고교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1만 8천 원으로 1년 전보다 0.5% 증가했습니다.

2011년에도 같은 수준인 21만 8천 원이었습니다.

그러나 2012년 22만 4천 원으로 2.8% 늘어나며 증가세로 돌아섰습니다.

2013년 서울시 교육연구정보원 주최로 열린 '서울교육종단연구 정책토론회'에서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2010∼2012년 초·중·고교생 약 1만3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10년에는 초·중·고생 모두 EBS를 시청하는 경우 사교육비 지출이 시청하지 않았을 때보다 감소했지만 2011년과 2012년에는 별다른 상관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분석이 나와 시선을 끌기도 했습니다.

2018학년도 수능부터 도입된 영어 영역 절대평가 역시 사교육비 감소 효과는 눈에 띄지 않은 것으로 교육계는 보고 있습니다.

2014년 말 정부는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상대평가였던 영어 영역을 2018학년도 수능부터 절대평가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발표 이듬해인 2015년 24만 4천 원으로 전년 대비 0.8% 증가했고 2016년(25만 6천 원)엔 4.9%, 2017년(27만 2천 원)엔 6.2% 각각 늘었습니다.

영어 절대평가가 도입된 이후인 2018년(29만 1천 원)엔 7.0%, 2019년(32만 1천 원)엔 10.3% 등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졌습니다.

고교생 1인당 월평균 영어 과목 사교육비는 2015년(7만 2천 원)부터 지난해(12만 4천 원)까지 2017년(전년 대비 0%)을 제외하고 매년 증가했습니다.

이처럼 수능을 직접 겨냥한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 크게 눈에 띄는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은 근본 대책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연구소장은 "학부모들이 사교육을 하는 것은 대학 서열에 따른 경쟁 구조 때문"이라며 "수능을 조금 건드린다고 사교육비를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도 "사교육비는 군비 경쟁과 비슷해, 자녀가 목표에 도달했다고 해서 멈추는 게 아니라 옆집 자녀가 더 잘하면 우리 집 사교육비를 더 지출하는 등 무한히 팽창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윤 대통령의 이번 주문으로 교육당국이 당장 사교육 경감 후속 대책을 마련한다고 해도 실효성 있는 방안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됩니다.

여당 교육위원회 소속 위원들과 교육부는 오늘 오전 국회에서 실무 당정협의회를 열고 사교육비 절감 방안과 공교육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구 소장은 "사교육 문제는 결국 채용·임금이 모두 결합한 문제"라며 "종합적인 사교육 방안을 내놓으려면 교육 외적인 방안까지 손댈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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