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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월급 천, 마약도 줄게" 수백 명 득실…그 방 실상 (풀영상)

텔레그램 마약 운반책 '드라퍼', 이렇게 모집하고 있었다

<앵커>

마약 문제를 짚어보는 연속 보도, 오늘(15일)은 거래의 온상이 된 텔레그램을 파헤쳐보겠습니다. 요즘은 미리 정해진 장소에 이렇게 누군가 마약을 두고 가면 구매자가 나중에 찾아가는 방식으로 주로 거래가 이뤄집니다. 마약을 주문하는 것은 주로 텔레그램을 통해서 하는데, 마약을 약속 장소까지 운반하는 이른바 '드라퍼'들이 누군지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온라인에서 이런 마약 운반책을 모집하는 과정을 포착했습니다.

박재현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마약 드라퍼 : ○○님 드랍일 하고 싶습니다.]

[마약 드라퍼 : 마약 판매책 드랍일 시작해보고 싶습니다.]

텔레그램 마약 판매 방에 올라온 드라퍼 영상 지원서입니다.

대화 내용을 보면 마약상은 월급 1천만 원에, 별도로 마약까지 주겠다고 약속합니다.

드라퍼 중 상당수가 마약 구매자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마약 드라퍼 : ○○○짱 드라퍼입니다. 하이.]

충격적인 것은 지원자들이 본인 얼굴은 물론 신분증, 가족관계증명서까지 공개한다는 것입니다.

마약만 받고 잠적하거나 수사기관에 알리지 못하도록 서로 일종의 족쇄를 채우는 것으로 보입니다.

SBS 취재팀이 전문가들과 1시간 동안 텔레그램에서 찾은 마약 판매 방은 50개, 그중 한 방에는 1천여 명이 몰려 있었습니다.

이렇게 텔레그램을 통해 끊임없이 모집되기 때문에 드라퍼를 붙잡아도 공급책까지 뿌리 뽑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도 텔레그램에 대한 마약 수사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텔레그램에 마약 수사 협조 요청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차단 요청한 텔레그램 방은 단 한 곳뿐입니다.

(영상취재 : 이용한, 영상편집 : 이승진, 자료제공 : 오영환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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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보신 것처럼 마약 거래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텔레그램은 외국에 기반을 둔 채 마치 비밀 조직처럼 운영되고 있어서 그동안 수사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희 취재진이 텔레그램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두바이와 런던의 본사 주소를 어렵게 확보해서 직접 찾아가봤습니다.

계속해서 박재현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해 미국 하원 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텔레그램 본사 주소.

이 주소를 따라 먼저 두바이로 향했습니다.

유명 IT 업체들이 입주해 있는 건물이 나타납니다.

저희가 직접 올라가서 어떤 상태인지, 텔레그램 직원들이 실제로 근무하고 있는지 확인해보겠습니다.

[10층 회사 직원 : (1003, 1004호가 텔레그램 맞죠?) 예전에 그랬는데 이사갔습니다. 23층에 가보세요.]

현지인들은 인터폴을 비롯한 여러 국제 조사기관이 이미 다녀갔다고 말합니다.

[23층 회사 직원 :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텔레그램 위치를 물으려고 여기 왔었습니다.]

하지만 온통 문이 잠겨 있습니다.

관리인도 텔레그램 직원을 본 적이 없습니다.

[건물 관리인 : 텔레그램은 23층에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아무도 본 적이 없습니다. (렌트비는 매달 내나요?) 계약 갱신하러, 월세 내러 오지만 아무도 사무실로 올라가지 않습니다.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두바이 정부에 등록된 다른 주소도 확인해보니 가짜였습니다.

[건물 안내인 : 여기는 그런 주소의 사무실이 없습니다. 두바이 텔레그램 본사? 주소 자체가 틀렸습니다.]

두바이에서도 유령 같은 존재였습니다.

이번에는 텔레그램의 본거지로 꼽히는 또 한 곳, 영국 런던으로 갔습니다.

영국 정부에 공식 등록된 텔레그램 주소지.

[텔레그램을 찾고 있는데 이 주소가 맞나요?]

텔레그램 본사가 아닌, 업무를 대행하는 업체였습니다.

[회사 등록 대행업체 직원 : (여기 텔레그램 주소가 맞나요?) 네 맞습니다. 텔레그램이 여기 등록돼 있던 것은 맞습니다. 이메일을 통해 관리했는데요. (이곳은 대행업체 주소여서) 실제로 그들이 여기 있었던적은 없습니다.]

저희 취재팀이 영국 내 텔레그램과 관련된 서류를 전부 분석했는데, 한 서류에서 창업자의 주소가 발견됐습니다.

영국 시내 한복판인데 지금 그곳으로 가보겠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가짜 주소였습니다.

[아파트 안내 직원 : 그 이름은 없습니다. (과거에는요?) 시스템에 그런 이름은 없습니다.]

또 다른 주소 한 곳을 확인해보니 3만 개의 회사가 등록돼 있었습니다.

[대행업체 직원 : (텔레그램을 포함해) 3만 개 업체가 있습니다. (이 주소에 3만 개가요?) 네 여기를 주소지로 등록한 회사가 3만 개입니다.]

가짜 주소와 수만 개의 대행업체, 텔레그램의 오프라인 민낯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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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내용 취재한 박재현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텔레그램 찾을 수 있나?

[박재현 기자 :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텔레그램은 창업자 두로프라는 사람이 있고 직원 30명 정도가 핵심 그룹을 이뤄서 전 세계를 떠돌아다니며 텔레그램을 운영한다는 것입니다. 추적 과정에서 '닷지'나 '텔레그래프' 같은 차명 회사도 저희가 발견했고요. 조세 회피처에 등록된 주소도 저희가 파악했습니다.]

Q. 텔레그램 찾은 나라는?

[박재현 기자 : 우리 경찰도 2020년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계기로 이들을 찾겠다고 나섰지만, 결국에는 실패했습니다. 현재까지 텔레그램을 찾아냈건 아니면 압박을 해서 끌어냈건, 텔레그램과 접촉한 국가는 독일, 브라질, 인도 정도입니다. 이것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는 내일(16일) 전해드리겠습니다.]

(기술 자문 : S2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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