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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학교 석면 엉터리 공사해도 '이것'만 하면 OK?

엉터리 석면 해체
학교 석면 업계 종사자가 내부 고발하겠다며 보내준 영상을 봤을 때 처음 두 눈을 의심했습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석면 해체 공사 현장 안이었는데, 몇몇 직원들이 석면가루 날리지 말라고 학교 건물 사방을 둘러친 비닐을 찢고 자재를 건물 밖으로 나르는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공사가 다 끝난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학교가 석면에 오염되든 말든 아랑곳 않고 저렇게 마구잡이로 해체해도 되는 건가, 걱정과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무슨 상황인데?

영상 속 불법 해체 현장에선 음압 측정기가 함께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교육부 지침대로라면 석면가루 섞인 공기를 안전하게 외부로 배출하려면, 건물 안 곳곳에 음압기를 설치 가동해서 기준치 이상의 음압(대기압보다 낮은 압력)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래야 건물 안의 오염된 공기가 기압차에 의해 음압기로 이끌려 들어가고 3중 필터를 거친 뒤 안전하게 건물 밖으로 빠져나가는 겁니다.

그러나 촬영된 측정기의 음압은 0에 가까웠습니다. 석면 해체 업체가 음압 유지에 꼭 필요한 비닐을 이미 찢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측정기는 현장에서 음압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오류 알람까지 울렸습니다. 교육부 지침은 석면 해체가 끝난 뒤에도 음압을 계속 유지해야 하고, 공기 중 석면 농도가 기준치까지 떨어져야만 비로소 비닐을 제거할 수 있다고 돼있습니다. 명백한 지침 위반입니다.

더 황당한 건, 음압도 없이 엉터리로 석면 해체를 진행했던 바로 그 시각에 업체 보고서에는 모든 게 정상으로 기록돼 있었다는 겁니다. 엉터리 공사를 덮으려고 보고서까지 허위로 조작한 겁니다.
 

좀 더 설명하면

학교 건물 석면 해체 업체 엉티리로 일하고 보고서 조작
어떻게 보고서까지 가짜로 조작할 수 있었던 걸까요? 업계에선 생각보다 손쉽게 조작이 가능했습니다. 음압 측정기를 소형 선풍기 날개 뒷면에 갖다 대면 어느 정도 음압 수치가 나오는데, 업체들이 이걸 악용해서 음압 기록을 자유자재로 만들어낸다는 겁니다.

석면 해체 현장에서 음압기를 제대로 돌리지 않고도 보고서로는 마치 '정상'인 것처럼 아주 손쉽게 눈속임할 수 있다는 겁니다. 내부고발 직원은 시간이 없으면 선풍기도 안 쓰고 컴퓨터 엑셀로 수치를 만들기도 한다고 전했습니다. 해체 현장에서 지침을 잘 지키는지 감시하는 감리업체가 있지만, 때때로 이런 현실을 적당한 선에서 눈감아준다고도 털어놨습니다.
 

한 걸음 더

허위 보고서를 받은 교육청은 이런 조작 현실을 알고 있을지 궁금했습니다. 실제로 엉터리 공사가 있었던 관할 지역교육청의 실무부서를 찾아가서 내부고발 사실을 얘기했더니 전혀 몰랐다는 반응이었습니다.

학교 석면 해체 공사가 밀폐된 채 깜깜이로 진행되는 데다 많은 학교에서 동시다발로 벌어지기 때문에 한두 명뿐인 실무자가 24시간 일일이 확인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게다가 현장에 측정 장비까지 설치해 놓고 뒤에서 몰래 수치를 조작하는 일을 잡아내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조작은 너무나도 손쉬운데 적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보니 사실상 학교 안전은 업체들의 양심에 맡겨져 있는 꼴입니다. 그런데 학교 석면 업체들 가운데 양심적인 곳이 얼마나 있을까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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