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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BTS 페스타'의 주인공은 'BTS'가 아니다?

[커튼콜+] 전 세계 아미들이 서울을 보랏빛으로 물들이다

스프 커튼콜+ (사진=연합뉴스)
방탄소년단 데뷔 10주년을 맞아 서울 곳곳이 방탄소년단의 상징색인 보랏빛으로 물들었습니다. 방탄소년단의 데뷔일인 6월 13일 즈음해서 매년 열리던 축제 'BTS 페스타'가 올해는 더욱 성대하게 열리고 있는 거죠.

전 세계 아미들이 서울을 찾아왔습니다. 방탄소년단과 아미의 10년을 축하한다는 내용의 광고가 곳곳에서 보이고, 17일에는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불꽃놀이까지 포함한 대규모 오프라인 행사가 열렸습니다.

스프 커튼콜+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방탄소년단의 상징색이 왜 보라색인지 아시나요? 멤버 뷔가 팬미팅에서 한 말에서 유래됐는데요, 뷔는 무지개의 마지막 색인 보라색처럼 아미와 BTS가 끝까지 함께 서로 사랑하자고 했죠. 아미들 사이에서는 그래서 I Love You 대신 'I Purple You', 사랑해 대신 '보라해(Borahae)'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BTS 페스타는 이렇게 서로 '보라하는' 아미와 방탄소년단이 함께 즐기는 축제입니다. 방탄소년단의 브랜드 파워가 워낙 크다 보니 서울시도 함께 하고, 여러 기업이 연계 마케팅에 뛰어들면서 더욱 커진 거고요. 이런 대규모 축제가 가능한 그룹은 사실상 방탄소년단 외에는 없을 것 같아요. 음악평론가 김영대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스프 커튼콜+ (사진=연합뉴스)
"사실 모든 아티스트에게 팬은 특별합니다. 그런데 방탄소년단은 애초에 성공을 한 방식 자체가 팬들이 그들을 발견해 내고, 같이 키우고, 같이 걸어가는 이런 동반자적인 협력 관계가 있거든요. 우리가 알고 있는 BTS 현상이라는 게 BTS의 음악이 단순히 히트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음악을 히트곡으로 만들어주는 팬들의 자발적인 노력,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풀뿌리 운동 같은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 세계적으로 BTS 네이션, 하나의 국가라고 봐도 될 정도의 '취향의 공동체'가 만들어지면서 BTS를 지금까지 만들어온 역사가 있거든요. 이건 BTS도 알고 있고, 하이브도 알고 있고, 팬들도 알고 있는 부분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그 어떤 아티스트보다 BTS에게는 팬이 중요하다, 아미의 역할이 절대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BTS 페스타는 BTS라는 그룹이 갖고 있는 음악과 퍼포먼스의 힘, 이런 것들이 당연히 밑바탕이 돼 있어야 하고, 그룹 하나를 중심으로 매년 이런 페스티벌이 열린다는 것 자체가 BTS라는 그룹이 갖고 있는 힘을 보여주는 거지만, 근본적으로는 팬들과 함께 가는 방탄소년단이 만들어낸 특유의 문화라고 할까요.

팬의 강력한 힘, 팬들과 방탄소년단이 맺고 있는 관계성, 이런 서사를 통해서 이제는 단순히 아티스트를 보러 가는 행사가 아니라, 그 아티스트를 매개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교류하고 축하하고 즐기는 행사가 된 거잖아요. 그런데 이 행사가 갖고 있는 상업적인 힘도 크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하고 싶게 만드는 중요한 행사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 'BTS가 아미에게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 영상을 참고해 주세요)

방탄소년단 스스로는 이번 축제를 '역조공'이라고 합니다. '조공'은 팬들이 아티스트에게 주는 선물을 이르는 말인데, '역조공'은 거꾸로 아티스트가 팬들에게 선물을 한다는 겁니다. 다채롭게 열리는 행사도 아미들에게는 큰 선물이 되겠지만, 아마 가장 큰 선물은 10주년 페스타를 맞아 발표한 '완전체' 신곡 'Take Two'가 아닐까요. '테이크 투는 '두 번째 챕터'를 가리키는 말이죠. 지난해 맏형 진의 입대 전에, 일곱 명 멤버 전원이 녹음했던 곡으로 방탄소년단이 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은 '팬 송'입니다.

스프 커튼콜+ (사진=연합뉴스)
'팬 송'은 케이팝에서 특히 발달한 문화인데요, 말 그대로 팬을 위해 만들고 부르는 노래입니다. 해외에도 없지는 않지만 충성도 높은 팬덤이 특징인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두드러지죠. 서태지와 아이들 2집에 실렸던 '우리들만의 추억'을 최초의 팬 송으로 꼽습니다.
 
