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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트럼프가 유죄 판결을 받기까지 잭 스미스 특검이 넘어야 할 산

[뉴욕타임스 칼럼] By 노만 아이젠

스프 뉴욕타임스 2
 
*노만 아이젠은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을 처음 탄핵했을 때 하원 법사위원회 소속 변호사였다. 앤드루 바이스만은 로버트 뮬러 특검 수사팀에 선임 검사로 참여했다. 조이스 반스는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앨라배마주 북부지검에서 미국 연방정부 변호사로 일했다.
 

잭 스미스 특별검사가 트럼프 대통령을 마침내 기소했다. 백악관 기밀문서를 유출한 것과 관련해 연방법 7개 항목을 어긴 혐의다. 지난 몇 달간 누구나 예상할 수 있던 행보지만, 막상 기소가 현실이 되고 나니 역시 충격적이다. 미국 역사상 전직 대통령이 연방 검찰에 기소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사건 외에도 여러 가지 송사에 휘말려 있는데, 이 사건은 내년 대선 전에 법원이 판결을 내놓을 가능성이 가장 크다.

검찰은 오랫동안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밀문서를 포함한 대통령 관련 기록 수백 건을 퇴임 후에 플로리다 자택이나 개인 사무실에 보관해 온 사건을 수사해 왔다. 피고 트럼프는 모두가 알다시피 전직 대통령이며, 첨예한 갈등이 끊이지 않는 정치적 환경 속에 내년 대선에 출마하겠다고 천명한 상태다. 이 전례 없는 사실 말고도 이번 기소를 둘러싸고 잭 스미스 특검 앞에 놓인 난관은 한둘이 아니다.

검찰은 우선 한 나라의 최고 기밀문서를 증거로 채택한 사건을 기소한 데 따르는 어려움을 고려해야 한다. 게다가 이번 사건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미 기소된, 혹은 앞으로 기소될 것으로 보이는 다른 사건들과 조율이 불가피하다. 뉴욕 맨해튼 지방검찰 알빈 브래그 지검장은 지난 4월 포르노 배우에게 입막음용 뒷돈을 지급해 선거법을 어긴 혐의로 트럼프를 기소했다. 또 조지아주 풀톤 카운티 검찰은 트럼프가 2020년 대선에 부당하게 개입해 외압을 행사하려 한 혐의를 수사하고 있고, 잭 스미스 특검은 이번 기밀문서 유출 사건 외에도 트럼프가 지난 2021년 1월 6일 의사당 테러 사건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테러에 연루한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지도 수사해 왔다.

일단 현재까지 알려진 혐의와 공개된 증거들을 바탕으로 보면, 스미스 특검은 확실한 증거를 확보한 만큼 승산이 높아 보인다. 그러나 증거를 바탕으로 유죄 판결 가능성을 점치는 것과 실제 배심원들이 어떤 평결을 내릴지 가늠하는 건 완전히 다른 일이다. 특히 트럼프처럼 호전적이고 파악하기 어려운 사람을 기소한 경우엔 더 그렇다. 실제로 법원의 유죄 판결을 받아내기 위해 스미스 특검이 넘어야 할 고비 네 가지를 정리했다.

1. 사안을 최대한 단순화할 것

지난 2년 넘는 시간 동안 이번 수사는 그야말로 갖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대통령 관련된 문서를 증거로 삼는 일부터 전례가 잘 없고, 국가 안보와 밀접히 연관된 예민한 사안인 데다 트럼프가 기밀을 해지했는지, 그럴 권한이 있는지를 두고도 논란이 있었다.

특검의 수사 권한을 둘러싼 논쟁도 있었고, 연방수사국(FBI)이 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전직 대통령의 호화 저택을 수사하는 장면은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 플로리다주 연방판사가 기밀문서를 "공정하게" 검토할 제3자를 임명해 달라는 트럼프 측의 주장을 수용하면서 갑자기 특별조사관이 임명돼 특검이 하던 기존 수사가 차질을 빚기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혼돈 속에서도 스미스 특검이 해야 할 일은 단 하나다. 배심원단에게 이 사건의 핵심을 다음 두 가지로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주는 거다.

첫째, 전직 대통령이 국가의 가장 민감한 기밀이 포함된 문서들을 멋대로 가져갔으며, 심지어 그는 백악관 집무실에 걸려 있는 조지 워싱턴, 벤자민 프랭클린의 초상화를 내릴 권한도 더는 없는 퇴임한 대통령이라는 점이다. 둘째, 가져가선 안 될 문서를 자택에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에도 피고는 계속해서 변명과 거짓말로 자기 잘못을 가리려 했고,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총 1만 3천 건의 문서를 가져왔는데, 그 가운데 300건 넘는 문서가 기밀에 부쳐진 문서다. 이란의 미사일 개발 계획, 다른 나라의 핵무기 관련 정보, 중국이나 프랑스 정치인에 관한 정보 등 미국이 가장 민감하게 다루는 내용이 백악관 밖에, 있어서는 안 될 곳에서 발견됐다.

이는 미국의 국가 안보에 명백한 위협을 가하는 행위였다. 유출된 문서도 문서지만, 미국과 동맹국의 인적 자원이 어렵사리 모으고 유지해 온 정보가 새 나가는 건 미국과 전 세계의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렇게 민감한 기밀 정보를 안전이 전혀 담보되지 않은 곳에 보관함으로써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과 동맹국 국민을 위험에 빠트렸다.

