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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학교 석면 엉터리 해체…정상이라며 보고서 조작

<앵커>

학교의 석면을 해체하는 업체가 공사를 엉터리로 한 뒤 교육청에 낼 보고서는 허위로 작성하고 있는 것으로 저희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이게 조작은 쉬운데 적발하는 것은 쉽지 않아서 우리 학생들 건강은 괜찮은 것인지 걱정됩니다.

임태우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의 한 초등학교 석면 해체 현장입니다.

해체 공사가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석면 오염 방지 비닐을 찢고 자재를 밖으로 내갑니다.

바로 그 옆에는 석면 가루 섞인 공기의 배출을 위해 건물 안에 낮은 기압, 즉 '음압'이 잘 유지되는지 살피는 측정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음압 유지에 필수인 비닐이 이미 찢겨 있으니 마이너스여야 할 측정기 음압은 '0', 오류 경고도 떠있습니다.

원래는 석면을 뜯어낸 뒤에도 며칠간 음압을 걸어 공기 중 석면 농도를 낮추고 기준치 이하로 확인됐을 때 비닐을 뜯어야 하지만, 이 모든 지침이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더 황당한 것은, 이 업체가 나중에 교육청에 낸 보고서에는 당시 음압 기록이 '정상'이었다는 것입니다.

[내부 고발 직원 : 음압기가 막 돌아가고 하는데도 옆에서 (비닐을) 막 뜯어요. 업체 쪽에선 공기를 맞추려고 핑계를 대지만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 야간 작업도 불법으로 해요.]

내부 고발자는 음압 기록을 손쉽게 조작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회전하는 선풍기 날개 쪽에 측정기를 갖다 대면 음압 수치를 맞출 수 있는데, 이것을 악용해서 자유자재로 조작하는 것입니다.

[내부 고발 직원 : 당연히 음압이 잡힐 수가 없고 음압 기록 일지가 나올 수가 없죠. 그러니까 이걸 외부에서 다 하는 겁니다. 각자의 사무실 내지는 현장 사무실 현장에서요.]

심지어 철거 업체와 측정 업체가 조작을 공모하기도 합니다.

취재진이 입수한 내부 고발 영상에는 교육청에 낼 '가짜' 보고서의 구체적인 내용이 담겼습니다.

[석면 해체-측정 업체 간 대화 : (내일 아침 6시까지 어쨌든 음압기를 그래도 가동했고 내리신 거예요.) 예, 알겠습니다. (어우, 가라(가짜)야.) 감사합니다. 복 받으실 거예요.]

관할 교육청은 이런 현실을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밀폐된 채로 진행되는 석면 해체 현장들을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 : 저희 직원들 다 절차를 잘 지켜서 하고요. 그런데 이렇게 속이려고 하면은 저희도 방법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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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 문제 취재한 임태우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석면 조작, 얼마나 만연한가?

[임태우 기자 : 이번에 내부 고발해주신 분은 수도권 지역 학교 석면 공사에 여러 차례 참여하셨는데, 그중 열에 아홉은 엉터리 공사를 덮으려 보고서를 조작한다고 말했습니다. 시간이 없으면 선풍기도 돌리지 않고, 직접 숫자를 조작하는 일도 많다고 전했습니다.]

Q. 학생들 안전에 문제 없나?

[임태우 기자 : 교육당국은 공사 후 석면 가루가 남아 있는지 잔재물 검사를 하고 있고, 거기서 석면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올해 초 서울에서 잔재물 조사 업체들이 결과물 사진을 중복으로 돌려쓰다가 대거 적발되기도 했죠. 이렇게 조작이 만연한 실태를 감안할 때 교육당국의 태도는 여전히 안이하게 보인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Q. 석면 조작, 대책은?

[임태우 기자 : 학부모나 환경단체들은 업체에만 맡겨두지 말고, 더 적극적으로 현장 감시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먼저 들어보시죠.]

[한정희/전국학교석면학부모네트워크 대표 : 업체들이 작업하기 좋게 다시 유색 비닐로 바뀌었어요. 현장 감시가 더 어렵게 됐고요. 서울시교육청 같은 경우는 시민단체를 현장에 들이지 않았습니다.]

[임태우 기자 : 이중 삼중의 감독이 가능하려면 공사 기간부터 좀 넉넉해져야 합니다. 지금 공사는 많은데 방학 때 몰려 있죠. 업체들로서는 공사 기간이 짧을수록 이득입니다. 관리감독까지 허술한 상황에서 엉터리 공사 유혹이 커지는 것입니다. 때문에, 근본적으로 정부가 2027년까지 못 박은 학교 석면 제거 기한을 연장하는 것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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