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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 캐나다 산불이 뉴욕 시민에게 미치는 영향은?

데이터로 보는 캐나다 산불

[스프] 마부뉴스
붉게 물든 하늘을 두고 우뚝 서있는 자유의 여신상
그리고 원래라면 보여야 할 뉴욕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미국을 배경으로 한 아포칼립스나 재난 영화의 한 장면을 묘사한 것 같지만 아닙니다. 지난주 실제 미국 뉴욕에서 벌어진 실제 상황이었죠. 독자 여러분도 아마 뉴스나 영상을 통해서 이미 접했을 겁니다. 붉게 물들어버린 뉴욕의 하늘을 말이죠.

뉴욕의 하늘을 붉게 만든 건 캐나다의 산불이었습니다.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는 캐나다 산불로 캐나다의 속도 타들어가지만 산불 연기가 주변 나라까지 퍼지는 상황이라 주변국 피해도 늘어나고 있어요. 오늘 마부뉴스에서는 이 산불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그중에서도 산불 연기에 대해서 말이에요. 오늘 마부뉴스가 독자 여러분에게 던지는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캐나다 산불이 뉴욕 시민에게 미치는 영향은?
 

캐나다 산불로 남한 면적 50% 이상 잿더미

우선 캐나다 산불이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부터 정리해 볼게요. 이번 캐나다 산불은 2023년 3월부터 시작됐습니다. 그러다가 6월 들어서부터 그 강도가 심해지면서 상황이 안 좋아진 거죠. 캐나다 역사상 최악의 산불 시즌으로 기록될 거라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습니다. 캐나다가 총 10개의 주와 3개의 준주로 이뤄져 있거든요. 그중에 11개 지역이 이번 산불에 영향을 받고 있으니 엄청 심각한 겁니다. 참고로 준주는 말 그대로 주로 승격시키기엔 애매한 규모의 행정구역을 의미해요.

캐나다의 산불 상황을 확인할 수 있는 CIFFC(Canadian Interagency Forest Fire Centre)의 데이터를 가져와 봤습니다. 2023년 6월 13일 기준으로 발생한 산불은 모두 460건. 13일 하루에만 새로 추가된 산불이 21건이나 됩니다. 460건의 산불 중 절반이 넘는 238건은 진화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불길이 강한 상황입니다. 아래 지도를 보면 알겠지만 캐나다 전역에서 붉게 물든 통제 불능(OC) 상태의 산불이 이어지고 있어요.

캐나다산불관리센터에서는 산불 카테고리를 크게 3단계로 나눠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먼저 OC(Out of Control)는 통제 불능 상태의 산불을 의미합니다. BH(Being Held)는 산불 주변에 경계를 만들어서 주변으로 번지지 않도록 조치했지만 여전히 극심하게 타오를 수 있는 상황의 산불을 의미하고, UC(Under Control)는 더 번지지 않고 꺼질 일만 남은 산불 상황을 뜻합니다.


[스프] 마부뉴스
지도에 표시된 점의 크기는 산불 피해 규모를 나타냅니다. 특히 붉은색, 통제 불능 상태의 산불은 그 피해 규모를 계속 키워가고 있어요. 지금까지 산불이 태워버린 숲의 면적만 해도 5만 2,173㎢로 확인되고 있어요. 우리나라 서울, 인천, 경기도, 강원도, 대전, 세종, 충청도를 다 합쳐도 4만 5,357 ㎢ 정도거든요. 우리나라 면적의 절반이 넘는 영역이 이미 잿더미로 바뀐 상황입니다.

캐나다의 역대 산불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산불 자체는 줄어들고 있는 추세입니다. 캐나다 국가산불 데이터베이스의 1950년부터 2019년까지 연도별 자료를 살펴보면 1970년대까지는 산불 발생 건수가 늘어났지만 80년대부터 현재까지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죠. 1980년대 총 산불 건수는 8만 7,466건인데 2010년대엔 6만 262건으로 확 줄었습니다.

