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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그냥 쉬어요" 20대 증가, 코로나 전부터 심상찮은 조짐 있었다

<앵커>

친절한 경제 권애리 기자 나와 있습니다. 권 기자, 청년층 인구가 줄다 보니까 일하는 20대도 줄어들고 있어서 걱정이 많죠. 그런데 일을 하지도 찾지도 않고 그냥 쉬는 20대도 늘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청년층의 인구 자체가 줄고 있기 때문에 취업자, 일하는 20대뿐만 아니라 실업자, 일을 찾고 있지만 못하는 사람들도 동시에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20대에서 유독 늘고 있는 집단이 있습니다. 그냥 쉬는 청년들입니다. 

그냥 쉰다, 문자 그대로 사회적으로 보면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학교를 다니지도 않고요. 입학이나 취업 준비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렇다고 아이를 돌보거나 집안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있는 겁니다.

취업자에도 실업자에도 포함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20대가 지난달 5월에도 35만 7천 명이나 됐습니다.

1년 전인 2022년 5월과 놓고 보면 그냥 쉬는 20대가 3만 6천 명이나 늘어난 겁니다.

문제는 1년 전보다 20대 전체 사람 수는 20만 명 가까이 줄었다는 겁니다.

20대 취업자와 실업자 둘 다 1년 새 6만 명 넘게씩 줄었는데요. 그래서 그건 사실 당연한 일입니다.

그런데 유독 그냥 쉬는 청년만은 이렇게 적어진 젊은이 사이에서도 늘고 있습니다.

다른 연령대랑 비교하면 20대에서 이런 현상이 더 도드라집니다. 그냥 쉰다는 사람의 수가 늘어난 건 지난달에 전체 근로연령대 중에서 20대가 유일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렇게 그냥 쉬는 청년들이 하루아침에 나타난 건 아니라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코로나 전부터 사실 그냥 쉬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모습이 구조적으로 그런 조짐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러다가 코로나 이후로 본격적으로 두드러지기 시작해서 최근에는 이런 현상이 고착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제 그냥 쉬는 사람들의 통계를 따로 내기 시작한 게 우리나라는 지난 2003년 1월부터입니다.

2003년 초만 해도 20대 청년들이 전체 인구가 720만 명을 넘길 때였는데요.

이때는 오히려 그냥 쉰다는 20대 청년은 매달 10만 명대 후반에서 많을 때라 봤자 20만 명 초반에 그쳤습니다.

그 후로 20대 인구가 2018년까지 600만 명 중반대 수준으로 줄어들지만 그냥 쉬는 20대는 오히려 약간 늘어납니다.

그래도 30만 명을 넘겼던 달은 192개월 중에서 15번 정도에 그쳤습니다.

그러다가 코로나 발생 전이었던 2019년부터는 한 달도 빠짐없이 매달 그냥 쉰다는 20대 청년이 30만 명을 넘기기 시작합니다.

코로나 탓만 하기에는 그전부터 '그냥 쉬는 20대'가 구조적으로 증가하는 조짐이 보였던 겁니다.

그러다 코로나가 닥치면서 처음으로 40만 명을 넘어서는 달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요.

2021년 1월에는 무려 46만 명의 20대가 그냥 쉬기도 했습니다.

1월이라는 계절적인 요인도 있었고, 아무래도 코로나에 대한 불안이 높아지고 대면 접촉을 꺼리는 분위기가 강했을 때 그냥 쉬는 20대도 더 늘어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런데 일상 회복이 되고 나서도 2021년 7월 이후로는 우리나라의 20대 인구가 약간 증가하는 달도 없이 계속해서 줄어들어서 610만 명 대로까지 떨어졌는데도 불구하고요.

그냥 쉬는 청년만은 올 들어서 매달 적어도 35만 명 이상을 넘기고 있습니다.

<앵커>

그러면 왜 이런 현상이 최근 들어서 더 자리 잡고 있는 걸까요?

<기자>

20대 청년들에게 직접 물어본 결과를 보면 원하는 조건의 일자리에 갈 수가 없을 때 그냥 쉬는 청년들이 예전보다 좀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예전에는 성에 딱 차지 않아도 무슨 일이라도 하면서 일자리를 찾으면서 기회를 봤다면 이제는 그냥 쉰다는 거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차이가 30대 초반에 이미 1.8배, 50대 초반에는 2.5배까지 벌어지는 상황에서 중소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뒤에 대기업으로 옮기는 이동이 우리 사회에서는 많이 보이지가 않습니다.

이렇다 보니까 청년들이 희망하는 것보다 좀 부족한 듯한 데서 시작하기를 아예 꺼린다는 겁니다.

이렇다 보니까 청년층 구직 기간도 길어집니다. 졸업하고 첫 취직까지 이제 평균 10.8개월, 11개월이 걸립니다.

그런데 문제는 첫 취업이 늦어지는 청년은 결혼이나 출산 같은 전반적인 생애 단계도 같이 늦어지고요.

구직 기간이 길어질수록 오히려 더 좋지 않은 조건의 일자리를 얻을 확률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20대들이 소수의 특정 기업이나 조건에만 집중하지 않을 수 있도록 좀 더 다양한 유인책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개별 기업들이 그렇게 하는 게 어렵다면 정부가 좀 더 적극적으로 환경을 조성하는 게 절실한 상태까지 지금 우리 사회가 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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