기소장에 포함된 일곱 가지 혐의에는 고의로 국방 관련 기밀을 빼내려 한 간첩법 위반 혐의, 수사 기관과 법무부에 거짓말, 허위 진술을 해 사법 절차를 방해한 혐의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배심원은 재판에서 사안을 간단하게 정리한 증거를 듣고 이를 바탕으로 피고의 유죄 여부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복잡해서 혐의가 정확히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려워지면 검찰에 불리하다. 스미스 특검으로선 다행히도 이번 사건에 관해 알려진 모든 정황과 증거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기 것이 아닌 문서를 무단으로 가져갔으며, 잘못을 은폐하기 위해 거짓말을 계속했다는 점을 뒷받침하고 있다.

2. 트럼프의 변호인단

피고 트럼프의 변호인단은 검찰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대상일지 모른다. 특히 자신이 문서의 기밀을 "해제하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해당 문서가 더는 기밀이 아니"라는 식의 주장은 법정에서 아무런 효력을 갖지 못한다. 또한, 대통령 기록물법에 따라 자신에게 (퇴임 후에도) 문서를 보관할 권한이 있다는 주장도 오히려 현행법에 위배된다.

지금까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놓은 주장들은 워낙 근거가 빈약하고 일관성도 없어서 판사는 피고가 들어줄 만한 가치가 있는 증거를 가져오지 않는 한 그 주장을 배심원단에 펴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트럼프가 제대로 된 증거를 찾아낼 가능성은 지금으로선 거의 없어 보인다.)

보통 이런 사건은 피고 입장에서 변호하기가 매우 까다롭다. 그래서 피고는 대개 유죄를 인정하되 형량을 줄이는 전략을 택한다. CIA 국장을 지낸 존 도이치나 데이비드 페트리어스도 기밀문서를 잘못 다뤘다가 기소돼 법정에 섰을 때 정확히 그렇게 했다. (도이치는 검찰이 기소하기 전에 사면됐다.) 그러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는 다르다. 바로 자신의 잘못을 눈곱만큼도 인정하지 않으려는 피고 트럼프의 독특한 성격 때문이다. 트럼프가 법정에서 자신이 죄를 지었음을 시인하고 대신 형량을 줄여보려고 협상하는 모습은 상상하기도 쉽지 않다.

스미스 특검은 이 사건을 연방법원의 플로리다 남부지법에 기소했는데, 이것도 사건이 기각될 위험을 미리 낮춘 현명한 결정이다. 미국 법원은 사건의 "본질적인 행위"가 발생한 곳에서 사건을 다뤄야 한다는 원칙을 따른다.

일각에선 스미스 특검에 우호적인 성향의 판사들이 많은 워싱턴 D.C. 법원에 사건을 기소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스미스 특검은 워싱턴 D.C.보다 트럼프가 기밀문서를 보관하고 있던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주를 택했다.

당장 이번 회기에 미국 대법원은 엉뚱한 곳에서 재판받으려 한 경우 사건 자체를 기각하고 다시 소를 제기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옳은가에 관한 판결을 내릴 예정이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자칫 기소 자체가 무효가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워싱턴 D.C.가 아닌 플로리다주 법원을 택한 건 잘한 결정이다.

3. 시간과의 싸움

스미스 특검이 넘어야 할 또 다른 장애물은 바로 시간이다. 그는 시간과도 싸워야 한다. 우선 다른 모든 피고에게 하듯 검찰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도 제기된 혐의, 증거에 이의를 제기하고 재판을 준비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한다. 재판 과정에서 정부가 피고에게 제공해야 하는 방대한 증거 자료들을 신속하게 제공함으로써 정부 때문에 재판이 지연되는 일이 없도록 신경 써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스미스 특검은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번 사건의 증거 가운데는 기밀문서가 다수 포함됐기 때문이다. 법원은 기밀문서 정보처리법에 따라 관련 증거들을 재판에서 채택하고 다룬다. 기밀문서 정보처리법은 정부가 기밀문서에 담긴 민감한 정보를 대중에 공개하지 않으면서 관련 위법 행위를 기소할 수 있게 하는 법이다. 이 법 덕분에 정부는 재판 과정에서 기밀이 대중에 공개될 걱정을 하지 않고 범죄자를 기소할 수 있다.

문제는 플로리다주 법원이 기밀문서 정보처리법을 다뤄본 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반대로 이 법이 자주 적용되는 워싱턴 D.C. 법원이었다면 판사들이 법을 익숙하게 적용하고 다뤘을 것이다. 그래서 스미스 특검은 이 복잡한 법의 절차가 낯선 플로리다주 법원 판사와 씨름해야 한다. 또한, 특검이 법원에 별도로 보호 명령을 내려달라고 요청할 일이 생길 가능성도 크다.

비슷한 예로 뉴욕주 대법원의 주안 머천 대법관은 앞서 맨해튼 지방검찰이 기소한 입막음용 뒷돈 사건과 관련해 피고 트럼프가 증거가 개시되고 공개되는 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를 활용해 증인을 협박하거나 보복하지 못하게, 또는 증거를 인멸하지 못하도록 증거와 증인 보호 명령을 내렸다.

미국 유권자들은 트럼프의 유죄 여부가 재판을 통해 가려지는 걸 확인할 권리가 있다. 각 당이 대통령 후보를 지명하는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에 재판이 진행되면 가장 좋겠지만, 최소한 대선 전에는 재판이 열려야 한다. 시간과의 싸움 측면에서 보자면, 빠듯하긴 해도 피고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혐의를 벗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보장하면서 재판을 준비할 수 있다. 물론 지금까지 나온 증거를 종합해 보면 트럼프가 혐의를 벗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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