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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렵다" 했는데…'텔레그램 접촉' 성공한 나라들, 어떻게?

<앵커>

연속보도, 마약펜데믹. 오늘(16일)도 마약 유통의 중심에 있는 텔레그램 문제 짚어보겠습니다. 텔레그램을 통한 마약 유통은 수사가 쉽지 않아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인 골칫거리인데요. 우리 정부는 접촉이 어렵다면서 사실상 텔레그램을 방관하고 있는데, 어떻게든 접촉에 성공한 나라들도 있었습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했는지 먼저 박재현 기자의 보도 보시겠습니다.

<기자>

두바이의 한 주차장.

현지인 복장을 한 남자가 주변을 살피더니, 무언가를 숨깁니다.

텔레그램으로 거래한 마약을 배달하는 운반책이었습니다.

우리나라 마약거래 현장과 똑같은 전형적인 '던지기' 수법입니다.

[박재현/기자 : 상품 보여주고 메뉴판처럼 이건 얼마, 암호화폐로 어떻게 지급하는지 안내하는 패턴이 한국하고 완전히 똑같아요.]

보안이 철저하다는 이유로 급성장한 텔레그램은 범죄자들도 애용하면서 세계적인 '골칫거리'가 됐습니다.

텔레그램 접촉을 사실상 방관하고 있는 우리와 달리, 갖은 노력 끝에 텔레그램을 찾아내 접촉에 성공한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독일입니다.

독일 연방 내무부 장관 낸시 페이저는 지난해 2월 트위터에 "텔레그램을 찾았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텔레그램을 악용한 마약, 테러 위협에 온갖 정보 자산을 동원해 접촉에 성공한 겁니다.

2년간 텔레그램을 추적한 독일 슈피겔의 탐사 기자는 텔레그램 창업자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낸 걸 높이 평가했습니다.

[맥스 호펜슈타트/독일 슈피겔 탐사 기자 : 독일 내무부장관이 텔레그램 측과 접촉해 영상 회의를 가졌습니다. 그 회의에 등장한 건 텔레그램 CEO였습니다. 다들 CEO가 나올 거라고 예상하지 못해 많이 놀랐죠.]

이후 텔레그램은 제한적으로나마, 독일 정부에게는 수사 협조를 하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맥스 호펜슈타트/독일 슈피겔 탐사 기자 : 이제 그들이 소통한지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아주 작은 수고 제한적이지만, 아동 성범죄나 테러 같은 중요 범죄에 대한 협조는 이뤄지는 편입니다.]

브라질, 인도도 최근 텔레그램 측과 접촉을 시작했습니다.

브라질 연방대법원이 지난해 "정부 협조 요청에 무대응으로 일관"한다며 사용 금지 명령을 내리자, 텔레그램은 부랴부랴 현지 대리인을 선임했습니다.

인도에서도 "피의자 정보를 제출"하라는 법원 명령에 텔레그램 측이 밀봉 서류를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텔레그램의 수사 협조를 끌어낼 수단과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마약 엄단 하겠다는 정부의 외침은 공허한 구호일 뿐입니다.

(영상취재 : 이용한, 영상편집 : 김준희, 화면제공 : 두바이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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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박재현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텔레그램 대응, 왜 다른가?

[박재현 기자 : 그렇습니다. 독일은 장관 정치인이 별도의 주소, 이메일 주소를 확보를 해서 텔레그램 창업자와 협상을 한 경우입니다. 이 과정에서 국가적인 정보력이 동원이 됐습니다. 반면에 브라질하고 인도의 경우는 그 법적인, 경제적인 제재를 가해서 끌어낸 경우인데 텔레그램에 제재를 가한 나라가 현재 11개 이상입니다. 찾아냈느냐 끌어냈느냐의 차이는 사실 표현의 자유, 프라이버시 문제에 그 국가가 어떻게 대응하냐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프라이버시를 중시할 것이냐 아니면 공권력을 중시할 것이냐 적절한 선이 어디인가에 많은 국가들이 지금 고민이 있는 상황입니다.]

Q. 텔레그램에 대한 우리 대응은?

[박재현 기자 : 맞습니다. 이게 과거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는 경찰과 한 개국, 한 개 부서 정도가 움직여서 텔레그램의 공용 이메일로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이 메일은 하루에 수만 통의 메일도 날아올 수 있는 거여서 사실상 접촉이 될 리가 없습니다. 독일처럼 권위 있는 정부 인사나 정치인이 발 벗고 나서야 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국제 공조도 필요하고요. 취재 과정에서 또 느낀 게 텔레그램을 없애더라도, 그러니까 텔레그램을 사용을 중지시키더라도 제2, 제3의 텔레그램이 나오거나 아니면 기술적으로 더 발전된 형태의 더 은밀한 SNS을 통한 마약 거래가 이제는 충분히 가능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법률적 기준도 만들어야 하고 국제공조도 해야 하는데 이 기술적인 대비까지 종합적인 대비가 필요해 보였습니다.]

(영상편집 : 이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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