하지만 그 피해규모는 늘어나고 있어요. 즉 산불 건수는 줄어들고 있지만, 대형 산불의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을 겁니다. 연대별로 피해 규모를 살펴보면 1970년대와 비교해 보면 현재엔 두 배 넘게 증가했어요. 1970년대의 산불 피해 규모는 1,430만㏊였는데, 2010년대엔 2,910만㏊로 집계됐죠. 예전 <반복되는 대형 산불, 무엇 때문일까?> 레터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건조한 기상 상황이 잦아지면서 한 번 산불이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겁니다.
 

미세먼지가 가득 찬 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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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면적의 절반 넘는 숲이 불타면서 거기서 나온 연기의 양도 상당합니다. 캐나다 뿐 아니라 주변국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죠. 산불로 인해 나오는 연기에는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산불 때 발생되는 초미세먼지(PM 2.5)는 세계보건기구 기준보다 최대 32배 높고, 지름 0.1㎛ 이하의 아주 작은 극초미세먼지도 단기간에 상당히 많은 양이 배출되거든요. 게다가 벤젠, 포름알데히드 같은 유독성 화학물질도 포함되어 있고요.

당장 뉴욕은 난리가 났습니다. 위의 그래프는 뉴욕시 정부가 운영하는 Environment and Health Data Portal의 초미세먼지 농도 자료입니다. 뉴욕시에서는 총 8개의 포인트에서 초미세먼지를 측정하고 있는데, 6월 7일 오후 2시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평균 413㎍/㎥로 역대 최악의 수치를 찍었죠. 그런데 이 수치는 잠정치라 변경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난주 처음 데이터가 나왔을 때는 6월 7일 수요일 최고 수치가 무려 868㎍/㎥이 나왔거든요. 확정치가 나오기 전까지 보정 알고리즘에 따라 수치가 조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이 점은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도 뉴욕의 상황이 정확히 얼마나 심각한 건지 다른 지역과 비교하기 위해서, 마부뉴스가 또 다른 데이터를 준비해 봤습니다. 이번에 살펴볼 데이터는 미국 환경보호청(EPA) 자료입니다. EPA에선 미국 전역에 측정소를 두고 초미세먼지를 측정하고 있으니 뉴욕의 상황을 다른 지역과 정확하게 비교할 수 있거든요. EPA 데이터를 보더라도 뉴욕의 수치는 역대급입니다. 뉴욕(New York-Newark-Jersey City)의 초미세먼지 농도 데이터를 살펴보면 1999년 처음 데이터가 쌓인 이래로 지난 6월 7일의 농도가 254㎍/㎥로 가장 높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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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수치가 미국 최악의 기록은 아닙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선 2020년, 2021년 대형 산불이 이어지면서 지금보다 상황이 심각했거든요. 미국 서부 포틀랜드(Portland-Vancouver-Hillsboro) 측정소의 초미세먼지 데이터를 보면 2020년 9월 13일에 509㎍/㎥라는 최악의 수치를 기록한 바 있어요. 그래서 이번에 뉴욕에서 미세먼지로 난리가 났을 때 미국 서부 주민들이 동부 사람들에게 유난 떨지 말라는 내용의 트윗이 돌기도 했죠.

물론 그렇다고 조심하지 않을 필요가 없는 건 아닙니다. 뉴욕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저 수치만으로도 심각한 거니까요. 미국 동북부 13개 주에선 대기질 경보가 발령되었고, 워싱턴 D.C. 에선 사상 최초로 code Purple 경보가 내려졌죠. Code Purple은 노약자, 기저질환자뿐 아니라 모든 시민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공기질 상황일 때 내려지는데, 이번 미세먼지 농도가 그랬던 겁니다. 항공편 운행도 중단됐고, 동물원도 임시 휴장했어요. 학교도 원격 수업으로 진행되고 MLB 야구 경기도 취소되는 등… 캐나다 산불 연기가 미국 동부 지역을 혼란에 빠트렸어요.
 

실외 공기질만큼 실내 공기질도 중요하다

뉴욕 시민들은 미세먼지 공습이 익숙지 않아서 혼란스러웠겠지만 사실 우리는 미세먼지와 대기 오염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죠. 미세먼지가 심각한 날이면 외출을 자제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거나 외출할 때 마스크를 써야겠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정부에서도 비상저감조치를 통해 단기간에 미세먼지를 낮추기 위한 제도를 꾸준히 운영해 오고 있고요.

