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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경제적 자유 열풍, 실패한 사람들에게 남겨진 것

<번아웃의 모든 것> 장재열|비영리단체 청춘상담소 '좀놀아본언니들'을 운영 중인 상담가 겸 작가

휴지 휴지조각 (사진=픽사베이)
요즘 상담 오시는 분들 중에 경제적 자유를 목표로 달리다 번아웃을 얻는 분들이 참 많이 늘어났습니다. 성공하신 분들은 안 오실 테니 부자도 못되었고 마음까지 지쳐버린 분들이 대다수이지요. 몇 년째 경제적 자유와 관련된 책들이 서점가를 휩쓸었던 걸 생각하면 이제는 하나의 장르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솔직히 경제적 자유 좋지요. 그걸 추구하는 것 자체는 전혀 문제가 아니에요. 문제는 목표를 채 달성하기도 전에 번아웃이 오는 분들이 많다는 겁니다. '돈이라도 바짝 벌고' 번아웃을 얻는 게 아니라 득은 하나도 없이 손해만 늘어나는 상태가 되는 거죠.

왜 그럴까요? 조급함으로 인한 선택, 그리고 그 후의 자책 때문인데요.

사람이 조급해지는 데에는 두 가지 원인이 있습니다. 첫 번째, 마음이 간절하다. 두 번째, 목표가 상당히 크다. 경제적 자유는 간절하기도 할 테고 큰 목표이기도 합니다. 두 가지에 다 해당되는 거죠. 최대한 많이 벌고 빨리 달성하고 싶다는 욕구가 뒤섞여서 사람을 조급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조급함이 심해질수록 강한 확신을 주는 사람과 "누구나 가능하다"는 말을 하는 사람에게 끌림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일까요? 요즘 트렌드는 점점 더 '쉬워 보이는 것'으로 발전해 가고 있습니다. 10여 년 전만 해도 "부자가 되려면 경제 공부를 해라" 또는 "해외 경제 동향 공부를 해라", "내 소비지출 계획을 확인해라" 등등 어떤 '경제지식 학습자'로서 공부를 하라는 정석적 내용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부자 되는 마음가짐', '일주일만 배우면 월 천 소득' 등 이런 책과 강의들이 굉장히 흥하더라는 거죠. 이 콘텐츠들의 핵심은 "마음가짐이나 태도를 바꾸면 부자가 될 수 있다" 또는 "간단한 기술을 배우면 누구나 월에 천만 원 이상을 벌며 하루 세 시간 정도로 일하고 한강뷰의 집에 산다"는 건데요. 이런 책과 강의들이 판매되는 전략과 방식이 아주 강렬합니다.

많은 분들께 화제가 되었던 대표적인 광고가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가난은 정신병이다"라는 광고였어요.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너무 많은데 가난하게 계속 살고 있는 건 자기가 가난을 선택한 것. 즉, 정신병이라는 논리였습니다. 공포 마케팅의 최고봉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메시지가 충격적일 정도로 강력하지요.

이런 방식의 마케팅은 모든 대중에게 넓게 통하기보다 특정 대상에게 확실하게 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난 때문에 너무 상처를 받았던 사람, 청소년기의 가난함이 진절머리 났던 사람 등 특정한 유형의 분들께 강력한 구원의 메시지가 되는 거지요. 저는 이 마케팅 자체가 문제의 핵심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강매하는 것도 아니고, 소비자가 선택해서 사는 거니까요. 진짜 문제는 그 이후에 있습니다.

'마음가짐 바꾸기', '월천 소득 스킬 배우기라는 훨씬 쉬워 보이는 형태로 트렌드가 변화하고 진입 장벽이 낮아지면서 사람들에겐 생각지 못한 문제가 생겨났습니다. 스스로가 "이렇게 쉬운 방법이니까 해낼 수 있겠지?"라는 기대가 점점 커지는 거지요. 정말로 마음가짐과 태도를 바꾸면 간단한 온라인 기술을 배우면 '누구나' 부자가 될까요? 일부는 성공하겠지만 일부는 실패하지요. 당연한 겁니다. 다만 문제는 실패한 사람들의 후유증입니다. 제가 상담을 하면서 발견한 '경제적 자유 실패자'의 매우 특이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강의나 강사가 별로라고 말하는 대신 자학과 자책이 심해집니다.

이상하지 않나요? 내가 돈을 내고 무언가를 구매했는데 별로예요. 그런데 왜 서비스의 제공자가 아닌 소비자인 자신을 탓할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경제적 자유 강의나 책의 상당수에 이런 말들이 숨어 있기 때문이죠.

"나는 여러분께 내 노하우를 다 알려드렸다. 이제 여러분은 실행만 하면 된다."
"나는 실패해 가면서 얻은 노하우인데, 여러분은 지금 압축해서 배우고 있다."

이런 언어들을 자주 접하게 되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원래 어려운' 부자 되기라는 미션이 마치 굉장히 쉬운 것처럼 착시를 일으킵니다. 그리고 그 쉬운 것조차 해내지 못한 나는 얼마나 한심한 걸까?라고 잠재 의식을 계속 갉아 먹게 되는 거죠. 물론 이런 책과 강의를 통해 인생이 바뀐 분들이 꽤 있다는 것도 인정합니다.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게 아니에요. 다만 핵심은 실패했을 때 나를 자책하는 태도가 만연하다는 겁니다.

지금 경제적 자유를 간절히 원하는 분이 계시다면 딱 하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책을 보거나 강의를 듣는 것. 그것은 당신께 정말 큰 변화를 드릴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잊지 마세요. 그곳에서 가르쳐 주는 과정을 착실히 수행했음에도 부자가 못되었을 때, 그 원인이 '내가 못나서'는 아니라는 걸요. 어떤 방법이든 맞는 사람과 안 맞는 사람이 있을 뿐이고 당신은 그 방법과 안 맞는 사람일 뿐입니다. 자책 대신 그저 툭툭 털고 일어나서 다른 방법으로 걸어가시길 바래요.

모든 인생에 100% 적용되는 절대적 법칙이란 건 원래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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