소리쳐 주던 예쁘게 웃었던
아름다운 너희들의 모습이 좋았어
함께 기뻐하고 모두 다 같이 웃고
서로를 걱정했던 우리들만의 추억들

이후로도 수많은 가수들이 팬 송을 불렀는데 특히 아미와 독특한 유대 관계를 맺어온 방탄소년단은 다채로운 팬 송을 내놨습니다. 방탄소년단의 첫 번째 '공식' 팬 송은 '둘! 셋!(그래도 좋은 날이 더 많기를)'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사만 봐도 방탄소년단과 아미가 어떤 관계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랜 연습생 기간을 거쳐 '힙합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했던 방탄소년단은 처음부터 '꽃길'만 걸은 건 아니었습니다. '중소 아이돌'로 어려운 시절이 있었고, 아이돌에 대한 편견에 상처받기도 했지만, 팬들의 응원이 그들을 지탱하는 버팀목이었죠. 굉장히 솔직하게 마음을 드러낸 '둘! 셋!'은 이 자체로 방탄소년단과 아미가 공유하는 '서사'의 일부입니다.
 
꽃길만 걷자
그런 말은 난 못 해
좋은 것만 보자
그런 말도 난 못 해
이제 좋은 일만 있을 거란 말
더는 아프지도 않을 거란 말
그런 말 난 못해
그런 거짓말 못해

너넨 아이돌이니까 안 들어도 구리겠네
너네 가사 맘에 안 들어 안 봐도 비디오네
너넨 힘없으니 구린 짓 분명히 했을 텐데
너네 하는 짓들 보니 조금 있음 망하겠네
(Thank you so much) 니들의 자격지심
덕분에 고딩 때도 못한 증명 해냈으니
박수 짝짝 그래 계속 쭉 해라 쭉
우린 우리끼리 행복할게 good yeah I'm good
괜찮아 자 하나 둘 셋 하면 잊어
슬픈 기억 모두 지워 내 손을 잡고 웃어
괜찮아 자 하나 둘 셋 하면 잊어
슬픈 기억 모두 지워 서로 손을 잡고 웃어
내 말을 믿는다면 하나 둘 셋
믿는다면 하나 둘 셋…

'둘! 셋!'은 방탄소년단의 어려운 시절을 함께 해온 팬들이 '떼창'하다가 울컥했다는 노래입니다. 방탄소년단은 이후에도 '매직 샵(Magic Shop)', '메이크 잇 라잇(Make it Right)', '소우주', '영 포에버(Young Forever)' 등등 여러 팬 송을 내놨습니다. 방탄소년단의 팬 송으로 알려진 노래들 중에는, 공식적으로 팬 송이라고 밝힌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는데, 팬 송은 팬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그저 사랑이나 우정에 관한 노래로 들리지만, 팬들에게는 좀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는 묘미가 있습니다. 미국 가수 할시가 함께 했던 노래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ove)'를 볼까요.
모든 게 궁금해 how's your day
Oh tell me (oh yeah oh yeah, ah yeh ah yeh)
뭐가 널 행복하게 하는지
Oh text me (oh yeah oh yeah, oh yeah oh yeah)
Your every picture
내 머리맡에 두고 싶어 oh bae
Come be my teacher
네 모든 걸 다 가르쳐줘
Your one, your two
Listen my my baby 나는
저 하늘을 높이 날고 있어
(그때 네가 내게 줬던 두 날개로)
이제 여긴 너무 높아
난 내 눈에 널 맞추고 싶어
Yeah, you makin' me a boy with love...

Ayy 다 말하지 너무 작던 내가 영웅이 된 거라고 (oh nah)
난 말하지 운명 따윈 처음부터 내 게 아니었다고 (oh nah)
세계의 평화 (no way)
거대한 질서 (no way)
그저 널 지킬 거야 난 (boy with love)...

이 노래를 불렀을 때 방탄소년단은 세계적인 스타의 반열에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이 곡에서 방탄소년단은 '너의 모든 것이 궁금하다'며, 나는 지금 '네가 내게 줬던 두 날개로' 저 하늘을 높이 날고 있지만, '이제 여긴 너무 높다'고, '내 눈에 널 맞추고 싶다'고 노래합니다. 거창한 사명과 명성이 따라다녀도 방탄소년단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저 널 지키는 것'입니다. 여기서 '너'는 팬, '나'는 방탄소년단으로 해석이 가능하죠. 아미는 이 노래를 자연스럽게 '방탄소년단과 아미의 이야기'로 받아들입니다.

스프 커튼콜+ (사진=연합뉴스)
방탄소년단의 팬 송 중엔 아미가 아니라도 좋아할 수 있는 노래들이 많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방탄소년단의 팬 송은 '매직샵'입니다. 처음부터 가사가 좋아서 끌렸는데, 나중에 팬 송이라는 걸 알게 되니 또 다르게 들리더라고요. (저는 방탄소년단 팬이라기보다는 '호의적 관찰자'입니다. 기자로서 관찰자의 시각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방탄소년단을 취재하다 보면 호감이 생기고 팬들의 마음에 공감하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방탄소년단은 마음속에 '널 위로해 줄 매직 샵'이 기다리고 있다고, 넌 괜찮을 거라고 노래합니다. 그리고 그들 역시 모든 게 두려웠다고 고백합니다. 그리고 '네가 찾아낸 이곳에 너의 은하수에 너의 마음속에' 해답이 있다고 들려줍니다. 저는 이 노래를 들을 때마다 따뜻하게 위로를 받는 듯한 느낌이 됩니다. 해외에서는 이 노래가 우울증 치료에 활용되었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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