코로나 판데믹의 덕(?) 아닌 덕으로 미세먼지로 고통받던 날들은 예전보다 줄어들었지만 이제는 다시 일상으로 회복하는 시대니 만큼 다시금 대기 오염과 미세먼지에 신경 쓰는 날이 많아질지 모릅니다. 게다가 기후변화로 인해 이전보다 대형 산불이 더 많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는 만큼 산불로 인한 대기 문제가 더 잦아질 수도 있겠죠.

그런데 그 와중에 우리가 놓치는 지점이 있으니 바로 실내 공기 문제입니다. 바깥에 미세먼지가 가득할 때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 있을까요? 바로 문을 닫고 밖에 나가지 않는 거겠죠. 실내는 괜찮을 거라는 생각에 말입니다. 하지만 최근 실내 공기질에 대해 경각심을 높이자는 전문가들의 목소리가 속속 들리고 있어요. 먼저 영국 보건 전문가들이 네이처 지에 논평 하나를 냈는데, 논평엔 실외 공기와 마찬가지로 실내 공기질을 개선하기 위한 국제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실렸습니다. 바깥공기 오염을 줄이기 위해 전 세계가 나서서 노력한 만큼 이제는 실내 공기를 위한 제도가 필요하다는 거죠.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 한 번 데이터로 살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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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이 생각하기에 실내 공기 오염으로 해마다 사망하는 사람들의 규모가 어느 정도 될 것 같나요? WHO 데이터를 살펴보면 2020년 실내의 오염된 공기로 사망한 사람들이 연간 320만 명 정도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실외 공기 오염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350만 명 정도고요. 실외와 실내 대기 오염으로 사망한 사람들의 규모가 비슷하다는 게 놀랍지 않나요? 사망자 규모는 비슷한 데 우리는 너무 실내 공기에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일상생활에 80~90% 가까이를 실내에서 보내는 데 말이죠.

실내 공기의 가장 큰 특징은 공기의 흐름이 차단되어 있다는 겁니다. 안팎으로 공기가 흐르지 못해 오염 물질들이 실내에 쌓이게 된다면 높은 농도에 도달할 수도 있어요. 산불로 매년 고생하는 캘리포니아 건물 1,400채의 실내 대기질을 분석해 보니 산불이 난 경우에 PM 2.5 농도가 평상시 때보다 평균 3배가량 높다고 나올 정도거든요. 산불로 인한 대기 오염 문제가 심각해지는 와중에 미국에선 정부가 먼저 나서서 실내 공기질을 신경 써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사실 미국은 최근 실내 공기질 관련해서 논의가 가장 뜨거운 지역 중 하나입니다. 독자 여러분, 혹시 올해 초 뉴욕주에서 가정 내 가스레인지 사용을 전면 금지하려고 했던 것 알고 있나요? 실제 뉴욕주에서 해당 법안을 검토하기도 했거든요. 가스레인지가 실내 공기 오염에도 영향을 미치고 탄소 배출 측면에도 문제가 있는 만큼 아예 퇴출시켜 버리자는 법안이었죠. 물론 거센 반발에 부딪혀 퇴출은 없던 게 되었지만, 가스레인지의 안전성과 환경성에 의문이 제기된 만큼 앞으로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겁니다.
Q. 정말로 가스레인지가 실내 공기질에 악영향을 미칠까?

미국 어린이 천식 환자의 12.7%가 가스레인지에 영향을 받았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해당 연구팀은 어린이 천식 환자의 최대 21%가 가스레인지 사용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고, 가스레인지가 간접흡연만큼 호흡기 질환을 유발한다고 주장했죠. 다만 이 연구는 단순히 지역별 가스레인지 사용 비율에 따른 어린이 천식 위험을 분석한 거라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요. 그래서 실내 공기 오염의 주원인이 가스레인지가 맞는지는 조금 더 연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죠. 하지만 탄소 배출 측면에선 가스레인지는 분명히 약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가스레인지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메탄을 분출하거든요. 가스레인지에서 나오는 메탄의 75%가량이 사용하지 않을 때 발생한다는 사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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