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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리스트] 인어공주의 변신은 무죄? PC가 쏘아 올린 논쟁은 '진행 중'

세계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기업 디즈니가 창립 100주년을 맞아 내놓은 신작에 관객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34년 전 애니메이션 "인어공주"를 실사 영화로 만들었는데, 백인이었던 인어공주를 이번엔 흑인 배우가 연기했다는 게 이슈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소위 '리뷰 폭탄'이 쏟아지고, CNN은 한국과 중국에서 인종차별주의자들의 반발이 흥행에 영향을 줬다는 식으로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디즈니의 역사는 곧 공주들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937년 세계 최초의 컬러 장편 애니메이션인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 1950년 '신데렐라', 1959년 '잠자는 숲 속의 공주' 등 유럽 설화를 바탕으로 한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은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백마 탄 왕자의 키스를 받고 깨어난 뒤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이렇게 대표되는 수동적인 디즈니의 공주상은 후대에 비판을 받게 됩니다.

1966년 창업자 월트 디즈니가 사망하고, 서구를 휩쓴 68혁명의 분위기로 PC, 즉 '정치적 적절성'이 부각되면서 오랜 침체기를 보내던 디즈니는, 1989년 '인어공주'로 '디즈니 르네상스' 시대를 엽니다.

인어공주에 이어서 1991년 '미녀와 야수'의 벨 공주, 92년 '알라딘'의 자스민 공주는 X세대가 등장한 당시 시대상을 반영해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캐릭터로 탈바꿈해 흥행에 크게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1994년 '라이온 킹'이후 10여 년간 디즈니가 이렇다 할 히트작을 내지 못하는 동안, 드림웍스사의 '슈렉'은 '정치적 적절성'을 내세우며 대중적 인기는 물론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며 성가를 드높였습니다.

주인공 슈렉은 못생긴 괴물이고 피오나 공주 역시 디즈니의 착하고 예쁜 공주와는 거리가 '겁나 먼' 캐릭터였죠.

절치부심한 디즈니는 2009년, 디즈니 애니메이션 최초의 흑인 공주인 티아나를 내세운 '공주와 개구리'를 내놓습니다.

이듬해 기존 공주 캐릭터와는 차별화된 '라푼젤'을 선보인 디즈니는 2013년과 2019년,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자매들의 성장 서사를 담은 '겨울왕국 1,2'편을 전 세계적으로 크게 흥행시키며 구시대와는 헤어질 결심을 합니다.

'디즈니 리바이벌'이라고 불리는 디즈니의 재도약은 PC, 즉 '정치적 적절성'을 영리하게 활용한 결과였습니다.

디즈니만큼이나 오래된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북미에서 백인 인구가 줄고 비백인 비율은 높아지기 때문에 인종 불평등을 바로 잡으면 영화가 더 많은 수익을 거둔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습니다.

하지만 'PC'에 대한 반발도 적지 않아서 디즈니가 지나치게 PC를 의식한다고 비판하는 안티팬도 늘었고, 바로 지금은, 흑인 인어공주 에리얼에 대한 찬반 논쟁이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입니다.

게다가 흥행 부진 이유를 놓고 PC 논쟁에 영화 완성도 논쟁까지 뒤섞여서 찬반 양측의 감정싸움으로까지 변질되고 있습니다.

시대가 바뀌면서 디즈니의 공주들도 변화해 왔습니다.

예술은 시대를 반영하거나 때로는 시대를 앞질러서 새로운 사상을 잉태하고 상상력을 고취합니다.

그러나, '정치적 적절성'이 영화에 잘 녹아들지 않았다고 완성도에 문제를 제기하면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몰거나, '정치적 적절성'을 옹호하면 덮어놓고 'PC주의자'라고 헐뜯는 극단의 대응은 토론을 불가능하게 합니다.

극단주의는 민주주의의 적입니다.

(기획 : 권영인, 구성 : 박정현, 영상취재 : 박현철·신동환, 영상편집 : 오영택·이승진, CG : 서승현, 영상출처 : Disney, Walt Disney Studios, Walt Disney Animation Studios, Disney Princess, DisneyMusicVEVO 공식 유튜브, Rotten Tomatoes Classic Trailers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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